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후보가 아니에요. 수상자예요.”
2025 SBS 연기대상은 신인상 후보를 호명하지 않았다. 영상으로 대체했다. 후보가 나온 뒤 다시 수상자도 같은 영상으로 대체한 것이다. 방송 사고인지 아닌지 헷갈렸던 수상자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기쁨도 감동도 있을리 만무했다.
남녀 신인상 후보 8명이 모두 수상한 2025 연기대상에서 벌어진 일이다. 수상 후에도 남자 수상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며 해메자 여자 수상자 발표 때 MC 신동엽이 이해를 돕기 위해 한 말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신인상을 마구 나눠줬던 SBS 연기대상이었다. 이번에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고질병이 드러났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사실상 올해 SBS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들에게 모든 상이 돌아갔다. 휴먼·판타지, 멜로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장르·액션 부문으로 나눠 상을 나눠줬다. 아무리 축제의 장이라고 해도, 심할 정도의 나눠주기다. 수상자만 43명이다. 우수연기상은 9명, 최우수 연기상은 8명이다. 17명이 우수상을 받은 셈이다. 꼭 상을 받지 못해도 노미네이트만 되도 박수를 쳐줄 수 있는 문화가 생겨났음에도 SBS는 올드한 방식을 택했다.
‘과연 누가 상을 받을까?’에서 ‘이렇게 다 받아가는구나’라는 허탈함으로 바뀌었다. 이제훈만 최우수 연기상을 받지 못하면서, 대상의 윤곽이 뚜렷해졌다. 이미 답을 알고 보는 시상식은 긴장감이 생길 수 없다.
상 나눠주기는 사실상 오랜 관습이다. SBS 뿐 아니라 타 방송사에서도 이미 모든 후보에게 상을 주고 있다. 관계가 좋은 배우 소속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억지 수상을 내린 것이다. 권위는 떨어질지언정 실리는 챙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배우와 방송사 간의 권력구도가 바뀐 흐름이 명징한 대목이다. 소속사에선 상을 주지 않으면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힘이 떨어진 방송사가 이를 받아들이고 결국 모두에게 상을 챙겨주는 ‘허울 좋은 시상식’으로 변질된 셈이다. 재미없는 시상식을 봐야하는 건 시청자의 몫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너무 오래된 문제라 거론하기도 그렇다. 시상식의 권위가 무너진 것을 확인한 현장”이라며 “어쩌면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린 시상식에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한 태도일지 모른다”고 평가했다. intellybeast@spro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