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배우 유해진에게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는 쉽게 지나갈 수 없는 작품이다.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 엄흥도와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선왕 이홍위의 시간을 담은 이 영화는 유해진에게도 오래 남는 여운을 남겼다.
“저도 울고, 지훈이도 울고…. 해놓고서도 다시 보니까 또 울게 되더라고요.”
유해진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왕사남’의 여운을 털어놨다. 후반부 엄흥도는 이홍위와 금성대군(이준혁 분)의 결의를 관아에 고발하려다 다시 돌아온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겠다”는 단종에게 엄흥도는 “그 안에 저도 있습니까”라고 되묻고, 단종은 “자네는 안 그런가”라고 반문한다.
유해진의 눈물샘을 터뜨린 건 바로 그 장면이었다. 유해진은 “이야기 자체가 가볍게 슬픈 게 아니라서 그런지 시간이 지나도 계속 남아 있는 작품이다. ‘왕사남’은 참 좋은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작품이 유해진의 마음을 움직인 건 우리가 알고 있던 단종의 이야기 너머를 그려냈다는 점이었다. “유배 이후 단종은 어떻게 살았을까, 죽음까지 가는 과정에서 어떤 시간이 있었을까. 그리고 그 곁에 있던 사람과의 관계, 그런 걸 다룬다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그 중심엔 어린 선왕 이홍위를 연기한 박지훈이 있었다. 유해진은 캐스팅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를 떠올리며 솔직한 속내부터 털어놨다.
“촬영 들어가기 전엔 사실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때는 좀 통통했거든요. ‘저러면 안 되는데…’ 싶었죠.(웃음)”
하지만 그 걱정은 촬영 시작과 함께 기우가 됐다. 박지훈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무려 15㎏을 감량한 상태로 현장에 나타났다. “진짜 반쪽이 돼서 왔더라”고 웃었지만, 실제로 그 과정은 안쓰러울 정도였다. 유해진은 “촬영장에서 거의 못 먹었다. 끼니 때 되면 제가 밥차로 데려가서 먹으라고 해도 잘 못 넘기더라. 위가 이미 줄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카메라 앞에 선 박지훈은 전혀 달랐다. 유해진은 초반 감정신을 맞추며 받은 첫 인상에 대해 “그 에너지에 깜짝 놀랐다. 발성이랑 감정 표현이 너무 좋더라”고 말했다.
박지훈이 아역 배우 출신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유해진은 “어릴 때부터 연기한 친구들은 알게 모르게 내공이 있다더니, 진짜 그런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곤장 장면에서도, 감정을 쏟아내는 순간에서도 박지훈의 에너지는 흔들림이 없었다. 유해진은 “지훈이는 인물도, 연기도 참 진솔하다”고 평가했다.

영화의 후반부, 단종의 마지막 선택을 둘러싼 설정에 대해서도 유해진은 깊이 공감했다. 여러 설 중 하나를 영화적으로 선택한 장면이지만, 엄흥도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갔다는 설명이다.
“그쯤 되면 서로 관계가 생기잖아요. 남의 손에 죽고 싶지 않다면, 가까이 있던 사람이 해주길 바랐을 수도 있겠죠. 엄흥도 입장에서는 100% 이해가 갔을 것 같아요.”
더불어 유해진은 절친 장항준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선 “늘 가볍다”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그러면서도 유해진은 “그 가벼움이 좋다”며 “사람 마음을 풀어준다. 가볍지만 긍정적인 가벼움이었다”고 웃었다.
‘왕사남’은 특정 세대만을 겨냥한 영화는 아니다. 유해진 역시 “2030만을 타깃으로 한 작품은 아닌 것 같다”며 “등급도 12세고, 가족이 함께 봐도 좋은 영화다. 젊은 관객에게는 박지훈이, 중장년층에게는 이야기의 무게가 닿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sjay09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