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생존권… 대기업에 헌납과 다름없어

새벽배송 판매 일정비율 소상공인 제품 구성 검토

[스포츠서울 | 조선우 기자]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위한 입법을 추진한다. 하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반발로 실제 도입까지 어려움이 예상된다.

여당과 정부, 청와대는 8일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온라인 비중 확대와 유통 환경 급변에 따라 오프라인 중심의 현행 유통 규제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불균형을 해소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점포 영업을 금지한다. 때문에 매장을 기반으로 한 새벽배송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공백을 파고든 쿠팡은 새벽배송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공룡으로 진화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쿠팡 매출이 지난해 41조3000억원으로 대형마트 전체 판매액을 이미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소비자들이 불안을 느끼면서도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전자상거래를 활용한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 허용은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쿠팡이 엄연한 ‘미국 기업’이라는 점도 소비자의 ‘토종 브랜드 이용’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곡 있다.

그러나 규제 완화가 곧바로 시장에 안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대형마트까지 새벽배송에 가세할 경우 지역 상권 침체가 심화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는 790만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대기업에 헌납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는 9일 성명을 통해 정부·여당이 쿠팡의 독과점 문제를 대형마트 규제 탓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 전가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골목상권에 대한 ‘경제적 학살’이자 쿠팡의 비극을 전 유통산업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전 국민 과로사 방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쿠팡 사태의 본질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와 독과점 방지를 방관해 온 결과라며,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완화는 이런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시선 돌리기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상생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대형마트 새벽배송이 현실화될 경우 소상공인의 대형마트 납품 기회를 확대·보장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영향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지원 대책과 상생 모델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며 “현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상총련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생존권과 노동자의 생명권은 유통 재벌의 수익 증대를 위해 거래될 수 없다”며 대형마트 심야 배송 허용 추진을 중단하고,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방지와 공정거래 입법에 나설 것을 촉구해 양측의 대립이 격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blesso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