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홍민기가 법을 꺾고 사랑을 택했다. KBS 2TV 토일 미니시리즈 ‘은애하는 도적님아’에서 그가 보여준 감정의 진폭이 안방극장을 적셨다.
지난 주말 방송한 13, 14회에서는 임재이(홍민기 분)가 자신이 추포하려던 도적 ‘길동’의 정체가 연모하던 홍은조(남지현 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극이 요동쳤다. 법도와 가문을 신념처럼 지켜온 인물이 단 한 사람을 위해 궤도를 이탈하는 서사는 홍민기의 밀도 높은 연기로 설득력을 얻는다.
임재이는 왕 이규(하석진 분) 암살 배후를 추적하던 중 결정적 단서인 솜뭉치 화살이 길동의 것임을 알아챘다. 도월대군 이열(문상민 분)을 압박할 기회라 판단해 도성 곳곳에 용모파기를 붙이며 수사망을 좁혀갔다.

그러나 백정탈을 벗고 스스로 정체를 드러낸 이는 홍은조였다. 홍민기는 경악과 부정, 비참함이 교차하는 감정을 떨리는 눈빛과 절제된 호흡으로 표현했다. 수사를 철회하고 직접 용모파기를 수거하라 지시하는 장면에서는 법도보다 정인을 택한 남자의 고뇌가 또렷하게 각인됐다.
14회 후반부는 절정이었다. 길동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무고한 백성을 고문하고 처형하는 왕의 폭정이 이어지자, 죄책감에 휩싸인 홍은조는 자수를 결심한다. 임재이는 그를 막아 세우며 “묘책이 있다”라고 안심시킨 뒤, 홍은조를 자신의 집 광에 가둔다. 그리고 스스로 길동이라 자처하며 사지로 향한다.
정인을 지키기 위해 그를 유폐하고 대신 죽음을 각오하는 선택. 홍민기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더해지며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솟았다. 서늘한 추포관의 카리스마와 연정 앞에서 무너지는 한 남자의 심연을 오가는 폭넓은 감정 스펙트럼이 또 하나의 명장면을 완성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깊어지는 감정선은 시청률 상승세와 맞물리며 화제성을 키우고 있다. 종영까지 단 2회. 가시밭길을 택한 임재이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그리고 홍민기가 마지막 장면에서 어떤 표정을 남길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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