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김태호 PD가 수장으로 있는 제작사 TEO는 서울 상암동 MBC 사옥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사무실은 한눈에 봐도 자유분방한 분위기였다. 회의실 한쪽에 놓인 게임기는 이곳이 직원들에게도 일터보다는 놀이터에 가까운 창의적 공간임을 짐작하게 했다.
TEO 회의실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김태호 PD도 과거보다 한결 편안해진 인상이었다. MBC ‘무한도전’ 시절 매주 시청률과 언론의 냉혹한 평가에 놓여 있던 시기의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친정 MBC를 통해 선보인 신작 ‘마니또 클럽’을 대하는 김태호 PD의 마음가짐 역시 ‘왕관의 무게’보다는 ‘도전의 즐거움’에 가까워 보였다.

▲ 도파민 대신 선함을 택하다…“최저점에서 올라갈 일만 남았다”
현재 ‘마니또 클럽’의 초반 성적표는 기대에 비하면 아쉬운 편이다. 1%대의 시청률은 ‘김태호’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미진한 수치다. 정작 김태호 PD는 담담했다. “부족했구나 하는 생각을 제일 먼저 한다”면서도 “2, 3기 분량이 남아있기에 이제 최저점에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무한도전’ 시절부터 온갖 역경을 겪으며 다져진 단단한 내공이 느껴졌다.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선한 콘텐츠를 할지, 도파민 넘치는 것을 할지. 이번에도 역시 전자를 선택했어요. 숏폼과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지만, 저까지 그 흐름에 올라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뒤로 가면서 저희가 전하려던 진심에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질 거라 믿습니다.”
김태호 PD의 말처럼 ‘마니또 클럽’은 선하다. 접점이 없던 연예인들이 서로의 마니또가 되어 몰래 선물을 준비하며 가까워지는 과정을 담는다. 자극적인 맛 대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시청자들에게 선물하겠다는 진심이 근간이다.

▲ 인간 제니의 발견부터…고윤정의 반전 케미까지
초반 ‘마니또 클럽’이 주목받은 이유는 단연 월드스타 제니의 출연이었다. 김태호 PD는 제니를 “상당히 센스 있는 출연자”라고 평가했다. “제니 씨는 프로그램 기획 의도와 정확히 맞는 선물을 고민해 왔어요. 하나하나의 행동이 제작진에게는 귀한 콘텐츠가 됐죠.”
제니와 TEO는 2024년 JTBC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작업이었다. TEO의 전아영 프로듀서는 “이탈리아에서 본 ‘가브리엘’ 속 제니보다 200배는 더 확장된 인간미를 이번 ‘마니또 클럽’에서 알게 됐다”며 “제니가 촬영 이후 MMA 무대가 있었는데, 저희가 본 제니와 무대 위 제니가 너무 달라서 놀랐다”고 부연했다.

김태호 PD는 ‘마니또 클럽’ 신규 멤버의 관전 포인트로는 개그맨 박명수와 배우 고윤정이라는 의외의 조합을 꼽았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케미가 상당히 좋았다”며 “둘이 금세 친해지더라”고 귀띔했다.

▲ 치트키 박명수와 정준하, 그리고 멈추지 않는 ‘무한도전’ 프로젝트
최근 MBC ‘놀면 뭐하니?’에서 일명 ‘하와 수’ 콤비 정준하, 박명수가 보여준 활약에 대해서도 김태호 PD는 웃으며 “두 형들은 치트키죠”라고 말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하와 수’에 유재석, 하하까지 가세해 콩트를 선보이자 “‘무한도전’을 다시 보는 것 같다”는 호응이 쏟아질 정도였다. 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김태호 PD 역시 “‘무한도전’이 참 대단했구나 싶다”고 전했다.
‘무한도전’은 김태호 PD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2000년대 초반 한국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역사로 남아 있는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지난해 ‘무한도전’ 20주년을 맞아 MBC와 구체적인 프로젝트 논의가 오갔으나, 아쉽게도 결과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김태호 PD는 “MBC가 권한을 가진 프로그램이기에 출연자와 방송사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면서도 “MBC도, 저도, 멤버들 모두 ‘무한도전’이 소중한 콘텐츠라는 생각은 똑같다”고 강조하며 희망을 남겼다.

단지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뿐이다. 김태호 PD와 TEO의 방향성도 명확했다. 남들이 하지 않은 영역에 발을 내딛고,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는 것. 애당초 김태호 PD가 결과에 연연하는 창작자였다면, 국민 예능 ‘무한도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의 뚝심처럼 ‘마니또 클럽’이 서서히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반등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TEO에서 회의를 할 때 하는 말이 있어요. ‘다양한 걸 시도하되 끝물인 건 하지 말자’는 거죠. 그 흐름도 눈여겨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oku@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