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900만 관객의 마음을 훔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가 깊은 여운을 남기는 스페셜 포스터를 공개하며 흥행 감사를 전했다.

3일 배급사 쇼박스가 공개한 이번 포스터는 청령포의 고요한 강가, 홀로 남겨진 이홍위(박지훈 분)의 아련한 순간을 담아냈다. 영화는 1457년,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낯선 땅에 발을 딛게 된 어린 선왕의 가슴 시린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공개된 포스터 속 이홍위는 순백의 도포를 입은 채 강가에 쪼그려 앉아 쓸쓸히 물장난을 치고 있다. 흔들리는 물결 위로 비치는 그의 실루엣은 왕이라는 무거운 굴레 아래 가려졌던 평범한 소년의 고독을 투영한다. 닿을 수 없는 자유를 꿈꾸듯 수면을 매만지는 그의 뒷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먹먹한 슬픔을 자아낸다.

특히 이 장면은 배우 유해진의 제안과 박지훈의 고민이 맞물려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의미를 더한다. 장항준 감독에 따르면, 영월 촬영장에서 박지훈이 물장난을 치고 있는 모습을 스태프가 찍은 걸 유해진이 보다 이 장면을 실제로 만드는 것 어떠냐는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엄흥도 역의 유해진은 “유배지 강가에서 물장난을 치던 홍위의 모습이 유독 가슴에 남는다”며 “유배지가 아니었다면 친구들과 한창 뛰어놀 나이인데, 그 안쓰러운 뒷모습을 바라보는 엄흥도의 마음은 아마 자식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박지훈 역시 이 장면에 담긴 복합적인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는 “해진 선배님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비하인드를 전하며, “또래들과 어울리고 싶을 시기에 홀로 유배지에 갇힌 단종이 물장난을 치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끊임없이 반문했다. 비운의 왕이기 이전에 그저 평범하고 싶었던 소년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포스터는 ‘역사 속 비운의 왕’이라는 단편적인 틀을 깨고, 한 인간으로서 생의 무게를 견뎌야 했던 ‘이홍위’의 삶에 집중한 작품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열연과 장항준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빚어낸 ‘왕과 사는 남자’는 900만 고지를 넘어 이제 2026년 첫 천만 영화를 향한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