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돔, 2026 WBC 앞두고 전면 교체

개최국 일본조차 적응 못 한 ‘신상 잔디’

김도영·김혜성 등 내야진 “예측 불허” 경계

실책 하나에 승부 갈리는 단기전, 낯선 그라운드 컨디션이 ‘변수’

[스포츠서울 | 도쿄=박연준 기자] 결전의 땅 도쿄돔의 ‘바닥’이 심상치 않다. 도쿄돔이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인조 잔디를 전면 교체했다. 한국은 물론 개최국 일본마저 ‘미지의 그라운드’와 사투를 벌이게 됐다. 낯선 잔디가 만들어낼 불규칙한 타구 속도와 바운드가 한일전 등 본선 주요 경기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도쿄돔은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통해 잔디를 싹 바꿨다. 문제는 이 잔디가 일본 국가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생소하다는 점이다. 일본 현지 매체의 한 기자는 스포츠서울을 통해 “일본 대표팀 선수들도 이 바뀐 잔디에서 실전이나 훈련을 치러본 경험이 거의 없다. 홈 어드밴티지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디 컨디션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도쿄돔에 입성한 한국, 일본, 대만, 체코 등 각국 대표팀은 훈련 시간 내내 낮게 깔리는 땅볼 처리에 집중했다. 잔디 적응에 사력을 다했다. 인조 잔디는 결의 방향이나 마찰력에 따라 타구의 성질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야수들에게는 ‘지뢰밭’과 다름없다.

직접 몸을 던져본 우리 선수들의 반응도 예사롭지 않다. 내야수 김혜성은 “3년 전 도쿄 올림픽 당시의 도쿄돔이나, 최근 평가전을 치렀던 교세라돔과 잔디의 결이 확실히 다르다. 타구 속도가 죽는 지점과 바운드가 튀는 각도를 계속해서 점검하며 감을 익히고 있다”라고 전했다.

3루 수비를 맡은 김도영의 분석은 더 구체적이다. “타구가 잔디에 닿으면 속도가 확 죽는 느낌이다. 바운드가 낮게 깔리다 보니 잡기는 편할 수 있어도, 미리 계산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송구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바운드 지점을 정확히 예측하는 플레이가 필수적”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인조 잔디의 특성상 습도나 기온에 따라서도 반발력이 달라진다. 특히 승부처에서 나오는 빗맞은 타구가 잔디 마찰력 때문에 애매한 위치에 멈춰 서거나, 빠른 타구가 불규칙하게 튀어 오를 경우 경기의 흐름은 순식간에 뒤바뀐다.

단기전은 수비 싸움이다. 실책 하나가 곧 탈락으로 직결되는 WBC의 압박감이 있다. 바뀐 도쿄돔의 잔디는 선수들의 집중력을 극한으로 시험한다. 낯선 잔디를 얼마나 빠르게 자신의 편으로 만드느냐,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잔디의 운’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류지현호의 8강 행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모두가 처음인 ‘제로 베이스’다. 바뀐 잔디가 만들어낼 의외의 변수를 실력으로 메워야 한다. 때로는 그 변수를 활용하는 영리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