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전 11-4 승리, 지독했던 ‘첫 경기 징크스’ 탈출
위트컴 연타석포·존스 솔로포 ‘푸른 눈의 거포’ 침묵 깨고 화력전 가세
- 류지현 감독 “우타 라인 보강 성공적, 일본전 선발은 내일 전략회의 후 결정”

[스포츠서울 | 도쿄=박연준 기자] 지독했던 ‘1차전의 저주’는 더 이상 없었다. 류지현호가 도쿄돔의 밤하늘을 수놓은 홈런 4방을 앞세워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서막을 승리로 장식했다. 12년 동안 한국 야구의 발목을 잡았던 첫 경기 잔혹사를 끊어낸 류지현(55) 감독의 얼굴에는 모처럼 깊은 안도감과 자신감이 교차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회 본선 1라운드 C조 첫 경기에서 체코를 11-4로 대파했다. 2013년 네덜란드전, 2017년 이스라엘전, 2023년 호주전까지 이어진 ‘첫 경기 이변’의 희생양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낸 값진 승리였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류 감독은 “첫 경기는 상대가 누구든 늘 긴장감이 흐르고 쉽지 않다”면서도 “1회말 문보경의 만루홈런이 터지면서 경기를 편안하게 풀어갈 수 있었다. 오키나와에서 오사카를 거쳐 도쿄까지 이어온 좋은 흐름이 본선 무대에서도 완벽히 투영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승리의 일등 공신은 단연 ‘대포’였다. 1회 문보경의 결승 만루포를 시작으로 3회와 5회에는 셰이 위트컴(휴스턴)이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렸다. 8회에는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까지 솔로 아치를 그리며 홈런으로만 무려 8점을 뽑아내는 가공할 화력을 과시했다.
특히 평가전에서 다소 침묵했던 한국계 메이저리거 위트컴과 존스의 부활은 류 감독에게 가장 큰 수확이다. 류 감독은 “2023년부터 코치진으로 활동하며 타선에 우타 거포가 부족하다는 점이 늘 뼈아픈 고민이었다”며 “감독 부임 후 이 부분에 가장 공을 들였는데, 위트컴과 존스가 결정적인 순간 제 몫을 해주며 타선의 좌우 밸런스를 완벽히 맞춰줬다. 이제 상대 팀들도 우리 타선을 상대로 투수 운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흡족해했다.

마운드 운용 역시 치밀했다. 선발 소형준이 3이닝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틀어막으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후 6명의 불펜 투수가 이어 던지며 승리를 지켰다. 류 감독은 “정우주가 2이닝 정도를 책임져주길 바랐던 부분에서 다소 차질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투수 운용은 계획대로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4회 두 번째 투수로 베테랑 노경은을 전격 투입한 장면에 대해서는 “상대 4번 타자부터 시작되는 타순이라 노련한 노경은으로 흐름을 한 차례 끊어줄 필요가 있었다. 정우주가 하위 타순부터 상대하게 해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려 했던 계산된 교체였다”고 설명했다.
기분 좋은 첫 승을 거둔 대표팀은 6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7일 오후 7시 숙적 일본과 운명의 대결을 펼친다. 사실상 조 1위를 가릴 분수령이다. 일본전 선발 투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류 감독은 특유의 여유로운 농담으로 응수했다.
그는 “일본 선발 투수가 누구인지 먼저 알려주면 나도 말씀드리겠다”며 미소를 지은 뒤 “우리에게는 아직 하루라는 귀중한 시간이 남아 있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면밀히 살피고 데이터 분석을 마친 뒤 최상의 전략을 세워 발표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duswns06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