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청룡 유니폼 입은 세키구치 씨의 ‘한국 야구 사랑’

본지 故 신명철 기자가 명명한 선동열 별명까지 기억

“한일전은 한 끗 차이, 결승서 다시 만나길”

[스포츠서울 | 도쿄=박연준 기자] “무등산 폭격기? 그거 스포츠서울 신명철 기자가 지어준 별명 아닙니까. 당시 스포츠서울 기사를 정말 열심히 탐독했죠.”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가 열린 일본 도쿄돔. 수만 명의 인파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유니폼이 있었다.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MBC 청룡’의 유니폼이다. 유니폼의 주인은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 세키구치 타카히로 씨.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본지에 놀라운 ‘한국 야구 내공’을 뽐냈다.

세키구치 씨는 ‘KBO리그 원년 팬’이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출범 당시부터 MBC 청룡(현 LG)을 응원했다. 그는 “MBC의 팬이지만, 가장 좋아했던 선수는 단연 선동열”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선동열은 주니치에서도 활약하며 일본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한일 양국 야구 역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선동열의 상징과 같은 수식어 ‘무등산 폭격기’의 유래까지 꿰뚫고 있었다. “그 별명을 스포츠서울 기자가 짓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1980년대 본지의 원로 기자이자, 작고한 신명철 기자의 이름을 정확히 언급했다. 세키구치 씨는 “대한민국 1등 스포츠 전문지인 스포츠서울을 통해 한국 야구 소식을 접하며 청춘을 보냈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가 바라본 과거와 현재의 한국 야구는 무엇이 다를까. 세키구치 씨는 “예전의 한국 야구가 투박하지만 강력한 ‘힘’의 야구였다면, 지금은 정교한 기술까지 갖춘 무서운 타자들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회 1라운드 한일전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평가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일본이 이겼지만, 경기 내용은 그야말로 ‘한 끗 차이’였다”면서 “한국 야구는 방심하는 순간 언제든 일본을 넘어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라고 했다.

17년 만에 8강 결선 라운드 동반 진출에 성공한 한국과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일본. 세키구치 씨의 바람은 결승에서 한일 리밴지 매치를 치르는 것. 그는 “한국과 일본이 8강 토너먼트에서도 승승장구하길 바란다. 마이애미 결승 무대에서 숙명의 라이벌전을 다시 한번 직관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유창한 한국어와 깊은 지식 속에는 야구로 연결된 한일 양국의 깊은 유대감이 서려 있었다. 국경을 초월한 진심 어린 ‘야구 사랑’에 도쿄의 밤은 어느 때보다 훈훈함이 감돌았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