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던져도 타격한 도미니카 타선
4회말 고영표 기가막힌 체인지업이 이를 말한다
대표팀, 수확물도 있다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애초에 ‘게임’이 되지 않았다. 17년 만에 밟은 8강 무대에서 류지현호가 마주한 벽은 예상보다 훨씬 높고 견고했다. 우리 마운드가 못 던진 것이 아니라, 도미니카공화국의 방망이가 상식을 파괴하는 수준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0-10,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스코어보드에 새겨진 참혹한 숫자는 메이저리그 올스타 군단의 압도적인 위용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상대는 후안 소토, 매니 마차도,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등 이름만으로도 마운드를 압도하는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초호화 군단’이었다. 선수단 몸값 총액만 우리 대표팀의 10배를 훌쩍 넘는 이들은 그야말로 ‘돈값’이 무엇인지 실력으로 입증했다.

이날 도미니카 타선이 얼마나 무서웠는지는 4회말 고영표(KT)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를 상대한 장면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3구째, 고영표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몸쪽 깊숙한 코스로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1라운드에 만난 일본, 호주, 대만 타선이었다면 헛스윙을 끌어내기에 충분한, 사실상 투수로서는 최선의 공이었다.
하지만 게레로 주니어는 이 공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 타격 포인트를 한참 앞에서 타격했다. 타구는 좌측 외야 상단을 향하는 대형 파울 홈런이 됐다. 코스가 좋든 나쁘든 압도적인 힘과 빠른 배트 스피드로 무력화시킨 셈이다. 어디에 던져도 안타가 되고, 실투는 가차 없이 담장을 넘어가는 형국이었다.
실제로 1회부터 3회까지 우리 마운드는 바깥쪽 꽉 찬 코스와 몸쪽 깊은 공을 끊임없이 던졌지만, 도미니카 타자들은 이를 비웃듯 안타로 연결했다. 우리가 못한 것이 아니라 도미니카가 말 그대로 ‘사기급’으로 잘 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어딜 던져도 콘택트를 하는데, 방법이 있나.

물론 6개의 볼넷을 내주며 자멸한 부분은 뼈아픈 대목이다. 류지현 감독 역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였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며 “전력 차를 극복하기에 부족했다”고 냉정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비록 결과는 콜드패였지만, 젊은 투수들이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들의 ‘힘’을 직접 몸으로 겪어본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다. 류 감독의 바람대로 이번 패배가 우리 젊은 선수들이 한 단계 성장해 더 큰 무대로 진출하는 결정적인 자양분이 되길 기대해 본다. duswns06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