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보는 눈은 비슷하다. 관찰자보다는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시선이 더 세밀하고 정확하다. 대한민국 야구의 최대 과제인 ‘마운드 재건’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크게 도드라졌다.

17년 만에 세계 최강팀이 모인 WBC 본선라운드에 진출한 한국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 8강전에서 0-10, 7회 콜드게임 패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로 구성한 도미니카공화국 타자들의 타격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투수들도 시속 156㎞ 이상 빠른 공을 쉽게 던졌다. 체인지업이 140㎞ 중반대까지 측정됐으니, KBO리그 타자들이 공략하지 못한 게 당연하다.

완패한 대표팀 류지현 감독은 “국제대회 경쟁력을 높이려면, 투수력 보강이 절실하다. 구속도 (상대국에 비해) 떨어지고, 수도 적다”고 말했다. 그는 “KBO리그 10개구단에 국내 선발 투수는 팀당 서너명 정도”라고 말했다. 세 명으로 좁혀도 ‘KBO리그 선발’로 부를 수 있는 투수가 30명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질을 따져보자. 그래도 안정적인, 그러니까 계산 가능한 선발 투수를 꼽자면 최소 세 시즌 동안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해야 한다. 내세울 만한 투수로 분류하려면 꾸준히 10승은 해야 한다. KBO리그 투수들은 144이닝을 던져야 규정이닝을 채운다. 정리하면 3년 간 432이닝을 던져 30승을 따내야 ‘국가대표급 선발투수’로 분류할 수 있다.

기록을 살펴봤다.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한 ‘국내 투수’는 몇 명이나 있을까. 시즌별이 아닌 3년 통계로 살펴봤더니 LG 임찬규가 439이닝을 소화하며 35승을 따냈다. 매년 25~26차례 선발로 나서 수준급 성적을 기록한 셈이다.

삼성 원태인도 빼어났다. 81차례 선발등판했는데, 476.1이닝을 던져 34승을 수확했다. 임찬규와 원태인은 평균자책점(ERA)도 3.40과 3.38로 준수했다.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채운 마지막 투수는 SSG 김광현. 89차례 선발등판해 31승을 따냈다. ERA는 4.46으로 살짝 높지만 474.2이닝을 먹어치웠다. 매년 150이닝 이상 던졌다는 뜻이다.

다승 3위인 곽빈(32승)은 이닝 수(404.1이닝)가 살짝 모자랐다. 이닝 1위(495.1이닝)인 KIA 양현종은 승운이 따르지 못해 27승에 그쳤다. 롯데 박세웅 역시 488이닝을 던져 26승을 얻는 데 그쳤다.

유일한 잠수함 투수이나 WBC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인 KT 고영표는 이닝 수(435.1이닝)는 살짝 넘어섰지만, 30승에 1승이 부족했다. ERA(3.47)만 놓고보면, 원태인 임찬규에 이은 3위.

숫자를 기준으로 ‘믿을 만한 선발투수’를 꼽아보니 두 가지 기준 중 하나라도 충족한 투수는 7명에 불과하다. 국내 선수로 한정하면 팀당 한 명이 채 안된다. 마운드 재건은 WBC 대표팀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 전체의 문제라는 의미다.

투수력 약화를 선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낮게 던져” “타자 반응을 봐야지” “야수를 믿어야지” “변화구가 빠르게 떨어지도록 던져야지” 등의 질타만으로 투수를 키울 수 없다. 많이 던지고, 그만큼 휴식을 취하고, 과정과 성과를 충분히 들여다보며 ‘최적의 밸런스’를 찾을 시간이 필요하다. 요소요소에 핀포인트로 짚어줄 코치도 필수요소다.

류 감독은 “학생야구부터 차근차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근차근 만들 수 있는 환경은 선수들이 만드는 게 아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