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 기자] “외롭고 힘든 시간 버티니 이런 기회가.”

상암벌에서 지난해까지 야유를 듣다가 환호성을 접한 FC서울 김기동 감독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 감독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5라운드 광주FC와 홈경기에서 5-0 대승, 서울 구단 창단 43년 역사상 처음으로 개막 4연승을 지휘한 뒤 서포터 ‘수호신’과 승리 뒤풀이를 즐겼다.

김 감독은 지난해까지 서울의 2년 연속 파이널A행을 이끌었으나 기대만큼 경기력을 못 내고, ‘기성용 이적 이슈’ 등이 맞물리며 거센 야유를 받았다. 이번시즌을 앞두고 거취에 물음표가 매겨진 적이 있다. 하지만 서울과 계약이 끝나는 올해 절치부심하며 동계전지훈련부터 칼을 갈았다. 마침내 지향하는 빠른 공수 전환 색채의 완성도를 높이며 개막 4연승에 성공했다.

서울은 전반부터 경기를 주도하며 손정범의 헤더 선제골이 터진 데 이어 후반 김 감독이 교체로 내보낸 클리말라가 멀티골, 문선민이 멀티 도움, 이승모가 쐐기포를 해내며 다섯 골차 승리를 거머쥐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16강 일정으로 타 팀보다 한 경기 덜 치른 서울은 리그 개막 이후 4경기에서 전승(승점 12)을 거두며 선두로 도약했다. 직전 라운드까지 울산HD 역시 나란히 3연승을 기록, 다득점에서 앞서 선두에 매겨졌다. 그러나 이날 김천 상무와 0-0으로 비겨 서울이 선두가 됐다.

상암벌엔 “김기동!”을 연호하는 쩌렁대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김 감독은 감회가 새로운 듯 “쑥쓰럽고, 창피하더라. 지난해 사실 많이 힘든 상황이었는데 버티면서 동계훈련을 했다. 분명히 승리하고, 경기력이 좋아지면 나를 응원해주리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리를 얻으니까 인정해주시는 게 아닐까. 외롭고 힘든 시간을 버티니 이런 기회가 오는 것 같다. 팀에 다 쏟아부어서 올해는 무언가 이루는 한 해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김기동 감독과 일문일답

- 승리 소감은?

우리가 3연승할 때 (19년 만에 도전이라는 걸) 경기 전날 알았다. 그리고 엊그제 들은 얘기로는 서울이 (과거에) 3연승한 뒤 5월까지 못 이겼다더라. 고민이 많았다. 홈 개막전이었다. 광주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선수들이 풀어질까봐. 그런 고민이 기우였다는 걸 보였다. 준비한대로 90분 내내 쉬지 않고 압박하며 원하는 결과와 경기력을 얻었다. (A매치 기간으로) 쉬는 시간이 있다. 열흘 동안 경기를 돌아다녔는데, (주중) 포항전 이후 몸살이 걸려 힘들었다. 선수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투지넘치는 경기를 보여줬다. 우리 (서포터)수호신 여러분이 원정이든 홈이든 열정적으로 선수에게 힘을 준 게 전해진 것 같다.

- 2007년생 신예 손정범이 K리그 데뷔골이자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는데.

정범이가 사실 경기를 못 뛸 뻔 했다. 훈련하다가 내전근이 아팠다. (훈련장에서) 바로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해서 고민했다. 어제 체크했다. 뛸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나 역시 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투입했는데 너무나 잘해줬다. 특히 전반에 어린 선수답지 않게 여유와 침착함이 좋았다. 앞으로 가능성이 더 있는 선수다. A대표팀까지 갈 선수라고 본다.

- 지난해 감독을 향한 팬의 야유가 따랐다. 오늘 환호성이 들렸는데.

쑥쓰럽고, 창피하더라. 지난해 사실 많이 힘든 상황이었는데 버티면서 동계훈련을 했다. 분명히 승리하고, 경기력이 좋아지면 나를 응원해주리라고 확신했다. 승리를 얻으니까 인정해주시는 게 아닐까. 외롭고 힘든 시간을 버티니 이런 기회가 오는 것 같다. 팀에 다 쏟아부어서 올해는 무언가 이루는 한 해가 되도록 하겠다.

- 후반 시작과 함께 안데르손 대신 클리말라를 투입했다. 두 골로 적중했는데.

사실 상대도 전방부터 압박이 강하다. 풀기 위해 안데르손 쪽으로 공을 많이 뿌렸다. 그런데 열 번 가면 한두 번밖에 살아남지 않더라. 클리말라를 넣으면서 뒷공간을 노리려고 했다. 왼쪽에서 뒷공간을 노렸고, (오른쪽의) 승원이는 사이드로 벌리면서 공간에 크로스를 하게 했다. (두 번째 득점 장면처럼) 잘 이뤄졌다.

- 전반에 공격수 조영욱이 상대 뒷공간 침투를 안하자 크게 화도 내던데. 전반적으로 선수에게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는 습관이 있나.

(웃으며) 한 번씩 그런다. 조금 힘이 들어가면 가야할 자리에 안 가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소리를 지른다. 공간으로 무조건 가야 상대가 힘들다. 또 상대 진영으로 볼이 넘어가야 우리가 라인을 올리면서 경기할 수 있다. 그런 건 계속 얘기해야 한다.

- 센터백 야잔의 몸 상태가 좋아지는데.

(지난달 ACLE) 고베전에 처음 넣었는데 당시 너무 몸이 안 돼 있었다. 스스로 당황스러워하더라. 그러다가 최근 제주전부터 컨디션을 올렸는데 오늘이 가장 좋은 퍼포먼스였다. 의지가 강했다. 사실 오늘 선발로 넣으면서도 고민했다. 끝나고 (요르단) 대표팀에 가는데 (부상 안 입으려고) 천천히하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프로는 다르다는 걸 느꼈다.

- 4월 전북, 울산, 대전 등 강호와 연달아 겨루는 일정이 있는데.

나도 궁금하다. 전북이나 대전, 울산 등 좋은 팀과 경기할 때도 90분 내내 압박하며 준비한 대로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소극적으로 할지. 오늘처럼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선수에게 주입할 것이다. 다만 (일정이) 상당히 타이트하다. 울산전(2라운드)도 4월15일 연기돼 어려운 상황이다. 5월까지 이어진다. 로테이션을 조금 해야하지 않을까. 우리는 스쿼드가 29명밖에 안 된다. 다치면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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