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버 추락 사고 1주기 시·구단 별도 추모식

NC 이진만 대표 이호준 감독 등 헌화·묵념

창원시도 구장 외부서 “안전관리 최우선”

추모는 기억뿐만 아니라 끝까지 책임 물어야

[스포츠서울 | 마산=장강훈 기자] 세월은 무심하게 흐른다. 사계절을 돌아 다시 꽃이 피고, 야구가 찾아왔다. 벌써 1년. 희생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여전히 공방 중인, 여러의미로 슬픈 1주기 추모행사를 이틀연속 만원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렸다.

NC 선수단에게 29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구장 외벽 구조물이 떨어져 채 피지 못한 생명을 앗아간 날이어서다. 정오가 되자 NC 이진만 대표이사와 임선남 단장, 이호준 감독과 주장 박민우 등은 구단 직원들과 함께 추모식에 참석했다.

사고 현장 바로 아래인 4번 게이트에서 열린 추모식은 조용하면서도 엄숙하게 거행됐다. 말 대신 가슴으로 희생자를 깊이 기렸다. 이 대표를 시작으로 헌화하고 묵념하는 동안 침통한 표정이 떠나지 않았다.

새하얀 도화지를 여러장 겹쳐 관중들도 희생자를 위로할 공간을 만들었다. ‘잊지 않겠습니다’ ‘이런 비극은 없어지길. 조용한 곳에서 쉬시기 바랍니다’ 등의 메시지가 하나둘 채워졌다.

구단 측은 “유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자세로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로 공식 발언을 대신했다. 여전히 공방 중이고, 책임자 특정이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말 한 마디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조심스러움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창원시는 이보다 앞선 오전 10시30분께 NC파크 광장에서 별도로 추모식을 열었다. 장금용 창원시장 권한대행과 유족,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도 참석했다. 정치인들의 메시지는 한결같다. 장 권한대행은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돌록 공공시설물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유지 관리도 한 치의 소홀함 없이 하겠다. 유족 목소리도 새겨들어 슬픔이 조금이라도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사고는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서 벌어졌다. 21.4m 높이에 부착돼 있던 루버가 떨어졌고, 매점 앞에 줄 서 있던 관중 세 명을 덮쳤다. 이 중 한 명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구장에서 벌어진 첫 중대시민재해였다.

사고 이후 과정은 더 참담했다. 창원시와 창원시설공단은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겼다. 사고진상조사위원회도 졸속으로 꾸려 제재를 받기도 했다. 경상남도에서 재조사위원회를 꾸려 1년가량 조사했고, 경남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26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의 결론은 명확하다. 구조물 시공부터 감리, 관리 등 모든 단계에서 발생한 부실로 일어난 인재(人災)다. 창원시설공단은 12차례 정기 안전점검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실제로는 육안 확인이나 과거 사진 재활용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더 충격적인 것은 지난해 9월 안전진단 업체가 ‘구조물 추락 위험성’을 경고했음에도 이를 묵살했다.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

외벽 구조물 시공업체는 하청업체에 불법으로 재하도급했고, 현장 대리인도 배치하지 않았다. 하청업체는 구조 안전성 검증을 위한 구조계산을 누락하고, 설계도와 다른 자재를 쓰고, 너트 풀림 방지 조치도 생략했다.

창원시설공단은 창원시와 위수탁 계약을 맺고 야구장 안전을 관리하기로 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 계획 수립과 인력배치, 예산확보 등의 관리체계 구축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체적 부실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하다.

책임 공방으로 보낸 1년. 꽃도 피고 야구도 돌아왔지만, 아직 그날의 책임은 여전히 빈공간으로 남아있다. 추모는 기억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끝까지 책임을 묻는 것, 이것이 진짜 추모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