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임정 초대 국무총리 이동휘 선생 후손 묘역에 고국 토양 헌정

1937년 강제 이주 비극 서린 우르겐치서 故 이콘스탄틴 님 유지 받들어

이해학 목사 “독립 정신은 인류 보편의 평화… 기억해야 비극 반복 안 돼”

[스포츠서울 | 김석재기자] 중앙아시아의 굳은 땅에 고국의 온기가 내려앉았다. 평생 민주화와 인권 운동에 헌신해 온 이해학 목사(사단법인 이육사기념사업회 이사장)가 지난 3월 25일, 우즈베키스탄 호레즘주 우르겐치에서 성재 이동휘 선생 후손들의 묘역에 고국에서 가져온 흙을 뿌리는 ‘헌토(獻土) 행사’를 거행했다.

성재 이동휘 선생(1873~1935)은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한 독립운동계의 거물이다. 군인 출신으로 무장 투쟁을 이끌었던 그는 연해주 대한국민의회를 통합 임시정부로 결집시킨 주역이었으나, 그의 가족들은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6,400km 떨어진 중앙아시아 황무지로 내몰려야 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별세한 선생의 손자, 故 이콘스탄틴 님의 간절한 유지를 받든 것이다. 생전 “부모님 묘소에 고향의 흙을 뿌려드리는 것이 소원”이라던 후손의 목소리에 우리 사회가 뒤늦게나마 응답한 셈이다. 신지영 국가보훈부 현충시설관리과장과 강창석 우즈벡키스탄 한인회장 등이 동행해 국가적 예우를 다했다.

이해학 목사는 헌토식 후 천산산맥 끝자락인 침간산에 올라 세계 평화와 한반도 통일을 기원했다. 이 목사는 최근 전 세계적인 전란의 위기를 언급하며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을 예우하는 이유는 과거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며, “독립 정신은 단순히 나라를 되찾는 것을 넘어 인류 보편의 평화와 자유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우르겐치 고려인협회를 찾아 강제 이주의 역경을 견뎌낸 동포들을 위로했다. 1937년 가축 수송 열차에 실려 온 고려인들은 영하 30도의 추위 속에서 토굴을 파며 생존해 황무지를 옥토로 일궈냈다. 이 목사는 “고려인들의 삶 자체가 살아있는 독립운동의 연장선”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역만리 땅에 뿌려진 고국의 흙 한 줌은, 갈등으로 얼어붙은 국제 사회에 ‘평화는 곧 기억에서 시작된다’는 엄중한 가르침을 던지고 있다. wawakim@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