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영업이익 10% 배분 합의로 ‘맑음’…주가도 고공행진
삼성 노조, 15% 배분 요구하며 내달 18일간 총파업 벼랑 끝 전술
반도체 라인 멈추면 최대 30조 손실…글로벌 파트너십 붕괴 우려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하는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시대 도래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올해 1분기 극적인 실적 반등을 이뤄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며 오랜 반도체 한파를 뚫고 나란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훈풍이 불어야 할 두 회사의 노사 분위기는 ‘성과급 배분’ 이슈를 놓고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노사 분위기는 그야말로 ‘맑음’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노사 간의 끈질긴 협의를 통해 회사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명문화하고, 기존에 존재하던 성과급 상한선도 과감하게 폐지했다. 비록 지난해에는 반도체 불황으로 큰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조 단위의 엄청난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확실시되면서 임직원들이 거머쥘 ‘잭팟’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성과급 지급 기준이 투명해지면서 내부 불만이 사라졌고, 이러한 긍정적인 에너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주가 상승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글로벌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내부는 짙은 먹구름이 낀 ‘폭풍전야’ 상태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체 직원의 과반수를 훌쩍 넘기는 거대 노조로 성장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사측과의 교섭 결렬을 선언하며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의 사상 첫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전삼노 측의 핵심 요구안은 현재 연봉의 50%로 제한되어 있는 성과급(OPI) 상한을 완전히 폐지하고, 경쟁사인 SK하이닉스를 뛰어넘는 전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국내 임직원 수(약 12만 8000명)를 고려하면, 1인당 평균 배분액이 수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전삼노의 파업 예고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라는 엄중한 현실을 외면한 채, 단편적인 성과급 격차에서 비롯된 상대적 박탈감에만 매몰된 무리한 쟁의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HBM 주도권마저 위협받는 위기 상황에서, 회사의 앞날은 내다보지 않고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다음 달 21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자택 앞에서 대규모 집회까지 예고해, 쟁의와 무관한 인근 주민들에게까지 심각한 피해를 강요하는 등 선을 넘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의 특성상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그 경제적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365일 24시간 미세 공정으로 가동되어야 하는 반도체 웨이퍼 생산 라인은 단 하루만 멈춰도 라인에 있는 제품을 전량 폐기해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노조가 하루 파업할 경우 발생하는 직접 손실만 약 1조 원, 파업 장기화 시 최대 30조 원의 생산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은 최대 4%가량 감소할 수 있으며, 라인이 멈춘 후 이를 다시 세팅하고 수율을 정상화하는 데만 2~3주가 추가로 소요돼 해당 부문 영업이익 타격만 최대 1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학계와 경제계는 반도체 초호황기에 터진 대규모 내부 갈등이 회사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한다. 엔비디아,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은 납기일 준수와 공급망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평가한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고객사 이탈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직결되며, 한 번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전 세계가 자국의 반도체 산업에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 내부의 극단적인 성과급 다툼이 국가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경쟁력을 뿌리째 뒤흔드는 치명적인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때다. gioia@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