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경마 황태자’ 문세영(45) 기수가 지난 3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제29회 코리안더비를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무대인 코리안더비를 마지막 경주로 선택했다. 경주마 머스킷클리버와 함께한 레이스, 6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같은 날 제1경주에서는 파카샤인으로 우승하며 마지막 승리도 챙겼다. 문 기수는 “기수로 하루하루 후회 없는 경주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스스로 정신차리고 경주하자는 압박감만 줬지, 칭찬한 적은 없다. 오늘만큼은 ‘정말 열심히 달렸고 수고했다’고 자신에게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기수라는 직업이 고독하다고 생각했는데, 뒤를 돌아보면 늘 경마 팬이 계셨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팬의 응원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이제 리딩자키라는 기억을 잊어버리고, 밑바닥부터 새롭게 올라가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001년 7월 6일 구(舊)경마교육원 20기로 경주로에 처음 선 문 기수는 데뷔 초부터 두각을 보였다. 2003년 최단기간 100승, 2008년 연간 최다승. 데뷔 10년도 되지 않아 정상급 선수로 거듭났다. 특히 2014년 박태종 기수가 2004년에 세운 1,000승 기록까지 깼다. 박 기수가 데뷔 6150일 만에 이룬 기록을 문 기수는 4789일 만에 달성했다.

2020년엔 한국경마 98년 역사 속 15번째 영예기수로 헌액됐다. 15년 경력·800승의 기본 속 조교사·동료 기수·심판·팬이 함께 평가하는 다면적 품성 심사를 통과해야 얻을 수 있다. 헌액 당시 그는 “영예기수는 기수로 마지막 관문이라 생각한다. 성공한 삶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해 3월 29일엔 하루 4승을 몰아치며 한국 경마 역사상 두 번째 통산 2000승 고지를 밟았다. 은퇴 시점 기준 통산 성적은 9615전 2055승. 역대 최다승 보유자 박 기수(2249승)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문 기수는 지난해 12월 경주 중 연쇄 낙마 사고로 흉추 골절 진단을 받았다. 치료 후 재활에 나섰지만 몸 상태가 이전같지 않다. 긴 고민 끝에 스스로 채찍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는 “부상으로 떠나게 됐지만 박수칠 때 떠날 수 있어 만족한다. 조교사로 백지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릴 설렘이 크다”라고 말했다. 오는 7월 신인 조교사로 다시 경마장에 선다. 한국마사회는 6월 공식 은퇴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kyi0486@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