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완벽한 히어로는 없다. 오히려 어딘가 부족하고, 찌질하고, 현실적이기에 더 인간적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원더풀스’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세상을 구할 운명을 타고난 영웅 대신 동네 ‘개차반’ ‘개진상’ ‘왕호구’ 모지리들이 우연히 초능력을 얻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기존 히어로물의 공식을 유쾌하게 비튼다.

‘원더풀스’는 1999년 세기말을 배경으로 한다. 종말론과 불안이 뒤섞여 있던 시대,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초능력 코믹 어드벤처다. 연출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유인식 감독이 맡았고, 배우 박은빈과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무엇보다 ‘원더풀스’의 가장 큰 차별점은 제목 그대로 ‘풀스(Fools)’에 있다. 기존 히어로물 속 주인공들이 정의감과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선한 인물들이었다면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은 그렇지 않다. 능력을 얻고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세상을 구해야 한다”가 아니라 “자랑하고 싶어 죽겠는데!”다.

누군가는 괜히 나섰다가 다칠까봐 벌벌 떨고, 또 누군가는 초능력을 이용해 생색부터 내고 싶어 한다. 위기 앞에서도 먼저 자신의 안위를 고민한다. 바로 그 현실적인 모습이 묘한 공감을 만든다. 히어로라고 해서 항상 용감할 수는 없다는 걸 ‘원더풀스’는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럼에도 결국 이야기는 익숙한 권선징악의 흐름을 놓지 않는다. 도망치고 싶고, 피하고 싶어도 끝내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게 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거창한 사명감 때문이 아니라 “그래도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선택들이다. 그래서 이들의 성장기는 더욱 인간적이다.

특히 작품은 세기말 감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1999년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 불안과 혼란, 종말론적 공기가 빌런 ‘분더킨더’와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덕분에 단순한 코미디 히어로물이 아니라 시대의 불안과 군상을 담아낸 판타지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캐릭터 플레이 역시 강점이다. 중심에는 박은빈이 있다. 극 중 인성 개차반 은채니 역을 맡아 기존의 단정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완전히 깨부순다. 예측 불가능한 행동과 능청스러운 말투로 극을 휘젓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결국 타인을 위해 움직이는 입체적인 인물을 완성했다.

최대훈과 임성재의 존재감도 뚜렷하다. 개진상 손경훈 역의 최대훈과 왕호구 강로빈 역의 임성재는 작품의 웃음을 책임지는 핵심 축이다. 특히 두 사람이 보여주는 티키타카는 ‘원더풀스’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무엇보다 최대훈은 특유의 생활형 연기로 까다로운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낸다. 어딘가 ‘폭싹 속았수다’ 속 학씨 아저씨를 떠올리게 하지만 밉지만은 않은 인간적인 면모를 더하며 극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차은우 역시 앙상블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무난하게 수행한다. 그동안 일부 작품에서 ‘연기력 논란’ 꼬리표가 따라붙기도 했지만 이번 ‘원더풀스’에서는 전체적인 팀플레이 안에서 한층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다른 배우들의 안정적인 호흡과 유인식 감독의 연출이 시너지를 낸 결과다.

여기에 작품 곳곳에 숨겨진 히어로물 오마주도 쏠쏠한 재미를 더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패러디 장면부터 이운정(차은우 분)이 착용하는 안경은 ‘슈퍼맨’ 클락 켄트를 연상시킨다. 익숙한 히어로 문법을 비틀면서도 장르 팬들이 즐길 요소들을 영리하게 녹여냈다.

‘원더풀스’는 거창한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는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고 히어로는 위대해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대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대단하진 않지만 그래도 결국 세상을 구하는 모지리 히어로들이 더욱 사랑스럽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