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1년 6개월이라는 긴 공백도 이기혁(26강원·FC)의 북중미행을 막지 못했다.
이기혁은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할 축구대표팀 26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24년 11월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은 이후 1년 6개월이 넘도록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대반전이다.
기존 왼발 센터백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의 부상 이탈이 겹친 가운데 오직 실력 하나로 ‘홍심(心)’을 뒤집었다. 이기혁은 이번시즌 강원의 핵심 수비로 활약하며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안정적인 수비에 미드필더 출신다운 탁월한 빌드업 능력을 앞세워 강원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홍 감독도 이기혁의 활약을 유심히 지켜봤다. 관건은 ‘실수 줄이기’다. 1년 6개월 전 홍 감독은 이기혁에게 후방에서 안정감을 강조한 바 있다. 공을 소유하고 압박에서 벗어나는 재주가 좋은 이기혁이 간혹 무리한 동작으로 공을 빼앗겨 위기를 자초하는 약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기혁도 이 점을 유의해 최근 실수를 최소화하면서 장점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홍 감독 역시 이기혁의 변화를 감지, 과감하게 발탁했다.
홍 감독이 주목한 또 다른 장점은 ‘멀티 능력’. 이기혁은 2024년 당시 강원 수석코치였던 정경호 감독의 주도 아래 미드필더에서 센터백으로 포지션을 전환했다. 이후 상황에 따라 레프트백, 중앙 미드필더를 오가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스리백은 물론이고 포백에서도 기존 센터백 이상의 기량을 발휘하며 수비수로 정착했다.

월드컵 같은 단기 대회에선 멀티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경기 중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에 이기혁 같은 유형의 자원은 꼭 필요하다. 홍 감독이 이기혁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다. 홍 감독은 이기혁을 스리백의 왼쪽 스토퍼로 선발했지만, 미드필더 기용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치진 대다수가 이기혁의 최근 경기력, 활용 가치 등을 종합해 선발에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게 이기혁의 북중미행이 성사됐다.
여러 배경을 살펴봐도 이기혁의 월드컵 태극마크는 상상의 영역을 벗어나는 반전이다. 실제 이번시즌 개막 시점까지만 해도 이기혁은 월드컵 출전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시즌 시작하기 전엔 솔직히 기대감이 없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4년 전 카타르 대회만 해도 최종 명단에 들어간 이들 모두 직전 A매치나 훈련에 참가했다. 이기혁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뒤집기로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도민구단인 강원 소속 최초의 월드컵 멤버가 된 것도 의미가 크다. 상대적으로 환경이 열악하지만, 이번시즌 강원이 보인 혁신적인 경기력을 주도한 이기혁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은 셈이다. 그는 “간절하고 절실하게 월드컵을 목표로 준비했다. 누구보다 간절하게 뛰겠다. 대표선수답게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