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사포판=김용일 기자] 축구대표팀 ‘홍명보호’가 해냈다. 체코와 치른 운명의 월드컵 첫판에서 역전승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에 있는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체코와 경기에서 후반 선제골을 내주고도 황인범, 오현규의 연속포로 2-1 뒤집기 승리를 따냈다.

한국은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2-0 승리한 ‘홈 팀’ 멕시코와 A조에서 나란히 승점 3을 안고 출발했다. 32강 토너먼트 진출에 확신을 품게 됐다.

2014년 브라질 대회 당시 사령탑으로 나섰으나 1무2패로 눈물을 흘린 홍 감독은 지도자 커리어 두 번째 월드컵 도전에서 마침내 첫 승리를 따냈다.

홍명보 감독은 스리백 카드를 예상대로 꺼내들었다. 손흥민이 최전방에 선 가운데 이재성과 이강인이 좌우 윙포워드로 출격했다. 중원은 황인범과 백승호가 호흡을 맞췄다. 좌우 윙백은 이태석과 설영우가 나섰고, 스리백은 이기혁~김민재~이한범으로 구성했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체코 역시 기존 스리백을 유지했다. 파트리크 시크가 원톱으로 나섰다. 파벨 슐츠와 루카시 프로보드가 좌우 측면에 섰고, 알렉산드르 소이카와 토마시 소우체크가 중원을 지켰다. 윙백은 야로슬라프 젤레니와 블라디미르 초우팔이 배치된 가운데 스리백은 라디슬라프 크레이치, 로빈 흐라냐치, 슈테판 찰루펙이다. 골키퍼 장갑은 마체이 코바르시가 꼈다.

장내는 한국의 홈 분위기였다. 멕시코 팬이 어우러져 체코가 공을 잡으면 야유가 거세게 나왔다. 한국이 공세를 펼치면 “꼬레아~”를 외쳐댔다.

체코는 킥오프 2분도 안 돼 롱패스를 네 번이나 시도하는 등 장신군단답게 공중전을 펼쳤다. 그러나 김민재가 이끄는 수비진이 안정적으로 제어했다.

전반 3분 이기혁이 장기인 왼발 침투 패스를 보냈다. 손흥민이 뒷공간을 파고들어 잡았는데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그러나 이 패스를 기점으로 한국은 매섭게 체코를 몰아붙였다. 중심은 이강인. 3분 뒤 그가 중앙으로 움직이며 왼발 전환 패스를 뿌렸다. 윙백 이태석이 이어받아 크로스했는데 체코 수비진이 가까스로 걷어냈다. 2분 뒤에도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개인 전술로 체코를 무너뜨린 뒤 크레이치로부터 프리킥을 얻어내는 등 수비에 조금씩 균열을 냈다.

한국은 의도대로 윙어의 중앙 지향적 움직임 속 윙백의 뒷공간 침투가 갈수록 살아났다. 전반 11분 찰루펙이 수비진에서 실수를 범하는 등 체코는 당황했다.

전반 12분 이강인이 다시 중앙으로 움직이다가 뒷공간으로 칼날 같은 패스를 보냈다. 이재성이 따낸 뒤 혼전 상황이 됐다. 흐른 공을 손흥민이 따내 왼발 슛했는데 수비 몸에 맞고 물러났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는 수비수 이한범이 매서운 헤더 슛으로 체코를 위협했다.

한국은 이강인이 2분 뒤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날카로운 왼발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체코 수문장 코바르시가 몸을 던져 쳐냈다. 이후에도 그의 줄기찬 전환 패스를 앞세워 공세를 지속했는데 결정적인 슛 기회가 없었다.

체코는 지속해서 후방 긴 패스를 통해 세컨드볼을 따거나 공을 잡았을 때 크로스, 세트피스를 유도하며 높이로 승부했다. 전반 22분 소이카의 코너킥 때 소우체크가 헤더 슛을 시도했으나 한국 수비진이 막아섰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이후 이강인은 프리롤처럼 뛰었다. 한국이 공격을 계속 주도했다. 전반 38분 손흥민이 이재성의 전진 패스를 받아 오른발 중거리 슛을 때렸는데 공은 골문 위로 떴다.

손흥민은 2분 뒤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김민재가 번개같이 하프라인까지 전진해 볼을 차단한 뒤 손흥민에게 연결했다. 미드필드 중앙에서 왼쪽으로 드리블한 그는 체코 수비를 따돌리고 왼발 인프런트로 감아 찼다. 공은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장내에 탄식이 흘렀다.

전반 추가 시간에도 손흥민은 이태석의 왼쪽 컷백을 넘어지며 슛으로 연결했지만 골과 거리가 멀었다.

후반 들어 한국은 공격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후반 4분 황인범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아 노마크 슛을 때렸다. 체코 골키퍼가 쳐냈는데 이재성이 왼발 리바운드 슛을 시도한 게 가로 막혔다.

후반 10분엔 또다시 손흥민이 이재성의 감각적인 왼발 논스톱 뒷공간 패스를 받았다. 골대 왼쪽에서 골키퍼와 맞섰는데 왼발 슛이 다시 막혔다.

좀처럼 체코 골망을 흔들지 못한 한국은 3분 뒤 체코의 공중전에서 허탈하게 선제 실점했다. 스로인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초우팔이 길게 넣은 공을 공격에 가담한 크레이치가 머리로 받아넣었다. 집중력을 발휘하며 체코 공중전을 제어한 수비진이 크레이치의 동선을 놓쳤다.

한국은 후반 17분 이재성 대신 황희찬이 들어가며 반격했다. 체코도 아담 홀로제크, 토마스 호리, 미할 사딜레크가 교체로 내보내며 전방에 변화를 줬다.

주눅 들지 않고 맞선 한국은 5분 뒤 기회를 잡았다. 이강인이 중앙에서 또 한 번 뒷공간 패스를 넣었다. 황인범이 잡아냈고 수비와 골키퍼의 전진을 침칙하게 따돌린 뒤 오른발 감아 차기 슛을 시도했다. 공이 골문으로 향했는데 체코 수비수가 따라갔으나 동점골로 연결됐다. 아크론 스타디움 내 함성이 쩌렁대게 울렸다.

한국은 동점골 직후 오현규, 엄지성이 투입돼 공세를 이어갔다. 후반 32분 체코의 프리킥 상황에서 수첵에게 머리로 한 방을 허용했는데, 다행히 오프사이드 반칙이 선언됐다.

안도의 한숨을 쉰 한국은 후반 35분 집념의 역전골을 터뜨렸다. 백승호가 오른쪽 측면에서 찔러준 공을 황인범이 이어받아 골문 앞으로 낮게 깔아찼다. 오현규가 달려들며 골문을 갈랐다. 극적으로 점수를 뒤집었다.

한국은 후반 38분 또다시 스로인 상황에서 홀로제크에게 노마크를 허용했는데, 이번엔 김승규 골키퍼가 특유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선방했다. 후반 추가 시간 체코의 역습 땐 사딜레크에게 오른발 노마크 슛을 허용했는데 다시 김승규가 몸을 던지며 선방했다.

결국 승리의 여신은 한국의 손을 들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