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사포판=김용일 기자] “인터뷰 안 나가고 첫 경기에 집중하고 싶어요.”

축구대표팀의 ‘홍명보호’ 수비진의 대체 불가 자원인 ‘괴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지난달 29일(한국시간) 월드컵 사전 캠프지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입성한 뒤 축구협회 미디어 담당관에게 정중하게 이런 뜻을 전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기간 태극전사는 미국 캠프부터 공식 훈련에 앞서 1명의 선수가 인터뷰이로 취재진과 마주한다. 대체로 ‘캡틴’ 손흥민(LAFC)을 비롯해 이재성(마인츠) 황인범(페예노르트) 등 포지션별 간판급 또는 베테랑이 나온다. 그런데 김민재는 월드컵 기간 인터뷰 자리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난 12일 멕시코 사포판의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끝난 대회 조별리그 A조 1차전 체코전(한국 2-1 승) 승리 이후에도 말을 아꼈다. 평소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성향은 아니지만 일부러 피하지도 않는다. 그런 그가 이번 월드컵 때 유독 인터뷰를 고사하는 데엔 남모를 이유도 있겠지만 오로지 경기력으로만 평가받고 싶은 의지가 강해 보인다.

김민재는 지난 3월 유럽 원정 2연전 당시 대표팀의 스리백 전술이 과도기에 놓이면서 코트디부아르에 0-4 대패할 때 누구보다 마음에 짐을 안았다. 수비 파트너를 향한 비판 목소리가 컸지만, 베테랑으로 책임감을 느꼈다.

특히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도 대표팀의 수비 조직력에 대한 물음표가 끊이지 않았다. 김민재로서는 공식 석상에서 말보다 자기 컨디션을 물론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데만 몰입하고 싶었을게다. 미디어 담당관도 마음을 이해하고 취재진에 양해를 구했다.

진심이 통했을까. 김민재는 체코전의 숨은 히어로였다. 1골 1도움의 황인범, 결승골의 오현규(베식타스)가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았지만 김민재의 괴물 같은 수비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홍명보 감독이 왼쪽 스토퍼 이기혁(강원)을 중심으로 사전 캠프 평가전부터 변칙 스리백을 가동, 이전보다 수비 전술의 유연성이 생기면서 김민재의 장점도 살아났다. 기존 플랫한 스리백 상황에서는 김민재가 최종 커버 역할에 주력했다. 체코전에서 봤듯 공세 시 포백 형태로 전환하고 황인범, 백승호(버밍엄) 등 중원 자원이 후방을 유기적으로 커버하면서 김민재의 활동 반경도 넓어졌다. 체코전 전반 39분 동료가 후방으로 내려온 뒤 김민재가 하프라인까지 전진, 특유의 공격적인 수비로 공을 따낸 뒤 손흥민에게 연결해 왼발 슛을 끌어낸 게 대표적이다.

축구 통계업체 ‘풋몹’이 공개한 히트맵만 봐도 김민재는 수비 전 지역, 2선까지 고르게 누볐다. 또 패스 성공률 94%(54회 시도 51회 성공), 기회 창출 2회를 기록했다. 완벽한 대인방어는 기본. ‘장신 군단’ 체코의 공중전에 맞서 공중볼 경합을 5회 시도했는데 4회나 따냈다. 상대 경계 대상 1위였던 원톱 파트리크 시크(레버쿠젠)가 볼터치 11차례, 공중볼 경합에서 단 1회 성공(4회 시도)에 그칠 정도로 김민재 앞에서 무기력했다.

김민재는 월드컵을 통해 다시 주가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독일 뮌헨 기반 일간지 ‘TZ’는 체코전을 앞두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스카우트가 김민재의 월드컵 활약을 주시하고 있다’며 ‘레드 데블스(애칭) 외에 다른 팀도 관심이 있다’고 보도했다.

김민재는 지난시즌 뮌헨에서 다요 우파메카노, 요나탄 타와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센터백 3옵션이었다. 여전히 뮌헨은 그와 동행을 원하지만, 월드컵 활약에 따라 또다른 미래가 열릴 수도 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