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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한국의 가슴 아픈 입양 역사가 한 명의 야구 선수로 다시 한 번 조명 받고 있다. 현지 주력 언론 뉴욕타임스는 지난 6일(한국시간) 한인 입양아 출신인 미국 야구 선수 로버트 레프스나이더(23·한국명 김정태)를 소개하며 입양 사회에 대해 전했다. 레프스나이더는 미국 최고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의 차세대 2루수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 출생의 레프스나이더는 태어난 지 5개월만인 지난 1991년, 누나와 함께 미국으로 입양됐다. 한국에서의 이름은 김정태였다. 레프스나이더는 5세 때 본인이 입양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누나에게 부모와 본인의 생김새가 다른 이유를 물었고, 누나는 “우리는 입양됐다”고 말했다. 입양아로서의 미국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 소질이 있었던 그는 미식축구와 농구, 야구를 섭렵했지만 친구들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며 조롱했다. 그는 “어렸을 때 많은 친구들이 내 외모와 인종 문제를 가지고 놀려댔다. 끔찍한 일들이 많았다. 역경을 헤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의 방식을 찾았다. 입양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주변의 시선을 헤쳐 나가는 법을 배웠다. 그는 “내 이름은 내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입양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내 가족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내 가정생활은 항상 편안했다. 앞으로도 입양 사실을 숨기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레프스나이더의 부모는 그의 스포츠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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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스나이더는 애리조나 대학 재학 시절, 진로를 야구로 굳혔다. 2012년 미국 대학야구 월드시리즈에서 타율 0.476을 기록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그는 프로선수로 발전했다. 같은해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에서 양키스의 지명을 받았고 마이너리그 2시즌 동안 타율 0.297, 출루율 0.389를 기록했다. 그는 최근 양키스의 스프링캠프에 초청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레프스나이더는 양키스의 주축 2루수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로빈슨 카노와 브렛 가드너와 경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레프스나이더의 성공사례는 미국 입양 사회에 적잖은 감동을 던져주고 있다. 이미 수 많은 입양가족 구성원들이 편지와 이메일을 보냈다.
레프스나이더는 생모를 찾을 계획이 없다. 주변에선 레프스나이더에게 생모·생부를 찾아주겠다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그는 고개를 젓고 있다. 그는 “(미국인)어머니가 생모를 찾길 원한다면 찾으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때 어머니께 싫은 일을 강요하지 말아달라고 전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가족들과 한국을 방문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고 말했다. 레프스나이더의 어머니는 “레프스나이더가 생모를 찾게 된다면, 나는 그녀를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소중한 선물을 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 1953년부터 2006년까지 최소 15만명의 아기들을 다른 나라로 입양시켰다. 이 가운데 10만 4000여명의 아기들이 미국으로 입양됐다. 레프스나이더가 입양된 1991년엔 1800여명의 아기들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가슴 아픈 역사다.
김경윤기자 bicycle@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