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볼프스부르크
레버쿠젠 공격수 손흥민이 14일 오후(한국시간) 홈구장인 바이 아레나에서 열린 2014~201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1라운드 볼프스부르크와 경기에서 상대와 공중볼 다툼하고 있다. 캡처 | 레버쿠젠 홈페이지

[스포츠서울]또 한 번 독일 내 ‘손세이셔널’ 열풍이 불어닥쳤다. 한국 축구의 ‘기둥’ 손흥민(23·레버쿠젠)은 15일(한국시간) 홈구장인 바이 아레나에서 끝난 2014~201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1라운드 볼프스부르크와 홈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쏘아 올렸다. 수비진 붕괴로 팀이 4-5 분패를 당해 빛을 잃었지만, 시즌 12, 13, 14호 골에 연달아 성공했다. 프로 5년 차로 자신의 한 시즌 최다 득점(12골) 기록을 경신한 그는 아시아 선수 최고 골잡이의 위용을 과시했다. 특히 이날 3골은 아버지 손웅정씨 밑에서 남다르게 축구를 수학한 손흥민만의 비기(秘器)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운이 좋거나, 몰아치기 능하다는 평가가 아니다. 터질 때 봇물 터지듯 나오는 손흥민의 골 본능은 철저히 준비된 훈련에서 비롯됐다.

◇비기1:실전이든 연습이든…매 순간 골키퍼 움직임 놓치지 않는다
0-3으로 뒤진 후반 12분. 모두가 행운이라고 여겼으나 아들을 바라본 아버지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을지 모른다. 카림 벨라라비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때린 슛을 상대 골키퍼인 디에고 베나글리오가 제대로 잡지 못했다. 공은 흘렀다. 이때 손흥민은 문전에서 재빠르게 달려들어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벨라라비의 평범한 땅볼 슛이었고, 골키퍼가 각을 좁힌 상황에서 쉽게 잡으리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끝까지 공과 골키퍼를 주시했고, 틈을 놓치지 않았다. 스승인 아버지 손씨는 늘 아들을 지도할 때 골키퍼의 마지막 순간을 주시할 것을 강조했다. 분데스리가에서 잘 나갈 때도 늘 비시즌에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경기 영상을 보며 정상급 골잡이가 골키퍼와 마주했을 때 상황을 분석했다고 한다. 일대일 상황에서 상대 골키퍼를 벗겨내는 것 뿐 아니라 실수를 고려해 가까이서 움직이는 것까지 연구했다. 어릴 때부터 가벼운 미니게임을 할 때도 골키퍼의 크고 작은 동작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대충 잡겠지’라고 생각할 때면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골키퍼의 플레이가 마무리 될 때까지 민첩하게 움직이다 보면 한 두 골을 더 해낼 수 있다.

손웅정-교육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오른쪽). 손웅정축구아카데미의 총감독인 그가 공지천에서 유소년들을 지도하고 있다. 제공 | 손웅정축구아카데미

◇비기2:지긋지긋한 기본기 훈련…남다른 퍼스트 터치를 낳는다
두 번째 골은 손흥민의 땀이 만들어낸 장면이다. 1-3으로 뒤진 후반 17분 후방에서 넘어온 긴 패스를 이어받아 상대 수비를 제쳤다. 튀어나온 골키퍼의 움직임을 보고 재치 있게 오른발로 차 넣었다. 언뜻 보기엔 손흥민의 순간 판단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준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높게 평가받아 할 점은 공의 궤적에 따라 빠르게 전진하는 동작에서 간결하게 퍼스트 터치에 성공한 점이다. 손씨는 아들이 만 18세가 되기 전까지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 슛 훈련보다 볼 컨트롤과 드리블 등 기본기 훈련을 반복하는 데 주력했다. “무리하게 청소년 때 슛 훈련을 하다 보면 성인이 돼서 무릎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아 내림세를 보인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재미가 없어도 중학생 때까지 기본기를 반복해야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손흥민은 역대 한국 선수 중 가장 완성도 있는 기본기를 지녔다는 평가. 5년 전 함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넣을 때도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절묘하게 돌려세워 골키퍼 키를 넘겼다. 어린 나이에도 유난히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하는 건 숙련된 기본기가 밑바탕이다. 두 번째 골은 보이지 않는 그만의 퍼스트 터치가 결정적이었다.

◇비기3:하루 1000개 슛 반복…무시무시한 ‘손흥민 존’이 탄생한다
해트트릭의 완성은 후반 23분 페널티 아크 오른쪽에서 수비수를 제치고 강력한 왼발 슛으로 해냈다. 페널티박스 사각지대는 ‘발에 걸리기만 하면 들어간다’는 손흥민 존(Zone)이다. 분데스리가 진출 이후 가장 많이 골을 넣은 지점이기도 하다. 프로가 돼서야 본격적인 슛 훈련에 매진한 그는 아버지와 춘천 공지천에서 하루 1000개 이상의 슛을 때렸다. 특히 사각지대에선 짧게 끊어 감아 차는 기술은 아버지가 유독 강조한 부분이다. 손 씨는 “골키퍼가 가제트 팔이 아닌 이상 사각지대에서 정확히 감아 차면 알아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전에서 해당 위치에 공이 놓이면 저절로 슛 감각이 살아나도록 애썼다. 또 특정 발만 사용하는 게 아닌 양발을 고루 사용하도록 했다. 두 자릿수 골을 넣은 지난 두 시즌 22골 중 왼발 9골, 오른발 10골을 기록한 비결이기도 하다. 이날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았을 때도 본능적으로 전진 드리블 하다가 왼쪽으로 접었다. 상대 수비가 막지 못하면서 왼발 슛을 할 수 있는 각을 만든 것이다. 순간 손흥민에게 내재된 골 감각이 제대로 발휘됐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