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한화이글스 이동걸, 잘했죠~
‘2015 KBO 리그’ SK 와이번스-한화 이글스[스포츠서울]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2015 KBO 리그’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SK는 김광현을, 한화는 송창식을 선발로 내세웠다.한화 김성근 감독이 SK를 7-6으로 물리치고 이날 경기의 히어로인 이동걸, 김경언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대전 | 이주상기자.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참 오래 걸렸다. 지난 2007년 프로무대를 밟은 한화 이동걸(32)이 25일 대전 SK전에서 감격스런 데뷔 후 첫 승을 기록했다. 무려 9년을 기다려온 1승이다. 이동걸은 2-4로 뒤진 7회 1사 만루에 마운드에 올라 2.2이닝 동안 1실점해 팀의 7-6 끝내기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동걸은 경기 후 스포츠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담담하게 첫 승의 소감을 밝혔다. ‘9년 간 승리를 하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겠다. 그동안 야구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저 야구가 좋았다. 점수 차가 크게 나는(패전처리) 경기라도 간절하게 공을 던지고 싶었다. 야구를 시작한 뒤 한 번도 유니폼을 스스로 벗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9년 동안 첫 승을 하는 날을 꿈꿔왔는데 아직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라며 웃었다.

이동걸은 무명선수다. 그는 2007년 삼성에 입단한 뒤 ‘그저 그런 선수’로 선수 생명을 이어갔다. 프로 첫해인 2008년 1군에서 고작 1이닝을 던졌고 군 복무 이후인 2011년엔 2경기 1.1이닝, 2012년엔 1경기 1이닝을 던졌다. 그는 2013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 유니폼을 입었는데, 지난해에도 8경기에 출전해 1패 방어율 4.50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매년 선수단 정리 기간엔 방출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했고, 변변찮은 연봉 협상의 기회도 갖지 못했다. 올해 연봉은 3500만원. 프로야구 최저 연봉(2700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동걸은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힘든 시기를 견뎌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했다”고 말했다. 유명세와 거리가 멀었던 이동걸은 올시즌 뜻하지 않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동걸은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에서 상대탬 황재균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져 빈볼 투구에 의한 퇴장을 당했다. 1군 첫 등판에서 빈볼을 던져야 했던 기구한 사연에 많은 팬들은 비난의 목소리와 동정표를 동시에 던졌다.

이동걸
‘2015 KBO 리그’ SK 와이번스-한화 이글스[스포츠서울]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2015 KBO 리그’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SK는 김광현을, 한화는 송창식을 선발로 내세웠다. 이동걸이 역투하고 있다. 이동걸은 김경언의 9회말 끝내기 안타로 승리투수가 됐다.대전 | 이주상기자.rainbow@sportsseoul.com


참 아팠다. 빈볼을 던지는 과정과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이동걸의 가슴을 후벼 팠다. 이동걸은 데뷔 후 9년 동안 1군에서 고작 24경기, 41.1이닝만 소화했다. 대부분 패전처리로 나선 경기였다. 하지만 그에겐 참 소중한 시간이었다. 누구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투구였지만 그에겐 일구일구가 참 귀중했다. 하지만 그는 올시즌 첫 1군 등판 경기에서 빈볼을 던져야 했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에선 5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징계를 사라지게 하려면 그를 1군에 포함시킨 상태에서 5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올시즌 그의 1군 무대는 모두 사라지는 듯했다. 이동걸은 주저앉지 않았다. 한화는 이동걸을 엔트리에 포함시켜 징계 족쇄를 풀어줬다. 이동걸은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는데, 김성근 감독님이 따뜻하게 안아주셨다. 나는 1군에 계속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징계기간 동안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주셨다. 계속 출전 준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셨다”고 말했다. 이동걸은 “패배가 확실한 경기라도 1군 마운드에 오르게 되면 간절하게 던지고 싶었다. 오늘 경기에서도 그리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간절한 마음을 담아 공을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도 경기 흐름이 SK쪽으로 넘어간 상태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이동걸은 온 힘을 담아 공을 던졌고, 동료들은 9회말 끝내기 승리를 만들어줬다. 이날 경기의 공은 이동걸에게 전달됐다. 그가 받은 첫 승 구였다.

이동걸과 전화통화 도중 수많은 메시지 수신음이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그의 첫 승을 축하하는 후배들과 가족들의 메시지였다. 이동걸은 “(삼성 2군 구장인) 경산에서 같이 땀을 흘렸던 후배들과 (한화 2군 구장인)서산에서 함께 생활했던 후배들에게 많은 메시지가 오고 있다. 다들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더라. 그들에게 너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 오늘이 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직 부모님과 전화통화를 못했다는 이동걸은 “아마 TV를 보고 좋아하고 계시겠죠”라고 말했다.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김경윤기자 bicycl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