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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누보 풍으로 건설된 아름다운 항구도시 올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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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르는 높은 산으로부터 바로 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곳곳에 전망대가 많다. 사진은 올레순 전망대.


[스포츠서울]길이 막혔다. 그리고 50분 후 우린, 마지막 페리마저 놓쳤다. 기가 막혔다.

정말 눈이 캄캄했다. 노르웨이 중서부 롬스달 주 예이랑에르 피오르까지 가는 육로는 두 개다. 그 중 하나가 통제됐다. 그로티 정상에서 예이랑에르로 내려가는 E60번 도로. 이정표에는 테이프로 커다란 엑스(×)자가 그려져 있다. 영동고속도로와는 달리 겨우내 내린 눈을 치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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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중늙은이 한국인들은 도로차단표지를 발견한 후 한동안 넋을 잃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이 길이 막히면 산 아래로 내려가 페리를 두 번이나 타고 물을 건너야 예이랑에르(Geiranger)로 갈 수 있다. 그런데 과연 마지막 배가 있을까. 지금 시각은 오후 6시. 여전히 날은 밝다. 해가 지려면 아직도 서너 시간이 남았다. 신형 볼보 S60은 구곡양장의 길을 쉼없이 내달렸다.

지난 5월, ‘북으로 향한 길’이란 뜻을 가진 노르웨이(Norway)의 북쪽 해안길을 자동차로 여행했다. 크리스티안순에서 몰데, 예이랑에르, 로엔, 올레순 등 절경을 자랑하는 노르웨이 중서부 구석구석을 직접 찾아다니는 맛, 배도 놓치고 길도 막히고, 좌절하기 앞서 당장 지도를 놓고 고민하고. 이것이 바로 북유럽 노르웨이 렌터카 여행의 짜릿한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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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르를 오가는 페리, 몰데 구간은 거의 전철만큼 자주 다닌다.

◇미싱 인 액션, 노르웨이 편
당최 믿기지가 않았다. 춘래불사춘이라지만 그래도 5월인데…. 눈 때문에 길이 막히다니

차에 내장된 내비게이션과 구글맵을 의지하고 페리에 오르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렸다. 구글맵을 보면 믿기지도 않을 만큼 꼬부랑길의 여정이다. 자간을 떼지 않고 아랍 문자를 쓴다거나 태국 문자로 내 이름을 갈겨 쓴 것처럼 생긴 도로를 모두 지나야 스트린, 거기서 또 한참을 달려야 헬레실트 선착장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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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내비게이션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로는 우릴 배반했다.


길도 그렇지만 노르웨이의 터널이란 것도 무척 우습다. 기이하거나 이색적인 것으로 따지자면 ‘노르웨이의 숲’은 터널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다. 터널 안에 급커브는 물론이며 급경사도 있다. 게다가 우리처럼 편도가 아니라 죄다 좁은 교행 터널이다. 터널이 다시 다른 터널을 만나는 합류지점과 터널 속 지하 로터리, 신호등을 만나게 되면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페리는 끊겼다. 저 배는 멀리 떠나고 물만 출렁거렸다.

마지막 선택은 예이랑에르로의 복귀를 포기하고 다시 스트륀으로 돌아가 1박에 20만원 하는 싸구려(?) 호텔을 잡고 잠을 자느냐, 아니면 혹여 남아있을 페리를 타기 위해 스트란다 선착장으로 달려보느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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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알려주는 친절한 노르웨이 국민들. 하지만 그들의 대답은 “배가 끊겼을텐데”였다.


인생에 대한 특별한 기대가 없었는지 늙은 남자 넷은 일단 스트란다(Stranda)까지 가보는 것으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아무리 외국이고 사정이 급했다지만 우린 엄청난 과속을 했다. 도로에 차는 별로 없었고 그래서 더욱 불안했다.

드디어 선착장이 보였다. 모두 아이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새하얀, 너무도 순결한 페리 한 척이 들어오고 있었다. 저 배는 분명히 다시 나갈 것이고 그럼 적어도 우린 린게(Linge)까지는 갈 수 있다(배는 두 번 타야 한다). 선장은 우리에게 희망의 소식을 안겨줬다. 린게에서 아이드스달(Eidsdal)까지 아직 배가 남아 있다. 너희는 해가 질 때쯤(해는 오후 10시가 넘어야 진다.) 예이랑에르에 도착할 것이란 내용이다.

환호를 질렀고 기쁨은 곧 허기로 바뀌었다. 우린 선창가 수퍼마켓에 가서 이젠 더이상 팔 상대가 없는 마지막 핫도그와 콜라를 마음껏 먹었다. 배 안에서 우린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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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데 뒷산에서 바라본 222개 만년설 연봉.



◇산넘어 산, 우여곡절 드라이브 여행
사실 우리 일행이 길을 놓친 것은 좀더 색다른 경치를 찾아 국립공원 쪽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조난(?)을 당하기 꼭 하루 전. 아무도 세어보지는 않겠지만 222개의 거대한 연봉이 있는 몰데에서 어머어마한 일몰의 경관을 보고 너무도 흥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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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해질녘. 사실은 오후 10시가 넘었을 때다.


“이런 게 또 있겠지.” 누군가 그렇게 말했고 모두 동의했다. 이 순간 만큼은 모두 아문젠이 됐고 마젤란, 바스코 다 가마가 됐다. 지도를 보니 굉장히 어려운 이름(Dovrefjell-Sunndalsfjella)이 있고 그 뒤에 ‘국립공원’이라 적혀 있는 쪽이 무척 구미가 당겼다. 그때만 해도 우린 몰랐다. 이름만큼 어려운 여정이 될지를.

오프달(Oppdal)에서 점심을 먹었다. 직접 들어가지 않는 한, 언덕에서 바라보는 국립공원은 별로였고 길은 재미있었다. 아주 좋은 캠핑장이 굉장히 평범한 곳에 있었는데 관리실에는 아무도 없어서 커피를 살 수도 없었다. 영화에선 이런 장소에 꼭 살인마가 나타나지만, 현실 속에선 허름한 행색의 동양인 네명이 나타나 소변을 보고 커피 머신을 보고 욕을 했을 뿐이다. 아마도 모든 풍광이 멋진 노르웨이에서 국립공원은 가장 경관이 좋지 않은 곳으로 지정해 관광객을 유입하려는 정책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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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역시 봄이 왔지만 내륙으로 가면 아직 설원이다.


오프달은 정말 추운 동네다. 해양성 기후의 해안가와는 달리 서늘하다. 커피를 따라주던 웨이트리스 ‘마르티’는 저녁엔 눈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행 중 한 명이 친절한 그녀에게 농을 걸며 혼을 빼놓는 동안, 우리는 컵라면에 커피머신의 물을 부었다. 미지근한 컵라면과 역시 상온에 가까운 커피, 그리고 길고 말라빠진 핫도그로 해결한 점심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오프달으로부터 우린 서서히 해발고도가 높아짐을 느꼈다. 차는 줄어들었고 땅은 하얗게 변했다. 하얀 눈봉우리를 두른 산들 사이로 차를 달렸다.

오따(Otta)에서 롬(Lom)을 들러 오래된 목조 교회를 보고난 후, ‘마젤란’ 4명은 평범한 여행객으로 돌아갔다. “슬슬 갑시다.”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이들이 마르티의 예언처럼 눈발 펑펑 날리는 산악도로를 달려 그로티(Groti) 갈림길에 이르렀을 때 앞서 언급한 도로차단표지를 발견했다.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 그들은 순식간에 본의와 상관없이 모두 피어리(R.Peary·최초의 미국인 북극탐험가)의 대원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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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이랑에르 피오르. 뭐라 사진설명을 쓰기도 미안해질만큼 대단한 풍경이다.



◇방랑자의 휴식처, 예이랑에르
해가 저물기 전 극적으로 도착한 예이랑에르는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짙뿌연 안개 속에 싸여있지만 절벽에서 바라본 피오르와 영롱한 불빛을 발하고 있는 작은 마을. 조금만 더 내려가면 아늑한 호텔에서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다. 꼭지를 반만 돌려도 펑펑 쏟아지는 뜨거운 물과 몸을 둘둘 말아도 좋은 큰 수건, 게다가 연어를 차린 조식뷔페도 있을테지. 이날 노르웨이 피오르 관광청 담당자로부터 꾸중을 듣긴 했지만, 대신 굉장히 행복한 잠을 잘 수 있었다.

아침은 더욱 화사했다. 오슬로에서부터 시작한 궂은 날씨는 이제 끝나는 듯 했다. 살짝 구름을 두른 새파란 하늘에다 젤 타입인 듯 거의 흔들리지 않는 피오르의 물. 아름다운 마을이 창밖으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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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 아래 예이랑에르 마을을 오가는 페리가 개미만큼 작게 보인다.


피오르가 이토록 아름다운지 새삼 다시 한번 느꼈다. 잘 알려졌다시피 노르웨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피오르다. 빙하기 이후 웬만한 산보다 더 큰 빙산이 서서히 내려오면서 땅을 긁어내 생겨난 침식지형이다. 그 빙산이 얼마나 거대한지 상상해보라. 실감하려면 직접 피오르를 봐야 한다. 빙하가 긁어내고 남은 땅은 높이가 무려 1000m가 넘고, 패인 협곡의 깊이 역시 수백 미터에 이른다.

빙하기 한창 때 그 두께만 해도 수 천 미터에 이르렀다니 그 빙산으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만든다면 아마도 지구상 모든 목마르고 더운 이들에게 모두 한 잔 이상씩 만들어 줄 수 있을 양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예이랑에르는 역시 대단한 곳이다. 깎아지른 듯 높은 산으로부터 바닥이 보이지 않을만큼 깊은 협곡까지 수직으로 떨어진다. 그 아래를 페리가 지나는데 전망대에서 보자면 무슨 소금쟁이 만큼 작게 느껴진다. 마을 뒷편 플뤼달슈베트 전망대에 오르면 아찔한 수직 절벽이 피오르를 굽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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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이랑에르 마을 뒷편에 가면 깎아지른 절벽이 줄줄이 섰다.


실수로 뭔가를 떨어뜨리면 그 물건의 가격과 중요성이 생각난 다음에야 부서지는 소릴 들을 수 있을 만큼 높다. 일행 중 용감한 이가 사진촬영을 위해 절벽 위에 섰다. 괜히 내 다리가 덜덜 떨리고 발바닥이 주먹처럼 모아진다.

거대한 자연의 위용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미약함. 이곳에 오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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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틱 로드는 국내 타이어회사의 CF에 등장하는 바람에 꽤 유명해졌다.


◇아! 아틀란틱 로드
길을 잃기 이틀 전 우린 아틀란틱 로드를 달리고 있었다. 한국인에게도 꽤나 유명한 길이다.

노르웨이를 지도에서 찾아보면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북해와 인접한 굉장히 길쭉한 곳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북단, 정말 북쪽으로 뻗은 길처럼 생겼다.
게다가 피오르 지형이라 말 갈기처럼 울퉁불퉁하다. 그곳에 길이 있다. 가장 매력적인 구간은 바로 아틀란틱 로드(Atlantik Road)다.

섬과 반도 위를 굽이치며 바다를 지나는 길. 몇 해 전 한국타이어 CF에서 성난 노도를 맞으며 거친 울음소릴 내던 차는 나를 태우고 현실의 아틀란틱 로드를 달리고 있었다.

크리스티안순(KristianSund)으로부터 북쪽으로 30㎞ 정도 떨어진 헨드홀멘 섬으로부터 베방까지 작은 섬과 육지를 잇는 7개의 다리를 갖춘 64번 도로. 총 9㎞ 길이의 이 길 전부를 따로 떼 ‘아틀란틱 로드(Atlanterhavsveien)’라 부르지만 사실 최고 포인트는 ‘스토르세이순데트 다리(앞서 국립공원의 이름처럼 한번에 못 외운다에 손모가지를 걸어도 좋다)’다. 곡선을 그리며 하늘로 치솟은 다음 다시 급하게 떨어지는 다리. 그저 교량이라 부르기 미안할 정도로 위풍당당한 구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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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를 따라 북극으로 오르는 길,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아틀란틱로드.


사실 노르웨이 곳곳을 다니며 웅장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실컷 감상했다. 하지만 인공물 중에선 가장 근사한 것이 바로 아틀란틱 로드다. 대자연을 가로지르는 환상적인 도로. 나는 개인적으로 이 길을 달려보기 위해 이번 여행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에는 그동안 살면서 꼭 한 번 지나보고 싶은 길이 몇개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아틀란틱 로드였다.

감동이 솟구쳤다. 그저 길일 뿐인데 가슴이 벅차다. 차도 막히지 않는다. 그래서 뻥튀기를 파는 이도 없다, 모두들 사진기를 들고 길이 잘 보이는 곳에서 진을 치고 있다. 나는 가장 유명한 길을 달려본 것만으로 무척 흡족해서 뭐 다음 일정을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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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틱로드에는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늘 진을 치고 있다.


◇호수, 피오르 그리고 항구도시
길을 잃고 난 후부터는 비교적 순탄했다. 모험을 피했기 때문이다. 멋진 풍경을 등지고 생겨난 로엔(Loen)마을 탐방 역시 안락한 일정이다. 예이랑에르 피오르에서 배를 타고 건너면 남쪽에 노르피오르가 나오는데 이곳에 로엔이 있다. 여기서 다시 이어진 로바트네트 호수를 따라 배를 타고 깊숙히 들어오면 작은 호숫가 카페가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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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바트네트 호숫가에 있는 노르웨이 전통 목장가옥.


유럽 최대 빙산으로 유명한 브릭스달 빙하를 품은 요스테달스브렌 공원에 속하는 이곳은 슬픈 이야기를 품고 있다. 100여년 간 두 차례의 쓰나미로 인해 마을 사람이 반 이상 죽었다. 1905년과 1936년 두 번의 해일로 네스달과 뵈달 두 마을에서 64명과 74명이 희생됐다. 쓰나미란 지진으로 인한 해일을 의미하는데 평소 장판처럼 반들한 이곳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빙산 때문이다. 산꼭대기에서 거대한 바위가 떨어져 해일이 일었던 것이다. 바위라 해서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각각 35만㎥와 100만㎥다. 설악산 흔들바위 정도가 아니라 울산바위 만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파도가 70m까지 치솟아 고요한 마을을 쓸었다. 이때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겨놓은 추모비가 호반도로에 남아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1936년의 사망자 중에는 1936년 생도 있었다. 그는 가엽게도 이름도 없이 ‘UDØYPT의 아들(Son)’라고만 적혀 있었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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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바트네트 호수 보트 유람. 이 아름다운 호수는 슬픈 사연을 숨기고 있다.


와이파이는 커녕 3G조차 없는 한적한 곳, 송어와 사과주스를 주는 카페 센달스토바(Kjenndalstova)에서 점심을 먹은 후 셴달스브렌 빙산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계곡으로 갔다. 빙하가 녹아 흐르는 물이 폭포로, 계곡으로 바뀌어 호수로 스며든다. 쭈그리고 앉아 손을 담가 물맛을 봤다. 전신이 저릿저릿 모골이 송연하다. 바로 얼마 전까지 빙하였던 까닭이다. 그래서 물빛도 곱다. 보석을 갈아 뿌렸대도 믿길 정도다. 이 아름다운 물 속에 잠긴 슬픈 사연. 자연은 아름답고도 비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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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바라본 올레순 도시와 만년설산.



◇북유럽 동화 속 마을, 올레순
렌터카의 최종 반납지인 올레순(Alesund)은 아름답기로 소문난 항구도시다. ‘장어 수로(Eel Canal)’란 뜻의 올레순은 이름처럼 물길이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른 가운데 바트 심슨의 머리칼처럼 삐죽삐죽 솟아난 19세기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로 유명한 곳이다. ‘북유럽의 베니스’란 별명은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물은 잔잔하기가 마치 거울과 같고 건물은 하나같이 동화책 속 삽화를 닮았다. 4만 명이 사는 올레순은 스토르피오르와 예이랑에르 피오르의 입구 바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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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순은 ‘장어의 수로’란 뜻이다.


카페를 갖춘 전망대에 올라서보니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어쩌면 그렇게 그림같은 항구도시의 풍경이 펼쳐지는지. 마침 구름 사이로 한줌 해가 나더니 마을의 알록달록한 건물을 서서히 비춘다. 배경음악이라도 필요할 듯했다. 그림같은 풍경에 중독돼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에 몸이 식어버렸다. 한 잔에 40크로네(6000원)짜리 커피를 마셨는데 마음은 더욱 차가워졌다.

거리는 눈높이에서 봐도 예쁘다. 색깔이며 창문 장식 무늬 등이 죄다 예술적인데, 이 모든 것이 물에 비쳐 2개씩이니 물리적 계산으로도 감동이 두 배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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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순에서 맛본 노르웨이 전통 대구스튜.


맛좋은 대구 스프에 다시 한번 감동을 받았다. 깊은 맛에 감탄한 나머지 내가 ‘노르웨이의 스프(Norwegian Soup)’라 명명한 이 스프는 꼭 우리네 코다리찜과 비슷하다. 노르웨이의 전통적인 생산품인 말린 대구를 토마토 소스에 조려낸 것이다.

아노(Anno)란 식당인데 피자도 맛있다. 베르겐이나 오슬로에 비해 짜지도 않고 굉장히 입에 잘 맞는다. 아마도 NRK(노르웨이국영방송국)에 ‘My hometown 6PM(6시 내고향?)’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몇 번 소개되고도 남을 집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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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같은 바다를 깨며 보트가 달린다. ‘북유럽의 베니스’란 별칭조차 올레순을 폄훼하는 말이다.


집으로 가기 위해 다시 돌아온 오슬로. 아틀란틱 로드 한복판에서 코끝 시리게 파고들었던 청량한 바람도, 동공을 최대로 벌리고 바삐 눈에 담아야 했던 예이랑에르 피오르도 이젠 그만 잊어야 한다. 어차피 선명하게 남겠지만 너무 꼭꼭 심어두면 아쉬움만 더할테니. 다시 스물 두 시간 후. 인천공항고속도로 위에서 스치는 창밖 풍경도 그럭저럭 아름다웠다.
롬스달 주(노르웨이) | 글·사진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


노르웨이 여행정보
●가는길=인천~오슬로 직항편은 오직 여름에 전세기로만 뜬다. 한진관광은 6월 20일부터 7월 11일까지 총 4회(6월 20, 27일, 7월 4, 11일) 인천~오슬로 직항 대한항공 전세기를 띄운다. 소요시간은 약 10시간. 카타르항공(도하 경유)을 이용하면 인천~도하(9시간30분), 도하~오슬로(5시간30분) 합계 15시간이 걸린다. 국내선으로 오슬로~크리스티안순 구간은 50분 정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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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렌터카 시장의 최고 점유율을 자랑하는 유럽카는 국내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렌터카=
노르웨이에서는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으면 운전이 가능하다. 도로 방향도 한국과 같고 신호 체계 역시 비슷하다. 단 피오르 지역은 터널이 많고 페리를 타야 하는 구간이 종종 있다. 스마트폰의 구글맵을 이용하면 내비게이션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글로벌 렌터카 회사들이 있는데 이 중 유럽에 기반을 둔 유럽카(Europcar)는 유럽 렌터카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약 25%)을 보이는 곳이다. 차종도 다양하고 보험 등 서비스도 신뢰할만 하다. 국내에선 퍼시픽에어에이전시(PAA)에서 한국 총판매대리점(GSA)을 운영한다. 한국어 예약 홈페이지(www.europcar.co.kr)와 다양한 맞춤형 프로모션, 카탈로그 등 편리하고 유용한 서비스가 많다. 차량은 반납 지역이 달라도 되며 12인승 밴, 4륜구동차 등 옵션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예이랑에르의 유니온 호텔은 이 작고 아름다운 마을에서 4대째 이어온 호텔이다. 나무로 지었다가 현재의 건물로 바뀐 것만 해도 30년이 넘는다. 아름다운 지역이라 외졌지만 수많은 명사들이 다녀갔다. 고풍스러운 방도 근사하고 뷔페도 맛있고 수건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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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를 이용해 노르웨이의 대자연을 달렸다. 사진은 222개의 연봉이 보이는 몰데. 오후 9시를 이미 넘긴 시간이다.


●국가정보=
6월은 백야다. 자정까지 훤하고 오전 3시가 넘으면 밝아온다. 현재 서머타임(3월29~10월25일)을 적용해 한국보다 7시간 늦다. 화폐는 노르웨이 크로네(약 150원)를 쓴다. 전압은 220볼트. 콘센트는 어딜 가나 쓸 수 있다. 대부분 와이파이는 무료이며 도시에선 3G가 잘 터진다. SKT의 경우 데이터로밍 원패스 요금제가 적용된다. 오슬로 공항에는 흡연실이 없다. 담배를 피우려면 입국했다가 다시 출국심사를 받아야 한다. 영국인이나 한국인은 대부분 그렇게까지 한다. 홈페이지(www.visitnorway.com) 노르웨이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페이스북(www.facebook.com/visitnorway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