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규
18세 나이에 한국인 4번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데뷔를 일궈낸 김영규. 출처 | 알메리아 홈페이지 캡처

“믿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에서 태어난 18세 소년이 유럽 축구의 심장부 스페인 1부리그 깜짝 데뷔를 일궈냈다. 그는 “지금도 꿈 같다”며 벅찬 가슴을 누르고 또 눌렀다. 올해 1부로 승격한 알메리아의 기대주 김영규(18)가 그 주인공이다.
◇18세 한국인, 프리메라리가와 만나다
김영규는 20일(이하 한국시간) 2013~2014 스페인 1부리그 프리메라리가 비야레알과의 홈 개막전에 후반 39분 교체투입, 9분 남짓 활약하며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2009년 12월 청운의 꿈을 안고 스페인으로 떠난지 3년 6개월 만에 이룬 쾌거였다. 왼쪽 측면에 포진한 그는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으나 자신감 있는 돌파로 18세 답지 않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와 이호진(라싱 산탄데르), 박주영(셀타 비고)에 이은 4번째 한국인 프리메라리가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알메리아는 2-3으로 아쉽게 졌다.
◇“곧 2군 갈 줄 알았는데…”
비야레알전 다음 날 오전 회복훈련을 마친 김영규는 스포츠서울과 국제전화로 단독인터뷰를 진행했다. “프리시즌 내내 1군과 함께 훈련했지만 곧 (2군으로)내려갈 줄 알았다. 그런데 비야레알전 전날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감독님이 내 이름을 18명의 엔트리 안에 넣어 믿기지 않았다”는 그는 “경기 당일에도 동료 두 명과 터치라인에서 몸을 풀었으나 내게 기회가 오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감독님이 ‘어떤 플레이도 괜찮으니까 하고 싶은대로 하고 볼을 끝까지 따라가라’며 그라운드에 투입할 때 느낀 감동은 지금도 표현할 수가 없다. 너무 기뻤다”며 ‘꿈의 무대’ 데뷔전 감격을 생생하게 전했다. 그는 스스로 뿌듯해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볼터치도 나쁘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한다”고 자평한 뒤 “하지만 언제 내려갈 줄 모른다. 9월에 바르셀로나전이 있고 11월에 레알 마드리드전이 있지만 그런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1군에 있을 때 최대한 열심히 해서 오래 머무르는 게 지금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스피드와 볼터치가 좋은 그에게 스페인 무대는 스스로 생각해도 안성맞춤이었다. “솔직히 내 체격이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머리로 축구한다는 생각을 한다. 몸싸움보다는 패스로 연결하며 만들어나가는 축구를 좋아하는데 그게 바로 스페인 축구”라면서 “짧은 거리를 치고들어가는 것이나 일대일 돌파는 자신 있다. 로드리게스 감독님은 내게 ‘슛도 아주 좋다. 다만 너무 아껴서 문제’라고 말씀하셨다. 과감하게 슛을 날리고 세밀한 플레이를 더 보완해 살아남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버지의 못 다한 꿈을 위하여”
그는 풍기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볼을 찬 김우홍과 알메리아에서 생활하고 있다. 룸메이트로 지내는 등 거의 가족과 다름 없을 정도다. “서로 용기를 불어넣으면서 먼 나라에서의 생활을 이겨내고 있다. 원삼중(용인FC) 시절에도 3년간 숙소에서 지내 집에서 떨어져 지내는 것은 익숙하다”고 했다. 그래도 부모님의 격려는 그를 뛰게 하는 원동력이다. 김영규는 “어제 경기 마치고 잠을 청할 때 부모님이 전화를 하셔서 ‘잘 봤다. 잘 했다. 기쁘다’며 좋아하셨다. 아버지와 삼촌이 가정형편 때문에 축구를 시작했다가 곧 그만두셨는데 내가 두 분의 못 이룬 꿈까지 해내고 싶다. 더 좋은 선수로 한국에 돌아가 부모님을 뵙고 싶다”고 전했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