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김흥국
제5대 대한가수협회장에 당선된 가수 김흥국.최재원선임기자shine@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조현정대중문화부장]“‘호랑나비’ 넘어 가수들의 디딤돌되겠다. ”

‘호랑나비’, ‘축구’, ‘해병대’로 대표되는 가수 김흥국(56)이 제5대 대한가수협회장에 취임한다. 김흥국은 지난달 26일 대한가수협회 총회에서 인순이와 경선끝에 가수협회장에 당선됐다. 오는 10월7일 취임식을 갖고 3년간 가수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앞장서게 된다. 올해 설립 9년을 맞이한 가수협회에서 회장이 경선을 거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흥국은 남진 초대회장 때부터 2대 송대관, 3~4대 태진아 회장을 거치는 동안 이사와 부회장, 수석 부회장 등으로 활약해왔다. 그룹 오대장성의 멤버로 활동하다 1985년 ‘창백한 꽃잎’으로 솔로 데뷔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그는 1989년 ‘호랑나비’를 발표하며 중독성강한 멜로디에 쉬운 가사, 쓰러질듯 말듯 비틀거리는 독특한 춤, ‘앗싸’, ‘핫’ 등 당시로는 생소했던 추임새 등이 어우러지며 전국민의 히트송으로 ‘대박’을 쳤다. 이후 남다른 축구사랑으로 월드컵 때마다 축구인 못지 않게 활약했으며, 일찌감치 예능프로그램에 진출한 ‘자칭 예능 1호 가수’이자, 라디오DJ로 특유의 솔직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입담을 펼쳐왔다. 최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인근 커피숍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그는 인터뷰 도중 손흥민, 슈틸리케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 등 축구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그러나 넉살과 긍정적인 에너지 넘치면서도 진지한 모습으로 “당분간 축구사랑보다는 가수들을 위해 올인하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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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대 대한가수협회장에 당선된 가수 김흥국.최재원선임기자shine@sportsseoul.com

◇‘가수 대통령’? 봉사하는 자리-가수협회장 당선을 축하한다.

감사하다. 일부에선 ‘가수 대통령’이라고도 하더라. 그냥 가수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라 생각한다. 현재 협회 업무 인수인계를 받고 있다. 내가 어려운 무명가수, 원로가수들을 돕겠다고 공약했는데 협회 회원수가 많지 않고 회비도 잘 안내 협회 사무실 월세와 직원들 월급 주는 게 빠듯하더라. 사실 집사람이 제일 걱정한다. 월급도 안나오는 봉사직인데 어떻게 3년을 잘 꾸려나갈 거냐고.

-가수들 복지에 힘쓰겠다고 했는데 5대 협회장으로 숙원사업은 뭔가.

가수들의 출연료 인상이 급선무다. 올해 안으로 해결했으면 한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엄청난 출연료를 받는데 가요 프로그램에 나오는 가수들의 출연료는 예능을 100이라고 볼 때 10 정도의 수준을 받는다. 출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만나고 싶고 자리가 되면 방송사 사장님들도 찾아가겠다. 시청률이 잘나오고 인기 많은 사람만 대우해주나. 많은 가수들이 앨범을 내는데 히트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PD나 작가 입장에선 ‘잘 만들어와라. 좋은 노래는 무조건 뜬다’고만 한다. 예전에는 등급이 있어 가수 출연료도 골고루 줬다.특히 연세가 많은 원로가수들은 설 곳이 KBS1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 딱 두 프로그램 뿐인데 출연료로는 생활비가 안된다. MBC, SBS를 비롯해 종합편성채널까지 성인가요 프로그램이 많이 생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싶다.

-가수회관 건립 이야기도 나온다.

가수협회가 내년이면 사단법인으로 출발한 지 10년이 된다. 그전까지 가수협회가 없어 가수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50년만에 협회가 생겼다. 지금 현재 협회가 있는 여의도 사무실은 비좁고 임대료도 비싸 신촌쪽으로 옮길 예정이다. 가수회관은 내 임기 3년안에 꼭 만들겠다. 가수회관을 만들겠다고 널리 말하고 다니니까 김포를 비롯한 몇군데서 ‘땅이 몇평 필요하냐. 어느 정도 규모로 지을 거냐’고 연락이 왔다. 가수회관은 물론이고 기념관, 박물관 등을 지어 우리 나라 가요사를 우리 국민은 물론 해외 팬들이 왔을 때 한국 가요의 역사와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공연장, 가수 휴게실, 녹음실 등을 갖춘 가수회관을 지어 가수들이 음악적인 얘기도 나누고 서로 조언도 해주며 녹음도 무료로 해주면 얼마나 좋나. 정부 대신 가수협회장이라도 나서야 한다. 몇분 안남은 부모님 같은 원로가수들도 잘 모시고 싶고 ‘평생 노래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끔 복지에 신경쓰고 싶다. 현인 선생님, 고운봉 선생님이 나와 함께 ‘가요무대’에서 ‘호랑나비’ 춤을 췄는데 두분 다 돌아가시고 안계셔서 안타깝다.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명예회장과 각별한 사이다.

축하난을 제일 먼저 보내주셨다. FIFA 회장에 출마하셨는데도 그동안 내가 못도와드렸다. 20년 넘게 축구 때문에 인연이 돼 가끔 만나서 축구하고 목욕탕도 같이 간다. 정치를 그만두고 기업으로 돌아가기도 애매할 땐데 FIFA회장에 출마할 수 있어 인생의 전환점을 맞으신 것 같다. FIFA회장은 혼자 되는 게 아니어서 국민 모두가 힘을 몰아줘야 하고 해외 동포들이 앞장서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 2002년 한국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궜듯이 세계적인 축구대통령인 FIFA회장이 우리 나라에서 나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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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대 대한가수협회장에 당선된 가수 김흥국.최재원선임기자shine@sportsseoul.com

◇자칭 ‘예능 1호’- 장학재단하는 까닭은 -최근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KBS2 ‘인간의 조건-도시농부’, SBS ‘영재발굴단’ 등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잦다.

내가 가수들 중에서 1호로 예능·오락을 한 이유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주병진 노사연이 나올 때 ‘호랑나비’가 너무 컸다. 사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나한테 배운 거 아닌가. ‘호랑나비’ 때는 유튜브도 없었다. ‘호랑나비’가 너무 대박이어서 후속곡 작업이 어려웠다. ‘호랑나비’를 능가하는 곡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축구응원을 다녔다. 그렇지만 ‘호랑나비’를 한 것도 정말 감사하다. 인기가수는 인기를 유지하려고 1년에 한장씩 앨범을 내고, 무명가수들은 한 곡이라도 해보려고 열심히 한다. 예전에는 다들 한 우물을 파고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은 가수도 연기자로 드라마에 나갈 수도 있어 가수랑 배우를 겸직하는 것처럼 한다. 그러나 노래만 하는 사람은 불안하다. 맨날 앨범을 내고 인기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다양하게 활동하면 불안하지 않고 여유있다. 내가 왜 예능을 하냐면 가수는 늘어나고 무대는 많지 않아서다. ‘호랑나비’ 이후 내가 다른 가수들에게 무대를 양보한 거다. 다른 가수들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나. 박지성이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은퇴선언을 할 때 ‘내가 뛰면 다른 후배들이 못뛰지 않냐’고 말했다.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지만 분야는 달라도 가수들도 잘 나가는 선배가 후배를 이끌어주면 쉬워진다. 가수는 하나고 한식구 아닌가. 서로 의지하고 아이디어 내고 조언도 해주면 좀 좋나.

-최근 대타 라디오DJ로도 나섰다. 라디오DJ로 복귀할 계획은 없나.

여름 휴가철이다 보니 몇몇 라디오프로그램에서 휴가가는 DJ들을 대신해서 방송해달라고 섭외가 왔다. 최근 이무송-노사연 부부가 각각 진행하는 라디오프로그램을 이어서 대타DJ로 나서기도 했다. 내가 대타로 나설 ‘짬밥’은 아닌데. 하하. PD와 작가들이 불러주니 가야지. 내가 DJ를 해도 좋지만 전에 많이 해봤으니 협회 다른 회원들이 하도록 기회를 주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김흥국 장학재단도 하고 있다.

내가 어렵게 태어나고 가난해서 초등학교때 등록금도 없고 도시락도 못싸갔다. 몰래 장학재단을 했는데 기러기 아빠인 내가 생활비를 쪼개서 돕는다는 게 소문이 났다. 1년에 한번 통장을 결산하는데 5000원, 1만원씩 들어와있더라. 처음엔 5년, 10년만 하고 그만두려했는데 더 늘리라고 연락들이 와서 벌써 15년 됐다. 몇년전부터 원로가수 두분을 지원해드렸더니 ‘나한테 장학금을 주는 후배가 있다니…’ 하면서 이분들이 우시더라. 나도 10년간 무명생활을 해서 누구 못지 않게 무명가수들의 아픔과 설움을 안다. 몇달 전부터 주말에 미주지역 한인방송인 LA라디오코리아 ‘김흥국의 들이대쇼’를 두시간 동안 진행하고 있는데 ‘나도 가수다’라는 코너로 무명가수들을 넣기 시작했다. 원로가수들의 노래도 넣으려 한다. 맨날 나오는 노래만 틀어야 하는 건 아니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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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흥국. 최재원선임기자shine@sportsseoul.com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해병대 정신 살리겠다-기러기 아빠다.

기러기 생활 12년째로 막내딸이 고등학생이 됐다. 해병대 정신으로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란 게 잘 알려져있는데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도 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인 해병대처럼 지금까지 나도 뭐든 안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가족과 떨어져 기러기 아빠로 사는 것도 힘들었지만 잘 해왔듯이 앞으로 가수협회의 어려운 살림살이도 살려내겠다. 처음에 내가 가수협회장에 나올 때 ‘돈도 없는 김흥국이 무슨 협회장을 하느냐’는 말도 있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가수로서 앨범에 대한 욕심은 없나.

지난 1월 신곡 ‘불타는 금요일’을 냈다. 당분간은 그 곡을 밀어야지. 하하.

-내년에 가수협회가 10년이 된다.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2016년 5월1일이 협회가 설립된 지 딱 10년 되는 날이다. 그날을 가수의 날로 제정하고 대대적인 공연을 가지려고 한다. 가수 가족들도 다 초대해 체육대회도 할 생각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할 때 같이 뭉쳐서 작업하는 배우들과는 달리 가수들은 각자 활동해서 그런지 가수끼리 만날 시간이 거의 없다. 그래서 가수들은 못뭉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가수들끼리 모여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운동도 여행도 봉사도 함께 하고 싶다. 그러면 우리도 즐겁고, 팬들이 봐도 모양새가 좋지 않나.

-앞으로 계획은.

바자회도 열고 여기저기 봉사하는 데도 있으니 가수협회와 함께 좋은 일을 많이 할 것 같다. 가수협회는 전국지회가 있어 열심히 해서 공연수익으로 협회 살림도 꾸려가고 무명가수, 원로가수 등 어려운 가수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수 있는 회장이 되고 싶다. 협회장 유세 때 내 입으로 가수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가수들에게 디딤돌이 되는 회장이 되도록 여기저기 마구 들이대겠다. 하하핫.

◇프로필

▲출생=1959년 4월11일 서울

▲가족관계=부인 윤태영씨와 1남1녀

▲학력=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데뷔=1985년 ‘창백한 꽃잎’

▲수상경력= 1993년 MBC 10대 가수상. 1996년 자랑스런 서울시민상. MBC 연기대상 우수상(라디오부문), 1998년 대한축구협회 축구인의 날 공로패. 1999년 MBC연기대상 최우수상(라디오부문)2002년 체육훈장 기린장, 2004년 MBC 방송연예대상 공로상

hjch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