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목동구장 마지막 경기...
히어로즈가 넥센과 재계약 하지 않고 일본계 금융회사 J트러스트와 네이밍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히어로즈의 홈구장이었던 목동구장 전경.

[스포츠서울 고진현·김경윤기자]서울 히어로즈가 넥센 타이어와의 구단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새로운 기업과 손을 잡는다. 복수의 야구 관계자 및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히어로즈는 일본계 금융회사 ‘J트러스트 그룹’과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을 사실상 마무리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히어로즈는 J트러스트 그룹과 세부 조건을 마무리 짓는대로 곧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도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히어로즈는 J트러스트 그룹으로부터 구단 네이밍권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연간 총 100억원 이상을 지원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1년간 야구단 네이밍권을 행사하면서 얻는 유·무형의 기업 브랜드 가치 상승 효과에 따라 지원금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 2010년 2월부터 ‘넥센 히어로즈’로 불렸던 히어로즈 구단은 내년 시즌부터 ‘J트러스트 히어로즈’ 혹은 ‘JT 히어로즈’로 불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히어로즈, 왜 넥센 대신 일본계 금융회사를 택했나?

히어로즈는 지난 2010년부터 6년 동안 넥센 타이어와 네이밍 스폰서 파트너십을 맺었다. 구단의 이름을 빌려주는 대가로 운영비를 지원받는 형태였다. 효과는 컸다. 넥센 타이어는 히어로즈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 이후 매출이 40% 증가하는 등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히어로즈와 넥센 타이어의 스폰서십은 2013년에 끝났지만, 양 측은 2년간 계약을 연장하며 돈독한 관계를 이어갔다.

히어로즈는 2013년 이후 적극적인 투자와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강화로 3연속 시즌 포스트시즌(PS)진출에 성공했다. 강정호(피츠버그)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높은 팀 성적으로 미디어 노출 빈도가 많아졌고, 구단의 네이밍권 가치는 천정부지로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히어로즈와 손잡길 바라는 다수의 기업이 나타났다. 넥센 타이어와의 재계약이 만료되기 전부터 복수의 기업이 히어로즈에 러브콜을 보냈다. 좋은 조건을 내세운 기업들은 주로 금융권 회사였다. 특히 현금은 많지만 기업 홍보와 이미지 재고에 어려움을 겪는 제2금융권 기업들이 히어로즈와의 네이밍 스폰서십을 희망하고 나섰다. 히어로즈는 최근 공격적인 스포츠마케팅을 펼치는 A기업과 협상테이블을 꾸리기도 했다. 구체적인 금액이 오고 갔지만, 계약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히어로즈는 이후 다른 조건을 내세우는 기업들과 의견을 나눴는데,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J트러스트 그룹을 선택했다.

J트러스트 그룹은 일본계 금융회사로서 한국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JT친애저축은행, JT저축은행, JT캐피탈 등이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J트러스트 그룹의 자회사들이다. J트러스트 그룹은 히어로즈와의 네이밍 스폰서십을 체결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고 왔다. 알려진 연간 100억원+α의 계약조건은 히어로즈가 넥센 타이어와 맺었던 수준보다 약 2배 이상 많은 액수다. 관계자는 “J트러스트의 일본인 대표가 최근 방한해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와 만났으며 최근 가계약에 성공했다. 곧 공식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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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트러스트의 프로야구 진출이 갖는 의의는?

히어로즈와 J트러스트 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은 많은 의미와 함께 상당한 논란거리를 내포하고 있다. 지난 1982년 태동한 프로야구(KBO리그)는 국내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다. 삼성 LG KIA 롯데 한화 SK kt 등 굴지의 재벌기업이 자회사 형태로 참여했다. KBO리그 진입장벽은 2008년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되면서 무너졌다. 이장석 대표의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KBO리그에 참여했고, 네이밍 스폰서십이라는 새로운 구단 운영 형태가 만들어졌다. J트러스트 그룹이 히어로즈의 네이밍권을 얻게 된다면 KBO리그의 벽은 다시 한번 무너지게 된다. 일단 외국계 기업의 이름이 KBO리그 순위표에 이름을 자리잡게 된다. KBO리그에 외국계 기업이 구단 소유 혹은 구단 이름으로 참여했던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일본계 금융기업이 KBO리그에 참여한다는 점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엄밀히 따지면 J트러스트 그룹은 대부업체의 이미지가 강한 기업이다. 기존 KBO리그 참여기업들과 여론의 저항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히어로즈 구단이 쉽게 계약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는 이유다.

물론 대부업을 기반으로 한 금융기업이 프로스포츠에 참가한 사례는 있다.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의 합류 당시 프로배구 상황과 현재 프로야구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OK저축은행은 구단이 해체될 수 있는 프로배구의 위기 상황에서 뛰어들었다. 타 구단들의 저항이 있었지만, 프로배구를 살려야 한다는 취지가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많은 기업들이 참여를 바라는 국내 최대 스포츠 시장이다. 다른 구단들이 J트러스트 말고도 선택지가 많다는 논리로 접근한다면, 히어로즈의 네이밍 스폰서쉽 계약은 쉽게 마무리 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히어로즈는 구단 소유권이 아닌 스폰서십 계약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

jhkoh·bicycl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