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듯 안 터지는\' 김현수...\'괜찮아!\'
[포트마이어스(미 플로리다주)=강명호기자] 볼티모어 김현수가 생각에 잠겨있다.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빅리거의 부푼 꿈을 안고 태평양을 건넌 김현수(28·볼티모어)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김현수의 부진, 경쟁자 조이 리카드의 활약, 마이너리그 거부권, 윤석민의 실패 사례. 이 네 가지가 김현수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성적부진이 김현수가 부딪힌 첫번째 벽이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김현수에 대한 기대가 컸다. FA자격을 갖춘 김현수와 2년간 7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그의 뛰어난 선구안과 정확한 타격을 높이 샀다. 그러나 시범경기에 나선 김현수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첫 7경기에서 21타수 무안타로 출발했고, 이후 다소 타격감을 회복하는듯 했지만 여전히 1할대 타율에 머물고 있다. 이제는 시범경기 출장조차 못하고 있다. 벅 쇼월터 감독은 “메이저리그는 냉정한 곳이다”라고 말하며 그를 자극했지만 그의 방망이는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현수가 부진한 반면, 좌익수 경쟁자인 리카드는 팀내 안타 1위를 기록하며 맹활약 하고 있다. 룰5드래프트로 영입된 그는 스프링 캠프에서 타율 0.386에 1홈런 7타점 5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1.041에 달한다. 타율 0.182에 OPS 0.411의 김현수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룰5 드래프트 선수는 둘 중 하나다. 시즌내내 25인 로스터에 포함되거나 또는 원소속팀으로 돌아간다. 볼티모어는 펄펄 날고 있는 리카드를 주전 좌익수로 고려하고 있다. 즉 김현수가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벅 쇼월터 감독은 “조만간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팀내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는 쇼월터 감독의 성향으로 볼 때 김현수의 탈락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고개숙인\' 김현수, \'시간이 필요해..\'
[사라소타(미 플로리다주)=강명호 기자] 미네소타 트윈스 경기에서, 8회초 교체된 볼티모어 김현수가 서둘러 클럽하우스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김현수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손에 쥐고 있다. 이에 따라 볼티모어는 김현수의 동의없이 그를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수 없다. 그렇다고 구단입장에서 엔트리 한 명을 손해보며 김현수를 데리고 있기 힘들다. 양 자간의 협상이 필요하지만 구단의 마이너행 압박은 점차 강도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선택은 두 가지다. 김현수가 시범경기에선 많은 물음표를 보여주었지만 메이저리그에 남아 느낌표로 바꿀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쿠바산 계륵’으로 불렸던 알렉스 게레로(LA다저스)는 구단의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하고 메이저리그에서 버텼고 결국 성공적인 한 시즌을 보냈다. 또한 메이저리그 엔트리에 들어간다고 해도 마땅히 자리가 없다면 차라리 마이너리그에서 적응단계를 거치는게 낫다는 시각이 있다. 그 선택의 키는 김현수가 쥐고 있다.

김현수가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하고 싶은 건 자존심의 문제만은 아니다. 윤석민의 실패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윤석민은 FA자격을 취득한 2014년 볼티모어와 3년간 575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러나 1년 만에 친정팀인 KIA(4년간 90억원)로 유턴했다. 빅리그 마운드에는 한 차례도 등판하지 못했다. 당시 윤석민은 메이저리그 개런티 계약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뒤 메이저리그 호출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윤석민이 자발적으로 방출을 요구하며 볼티모어는 2년동안 남은 잔여연봉 430만 달러를 아꼈다. 이에 볼티모어 구단은 김현수가 만약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700만달러 계약의 상당부분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볼티모어 구단은 최근 김현수를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댄 듀켓 단장은 “우리만 그런 결정을 한다고 되는 사안이 아니다. 김현수가 한국에 복귀할 의지가 있어야 하고, 그를 원하는 KBO리그 팀도 있어야 한다”고 회의 내용을 인정했다. 쇼월터 감독도 “5월까지 기다리면 충분히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입장에서 돌아섰다. 김현수의 결단을 기다리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최근 그에 대한 퇴출설이 나도는 상황은 한국행까지 내다본 볼티모어 구단의 신호다. 사면초가에 몰린 김현수는 우선 메이저리그에서 버틸 것인지 아니면 마이너행을 받아들일 것인지 부터 결정해야 한다. 김현수는 올해 초 미국으로 향하며 “한국 유턴은 실패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배수의 진을 치고 떠난 것이다. 타격기계는 아직 제대로 시동조차 걸어보지 못했다. 가지고 있던 실력이 사라지지도 않았다. 현재 닥친 위기의 상황에서 작은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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