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김형대’ 회고전
[스포츠서울 왕진오기자]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기법의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형대(80) 화백의 50여 년 작업 세계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4월 8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막을 올린다.

▲7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작품 설명회에서 1961년 앵포르멜 계열의 작품으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상을 차지한 '환원B'를 설명하는 김형대 작가.(사진=왕진오기자)
전시를 앞두고 미술관에 설치된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작품을 바라본 힌 백발의 김 화백은 "내가 불사조 같이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화단의 조류에 휩쓸리지 않았던 것 같아"라며 그동안의 고독한 작업 과정을 토로했다.
그는 1961년 앵포르멜 계열의 작품으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상을 차지해 국전에서 추상미술 장르로 수상한 최초의 작가로 기록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설치된 김형대 화백의 작품.(사진=왕진오기자)
청년시절에 품었던 추상미술에 대한 격렬한 창작의지는 유년시절의 추억이 진하게 드러난 것과도 연관이 강하다.
김 화백의 어린 시절의 주요 배경은 영등포였다. 당시 아침저녁 기차로 한강다리를 지날 때마다 늘 어떤 아련한 설렘 속에서 샛강을 바라보곤 했다고 한다.
계절의 기운을 받아 유유히 흐르며 변화하는 샛강, 그 이미지는 지금도 그의 화폭에서 기운생동으로 살아 숨 쉬며 움직이고 있다.
화면 가득 휘몰아치는 듯 한 물길의 모습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생성'시리즈, 국전 수상작인 '환원B' 그리고 '작품B'등의 추상회화가 바로 그 기억의 흔적이다.
김형대 화백은 "내 작품 세계의 근간은 어디까지나 내가 자라면서 눈에 익힌 한국적 전통이다. 이는 결코 전통적 한국의 요소들을 단지 있는 그대로 인용한다는 뜻이 아니다. 내 작품 세계는 우리의 인식 혹은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지 과거 그대로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설치된 김형대 화백의 작품.(사진=왕진오기자)
1970년대 김 화백은 서양에서 시작된 추상미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통 목판화를 비롯한 한국 고유의 소재에 주목하게 된다.
그는 전통 목판화와 전통 건축에 나타난 단청, 쇠서형 목조각에 매료되었으며, 이를 자신의 목판화를 통해 다양한 양식으로 표현했다.
자연스러운 나뭇결과 기하학적이고 대칭적인 구조, 단청을 연상시키는 색상이 드러나는 그의 목판화는 한국 고유의 미를 현대적으로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깃들어 있다.
전시장 한 편에는 중학교 1학년 때 넋 놓고 바라봤던 조계사 단청의 쇠서형 목조각에 푹 빠져 작업한 목판화 작품도 벽에 가득 걸렸다.
한국 목조 건축에 있어 쇠서(소의 혀 모양으로 장식해 오려낸 부재)의 변천은 매우 독특해 전통 건축에 담긴 사상까지 엿볼 수 있다.
김 화백은 여기서 드러나는 리듬과 절단, 반복과 교착에서 스며 나오는 전통 미감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으로 현대미술에 있어 또 다른 독창성을 창출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7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설치된 자신의 작업 자료를 설명하고 있는 김형대 작가.(사진=왕진오기자)
"그림이 잘 팔리면 그림이 안 된다" 이 말은 김형대 화백이 걸어온 독창적 화풍을 함축적으로 풀어낸 말이다.
그는 회화와 판화를 통해 한국 고유의 미를 찾고자 했고, 1980년대 중반 이후 '후광' 연작을 통해 화면 전체를 수평·수직으로 분할한 전면 추상회화형식으로 두꺼운 마티에르와 중층의 색면을 동시에 보여주는 독창적인 표현에 도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설치된 김형대 화백의 작품.(사진=왕진오기자)
한국의 전통 포목인 비단이나 천 그리고 물결로부터 영감을 얻은 그의 화풍은 '창호지에 비친 햇살을 작품에 투사해 그려낸 작업'으로, 씨줄과 날줄이 얽힌 시각적이면서도 촉각적인 단색조의 색면이 발산하는 빛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현대미술사 연구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기획한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의 전시이다.
회화와 판화를 탐구하며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김형대 작가의 50여 년 작품세계를 돌아보기 위해 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총 11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전시는 7월 17일까지.
wangpd@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