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이름 연호하는 팬들을 향해 인사하는 이만수
삼성 레전드팀의 이만수 감독이 1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구장 개장식 기념 삼성 레전드팀과 연예인 연합팀의 경기 1회말 외야 관중석 상단을 맞히는 큼직한 파울타구를 친 뒤 이름을 연호하는 관중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2016. 3. 19. 대구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이만수(58) 전 SK 감독(현 KBO 육성위원회 부위원장)이 재능기부를 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야구 불모지인 라오스까지 날아가 무상 코칭과 장비보급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위가 아닌 아래로 향하는 재능기부라 큰 의미가 있다.

이 감독은 “작년까지는 엘리트 야구 학교를 갔는데 올해는 여자야구와 사회인야구, 유소년야구까지 찾아가고 있다. 얼마전에도 어떤 학부형한테 연락이 와 도와달라고 해서 찾아갔다. 앞으로 초등학교에 많이 가려고 한다. 초등학교에는 아무도 안온다고 하더라. 나라도 가줘야 되겠다고 생각했다”라며 더 넓어진 재능기부의 범위를 밝혔다.

이 감독은 활동은 유소년 야구 지도에 그치지 않는다. 부모는 늘 아이들 걱정이다. 그래서 이 감독은 학부형과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감독은 “아이들이 야구를 하면 부모들은 거기에 매달리게 된다. 자기 아이들이 잘못될까봐 걱정하고 불안해 한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을 지도할 때 학부모를 모시고 강연도 함께 한다. 부모로서의 어려운 점을 이야기 하고 듣는다”며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어려운 상황에서 운동하는 아이들은 나가서도 잘 한다. 다른 것과 달리 운동은 맨 밑에서부터 시작해 올라가는 경험을 한다. 사회에 나가면 어떤 어려운 일이 생겨도 헤쳐나가는 힘을 가지게 된다고 강조한다”고 했다.

이 감독의 한 마디는 아이들 뿐 아니라 뒷바라지 하는 부모들에게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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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만수 감독 페이스북 캡쳐

이 감독은 아이들을 지도할 때, 직접 시연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이 흙먼지 날리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을 던지고 받는 모습은 일상적이지 않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부모 마음까지 헤아리는 모습 또한 일상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 감독은 아래로 향하는 재능기부로 그 손길을 전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에게 딱 두 가지 자기 자랑을 한다고 했다. 40년 넘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와 야구일지를 쓰고 있는 게 이 감독의 자랑거리다. 이 감독은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할 것을 주문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일기를 매일 쓰면 좋겠다. 공부가 잘 안되면 책을 많이 봐라. 다른 사람의 인생과 경험을 간접적으로 경험해야 한다. 힘들고 어려워도 책은 꼭 봐야 한다”고 당부한다.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SS포토]관중들에게 인사하는 삼성 레전드팀의 이만수 감독
이만수 감독이 1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구장 개장식 기념 삼성 레전드팀과 연예인 연합팀의 경기에 앞서 사회자의 소개를 받고 인사를 하고 있다. 2016. 3. 19. 대구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 감독의 활동은 재능기부라서 숙박도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데, 지방을 찾아가면 모텔에서 잠을 잔다.

그러나 그는 “나쁘지 않다. 좋다. 별별 숙소에서 다 자봤다”라고 껄껄 웃으며 “46년간 수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작게나마 돌려드릴 수 있어 내가 감사할 따름이다. 재능기부는 일회성이 아니다. 내가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할 것이다”라며 ‘야구 전도사’에 국한되지 않는 ‘행복 전도사’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 감독은 “초·중·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젊은 감독들이 내게 와달라고 쉽게 전화하지 못하는거 같더라. 요청이 오기 전에 도움이 필요하면 내가 먼저 가겠다”라며 “작년에 전국을 돌면서 5만㎞ 이상을 다녔더라. 기쁜 마음으로 다녔다”고 했다. 그는 “재능기부를 하러 시골을 다니다 보니 우리나라에 아름다운 곳이 정말 많더라”고 말하며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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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만수 감독 페이스북 캡쳐

그래도 매번 아이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다 보니 몸은 조금 힘들다고 했다. 이 감독은 그동안 타격과 캐칭, 슬라이딩 등 여러 동작을 혼자 직접 시연하면서 지도했다. 그래서 이번에 아예 관련 야구 동영상을 동작별로 50개 정도 제작했다. 그리고 그 동영상을 재능기부 하러 간 학교에 무료로 전달하고 있다.

이 감독이 야구 동영상을 만든 건 몸이 힘든 것 외에 더 큰 이유가 있다. 항상 와서 시범을 보여주지 못하지만 아이들이 그 동영상을 통해 꾸준히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각 학교에 배터리 코치가 거의 없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이 감독이 제작한 동영상 자료는 값지다. 그 영상자료에는 후배 지도자들이 아이들을 훌륭한 선수로 키워주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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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만수 감독 페이스북 캡쳐

이 감독이 재능기부에 힘쓰게 된 계기는 미국에서의 경험이 컸다.

이 감독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때 보니 그곳에서는 도와주는 게 생활화되어 있었다. 그걸 보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현역 때는 못해도 물러나면 꼭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돌아보면 선수와 감독으로 평생 최고가 되기 위해 밤잠 설치며 달려왔다. 그렇게 해서 타이틀을 따고 우승도 경험했다. 그런데 그 기쁨은 채 일주일이 가지 않아 깜짝 놀랐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니까 한 열흘은 가더라. 하지만 더 이상은 안가더라. 정상에 서면 그걸 지키기 위해 더 애를 써야 했다.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무엇 때문에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나 싶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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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만수 감독 페이스북 캡쳐

그러나 이 감독은 나이가 들어 행복한게 뭔지 더 깨닫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라오스나 국내에 있는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질문을 하고 따뜻하게 다가올 때 너무 기쁘다. 재능을 기부하러 갔다가 내가 오히려 뭔가를 받고 오는 기분이다. 내가 학생이 되는 기분도 느낀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재능이 야구인데, 그걸 통해 전해줄 수 있는 게 있어 너무 기쁘다. 나는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재능은 내가 더 나이 들어도 나눠줄 수 있다. 운동을 할 때는 몰랐는데, 끝나고 나니까 야구가 내 삶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만수 감독의 인생 2라운드는 현역시절 보다 더 바쁘다. 그리고 그만큼 더 행복하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1년 내내 즐겁다. 레전드 이만수 감독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