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 리허설 불꽃놀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사전 연습이 2008년 8월2일 중국 베이징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리우 올림픽이 3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스포츠계가 ‘도핑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육상 강국 러시아와 케냐 선수들이 리우에 가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것에 이어 이번엔 8년 전 치른 베이징 올림픽 출전 선수들 중 31명이 추가로 약물 양성반응을 드러냈다는 충격적인 결과까지 나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 표본 454건을 대상으로 재검사를 시행한 결과,테스트에 실패한 31명을 추가 적발했다고 18일(한국시간) 밝혔다. IOC는 “이들 관련 징계 절차에 즉각적으로 착수하겠다”고 공표했으며 메달 등 각종 수상 기록도 박탈될 것으로 보인다. IOC는 리우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큰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이들이 리우에 갈 가능성도 사라지게 됐다. 더 심각한 사실은 도핑 양성 반응을 드러낸 선수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점이다. IOC에 따르면 31명은 6개 종목,12개국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어느 한 국가,한 종목 선수들에 몰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IOC는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연구실에 선수들 표본을 보관하고 있었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엔 도핑 테스트가 무려 4500여건이나 실시됐으나 사격 남자 권총 50m와 공기권총 10m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북한 김정수 등 불과 9명만 양성 반응을 보여 기록이 삭제됐다. 그러나 IOC가 최첨단 분석 기법을 도입해 8년 전 샘플을 다시 추적했고 올림픽 기간보다 3배가 넘는 선수들이 ‘약물 오명’을 뒤늦게 쓰게 됐다. 구체적인 선수들 이름이 공개되고 메달리스트들이 다수 포함되면 국제스포츠계에 미치는 여파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IOC는 2012 런던 올림픽 표본 250여건을 대상으로도 이번 정밀 분석 기법을 적용해 약물로 메달을 딴 선수들에 철퇴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IOC 발표는 향후 올림픽에 참가할 선수들에게 ‘언제라도 약물 사용 기록이 적발돼 성적과 명예를 잃을 수 있다’는 강한 경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정원 한국반도핑방지위원회(KADA) 홍보교육부 대리는 “도핑 검사를 하면 한 시점에 두 개의 샘플을 받아 각각의 병에 나누어 담는다. 큰 병이 60㎖이고 작은 병이 30㎖인데 큰 병으로 기본검사를 하고 작은 병은 보관하게 된다. 2015년 이전 샘플은 8년간 보관할 수 있으며 2015년 이후부턴 보관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났다. IOC는 자체규정으로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며 “시간이 흐르고 과학이 발전하면 검사 방법이 다양해지기 마련이다. 또 검출감도도 10ng(나노그램·1㎎의 100만분의 1)에서 1ng까지 파고드는 등 더 깊숙하게 파고들어갈 수 있다. 그럴 경우엔 그 동안 의심이 됐으나 음성반응을 나타냈던 샘플을 다시 검사해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 등은 ‘스포츠가 약물로 얼룩졌다’는 오명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를 뿌리뽑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조직적 도핑 온상으로 꼽히는 국가가 스포츠 강국 러시아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는 이미 지난해 러시아 육상 선수 전체에 대한 국제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내렸다. 최근엔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 모스크바 실험소장이었던 그리고리 로드첸코프가 미국으로 이주한 뒤 “소치 올림픽 당시 표본 바꿔치기 등 러시아 정부가 도핑에 적극 개입해 금지약물을 복용하고 메달을 딴 러시아 선수가 최소 15명에 달한다”고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다. 남자 봅슬레이 2관왕 알렉산드르 주브코프와 남자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알렉산드르 트레티아코프 등 썰매종목 선수들이 의혹을 받는 등 사태는 날로 커지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18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의 광범위한 도핑 프로그램이 사실로 확인되면 러시아 선수단의 하계올림픽 출전 자체가 불발될 수 있다고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이번에 IOC가 적발한 베이징 올림픽 도핑 양성반응자 31명에도 러시아 선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24개 등 총 79개의 메달을 거둬들인 아프리카 케냐도 직격탄을 받고 있다. WADA가 지난 13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회의를 열고 “러시아와 케냐 육상 선수들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케냐는 대통령까지 나서 도핑을 근절할 확실한 법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으나 WADA는 케냐 측 검사주관기구 신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WADA는 미국과 함께 스포츠 양대 강국으로 올라선 중국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국내 스포츠계도 이런 국제적 의지에 발맞춘다는 계획이다. 윤 대리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우 연간 1회 이상 도핑 관련 교육을 하고 있다”며 “올해는 7월 이전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전지훈련 등을 떠나는 만큼 지금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리우에 가기 전까지 모든 선수들이 KADA의 도핑검사를 받게 될 것이다.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시험실이 30여곳 정도 되는데 기술은 모두 같다”고 했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