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김기태 감독, 무슨 뜻인지 알지?
[스포츠서울] LG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코치가 17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그라운드를 향해 수신호를 하고 있다.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LG 차명석 투수코치가 수장인 김기태 감독을 향한 단심가(丹心歌)를 남겼다. 올시즌 LG를 팀 방어율(3.72) 최소실점(510점) 1위, 최소 사사구 2위(493개·고의사구 제외)로 이끌며 ‘투수왕국’의 기틀을 다진 차 코치는 내년을 재활군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김기태 감독은 “아직 조율할 부분들이 남아있다. 조만간 정리해 코치인선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차 코치에게 재활군 감독을 맡길 구상이다. 2010년부터 인연을 맺은 김 감독과 차 코치가 3년만에 ‘시한부 이별’을 했는데, 차 코치는 “감독님께 죄송해 죽겠다”고 강조했다.
◇아니뗀 굴뚝에 난 연기 황당루머
지난달 29일 일본 고치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김 감독은 잠실구장에 오자마자 차 코치를 찾았다. 김 감독과 차 코치 사이에 불화가 생겨 마무리캠프 명단에서도 제외됐고 내년 1군 코칭스태프 인사에서도 배제됐다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차 코치는 “어디서, 무슨 이유로 이런 소문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감독님과 나와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낼 수 없는 소문이다. 가뜩이나 감독님께 피해만 끼친 것 같아 죄송한데 이런 소문까지 나 많이 황당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도 마찬가지. 김 감독은 “팔에 염증이 생겼다고 잘라내는 사람이 있는가. 심지어 멀쩡한 팔에 염증이 생겨 잘라버렸다는 얘기가 나오니 할 말이 없더라. 내가 더 조심하고, 언행에 신중을 기울여야겠다는 것을 배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팀을 떠나려던 차 코치를 설득끝에 잔류시켜 한 숨 돌렸는데, 때아닌 루머가 돌아 당혹스러웠다는 것이다. 신뢰로 형성된 둘의 관계는 여전히 탄탄했다.

차명석
[스포츠서울] LG 차명석 코치.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투수코치의 수차례 사의표명 왜?
차 코치는 “시즌 중에도 감독님께 ‘잠시 떠나있겠다’고 수 차례 말씀드렸다.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야구를 완전히 떠나 있는 게 감독님을 돕는 일인 것 같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감독님께서 ‘시끄럽다’며 일축하시더라. 지금도 죄송한 마음 뿐이다”고 말했다. LG를 투수왕국으로 이끈 투수코치가 왜 수차례 사표를 던졌을까. 이유는 명확했다. 차 코치는 지난 7월 콩팥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수술을 받았다. 당시 LG는 선두싸움을 펼치던 중이라 병원에 있는 내내 마음이 편치 못했다. 충분한 요양이 필요하다는 병원의 만류를 뿌리치고 수술 2주만에 서둘러 복귀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차 코치는 “그 때부터 시즌이 끝나면 야구를 떠나 몸을 추스러야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계속있으면, 감독님이 편하게 경기 운영을 못하실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정기간 마다 검진을 받아야 하고 최소 1년 가량 휴식을 취하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팀을 꾸려가는 수장의 스트레스에 코치의 건강까지 보태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단호했다. 2010년 LG 2군 감독으로 부임할 때부터 “투수코치로 (차)명석이를 쓸 수 없다면 감독직을 맡지 않을 것”이라며 버틴 김 감독은 이번에도 “네가 없으면 안된다.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 재활군에서 투수들과 네 몸을 함께 다스리면서 나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SS포토]6연승 전략구상 중인 김기태 감독-차명석 코치
[스포츠서울] 19일 마산구장에서 열릴 2013프로야구 NC와 LG의 경기에 앞서 5연승 중인 LG 김기태 감독(왼쪽)과 차명석 코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마산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LG만의 관리시스템 정립할 것
차 코치는 “팀 성적이 안나거나 팀과 관련해 여러가지 말이 나오는 것 모두 코치가 감독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님께 항상 죄송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잔류를 결정했으니 해야 할 일이 있을 터. LG는 지난해부터 부상으로 장기간 전력에서 이탈한 투수가 거의 없었다. 차 코치는 “LG만의 투수 관리 시스템을 정립하려고 한다. 두 시즌 운용해봤는데 나름대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투구를 한 투수들의 회복속도도 빠르고, 크게 다치는 선수가 없었다. 조금 더 점검해야 할 항목들이 있지만, 잘 이뤄진다면 투수관리에 새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몸은 떨어져있지만 김 감독이 투수들의 부상걱정 없이 한 시즌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차 코치의 머릿속에는 이미 ‘요양이 필요한 몸상태’라는 사실이 지워졌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