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최근 몇 년 간 충무로에선 남자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여배우 기근 현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배우들의 활약이 남자 배우들에 비해 덜 조명된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현상에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배우들도 진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2016년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가장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은 배우 상위 10명 중 여배우는 손예진이 유일했다. 올해 ‘비밀은 없다’, ‘나쁜 놈은 죽는다’, ‘덕혜옹주’까지 총 3편의 영화로 관객을 찾은 손예진은 약 586만 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하지만 흥행과는 별개로 올해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여배우들이 다수 등장했다. 이들은 개성 있는 매력과 연기로 작품속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며 향후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 김태리(아가씨)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제작 초기단계부터 파격적인 베드신이 등장한다고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자연스럽게 베드신을 소화할 여배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후 공개된 배우는 신예 김태리였다. 무려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숙희 역에 캐스팅 된 김태리는 신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깊은 내공의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가 공개된 이후 당초 화제가 됐던 베드신보다 김태리라는 배우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는 2016년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제25회 부일영화상’에서 신인여자연기상 등을 수상하며 자신의 가치를 드높였다.


▲ 신은수(가려진 시간)


영화 ‘가려진 시간’은 비록 크게 흥행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신은수라는 신예 배우를 남겼다. ‘가려진 시간’을 통해 신은수의 연기를 접한 관객들은 그가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연습생이었단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혜성처럼 나타난 신은수에게 충무로 대표 감독들은 극찬을 보냈다.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감독은 신은수의 매력으로 '이야기가 있는 얼굴'을 꼽았으며 박찬욱 감독은 ”'가려진 시간'의 세계관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배우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모든 게 믿겨지는 것 같다. 이런 마법은 신은수의 얼굴과 연기 덕분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데뷔작부터 범상치 않은 연기를 선보인 신은수의 앞날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 김환희(곡성)


올 봄 관객에게 짜릿한 미끼를 던진 영화 ‘곡성’은 많은 뒷이야기와 패러디를 쏟아낼만큼 화제성이 높았던 작품이었다. 특히 극 중 곽도원의 딸로 등장한 김환희의 대사 “뭣이 중헌디”는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김환희는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신들린 듯한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2016년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나홍진 감독이 김환희에게 “네가 ‘곡성’을 살렸다”고 밝힌 것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 김민희(아가씨)


배우 김민희는 올해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같은 나날을 보냈다. ‘아가씨’에서 히데코 역으로 ‘인생 연기’를 펼치며 자신의 커리어에 큰 업적을 남겼으나 홍상수 감독과 불륜 스캔들이 터지며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하지만 스캔들과는 별개로 김민희는 여전히 많은 감독들에게 러브콜을 받는 매력적인 배우다. 김민희는 올해 ‘아가씨’로 2016년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2016년 ‘제16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에서 여자 연기자상을 수상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배우로서 만개할 시기에 터진 치명적인 스캔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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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스포츠서울 DB, 각 영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