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삼성 이승엽은 요미우리 시절에는 귀국 후 삼성의 배려로 지인의 도움을 받아 경산볼파크에서 개인훈련을 했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고액 연봉을 받는 주축 선수들은 비활동기간 동안 해외 개인훈련을 떠난다. 저연봉, 저연차 선수들은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는 내년 2월 1일까지 어떻게 시즌을 준비할까.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지난 2일 총회를 통해 몇 가지 결의를 했다. 전지훈련은 예외없이 2월 1일부터 시작하고 야구장 이용을 12월 한 달 동안 제한했다. 1월부터는 야구장 출입이 가능하지만 구단 트레이너나 코치와 접촉할 수 없도록 했다. 신인과 군제대, 수술여부가 확인된 재활 선수에 한해 훈련을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각 구단은 선수협 총회 결의사항을 전해들은 뒤 각 선수들에게 맞춤형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눠주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하루 하루가 절박한 저연차, 저연봉 선수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모 구단 선수는 “베테랑 선배가 개인훈련을 갈 때 훈련 도우미로 따라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입을 내밀었다.

최근 은퇴한 한 야구인은 “비활동기간에 구단이 강제로 단체훈련을 시키는 것은 반대다. 하지만 훈련을 하고 싶은 선수들은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왜냐? 1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절대로 베테랑들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1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되기 위해 치열하게 훈련한다. 몸관리를 잘해 캠프 명단에 포함되면 감독, 코치 눈에 들기 위해 매일 100% 전력을 쏟는다. 주축선수들은 이르면 개막, 늦어도 5월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 올려도 풀시즌을 소화할 노하우가 있다. 반면 어린 선수들은 스프링캠프가 끝나면 시즌을 풀로 뛴 것만큼 피로를 느낀다. 출발선상이 다르니 개막 이후 격차는 말 할 것 없이 크게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비활동기간에 단체훈련을 금지하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저연봉 선수들이 도약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 또한 선수협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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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 입성에 사활을 건 선수들은 스프링캠프기 시작되는 내년 2월 1일까지 철저히 개인훈련을 해야 한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선수협도 자구책을 내놨다. 전국 20여 개 스포츠센터와 12개 가량 재활센터와 업무제휴를 맺고 선수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선수들에게 지급한 복지카드를 보여주면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에서 자유롭게 훈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은 “1월부터는 2군 훈련장을 포함한 소속팀 구장을 사용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구장에 나가면 코칭스태프와 접촉이 생길 수밖에 없다. 웨이트트레이닝이나 재활치료가 필요한 선수들을 위해 해당 시설을 갖춘 곳을 섭외했다. 지역 연고팀 선수여도 서울이 집이라면 가까운 곳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재활센터는 선수협 지정병원과 연계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기술훈련이 필요한 선수들을 위한 별도의 시설은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몇몇 선수들은 아예 모교 후배들과 함께 겨울을 난다. 실내훈련장을 갖춘 학교들이 많아 타격을 포함한 기술훈련에 도움이 된다는 전언이다. 모 선수는 “후배들의 타격이나 투구폼을 봐주다보면 잊고 있던 기본기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이 생각 못하고 후배들과 함께 뛰다가 ‘늙었다’ 싶은 생각이 들면 정신이 번쩍 차려지기도 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한 야구인은 “고액 연봉자들의 배려가 필요한 시기다. 개인훈련을 떠날 때 후배 한 두명 데리고 가는 문화가 정착되면 자연스럽게 도네이션이 되지 않겠는가. 선수들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알아가고 있기 때문에 머지 않아 이런 문화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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