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기호기자] 최근 모델 한혜진을 비롯해 배우 최여진, 가수 미나 등 여자 연예인들이 뛰어난 폴댄스 실력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군살 없는 몸매도 뽐냈는데요. 15분간 폴댄스를 출 때 소모되는 열량은 1시간 동안 뛰는 것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폴러스 아카데미 수석 안무가로 활동 중인 송련진 씨는 약 3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SNS 핫스타'입니다. 그는 폴댄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며 다양한 분야에서 러브콜이 쏟아진다고 귀띔했는데요. 지난 6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카페에서 송련진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 주짓수 대회에 참가한 사진이 눈길을 끕니다.


송련진 : 성범죄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위험에 맞닥뜨렸을 때를 대비해 주짓수를 배웠어요. 체급 자체가 다른 남자 선수들과 스파링을 하다 보니 많이 다치기도 했지만, 8개월 만에 대회에 출전해 입상할 만큼 실력이 괜찮았죠. 지는 걸 싫어해서 연습 때도 목숨 걸고 했습니다.


Q : 학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전공을 살리지 않고 한국마사회에서 근무했는데요.


송련진 : 유학 경험 덕분인지 운 좋게 채용이 돼 외국인 기수 통역을 담당했어요. 주위 분들이 잘 챙겨줬지만, 조직 문화에 적응하는 게 힘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그러다 술을 배웠는데, 한두 잔 마시다 보니 살이 너무 많이 찐 거에요(웃음). 살을 빼고 스트레스도 해소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폴댄스를 배웠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회사를 나왔죠.


Q : 인생의 방향을 바꿀 만큼 폴댄스가 매력적인 운동인가 봐요.


송련진 : 영상을 보면 아름답고 예쁘게만 보이지만, 알고 보면 물속에서 빠르게 물갈퀴질하는 백조와 같아요. 무엇보다 자신과의 싸움이 심해요. 될 듯하면서 안 되는 게 많죠. 처음 시작할 때 취미가 아닌 전문가 과정 수업을 들었는데 동작이 잘 안 되니까 '나 운동 잘하는데 왜 안 되지?'란 생각에 화가 나더라고요. 하지만 어려운 동작을 해내면 그 어느 때보다 희열과 성취감을 많이 느낍니다.


Q :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신을 '157cm 쪼꼬맹이 폴댄서'라고 소개했습니다.


송련진 : 키와 몸무게를 많이 물어봐요. 그때마다 대답해주는 게 귀찮진 않은데, 키가 크거나 몸매가 좋은 사람만 폴댄스를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더라고요. 키 작은 사람도 멋있게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Q : 선수로서 각종 대회에 출전해 수상한 경력도 있습니다.


송련진 : 첫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6위를 했어요. 메달 색깔보다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에 아쉬움은 없습니다. 두 번째 대회를 앞두고는 큰 부상을 당했어요. 연습 기간이 부족한 탓에 연기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감사하게도 2등을 했죠.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당시 영상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안전 매트를 설치하지 않고 폴댄스를 하는데 그들에게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죠. 트라우마가 있어서 저는 못 보지만요.


Q : 격한 운동이라 부상 위험도 클 것 같은데요.


송련진 : 자신의 몸무게를 들어 올리는 운동이기에 한 번 다치면 정말 심하게 다쳐요. 종종 근육을 잘못 이용해 봉에서 떨어지거나 근육이 찢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멍과 굳은살이 생기는 건 애교죠.


Q : 그렇군요. 봉을 잡기 전부터 장애가 있었다던데.


송련진 : 왼쪽 골반 인대가 제 기능을 못 해요. 원래 안 좋았는데 여러 가지 운동을 하다 보니 더 나빠진 거죠. 심할 땐 간병인을 둬야 할 정도고요. 선수 생활에 대한 욕심은 있지만, 신체적 제약이 많아 안무가로 활동 중이에요. 장애도 폴댄스에 대한 열정을 막진 못하죠.


Q : 몸매를 드러낸 의상과 관능적인 춤 동작 탓에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습니다.


송련진 : 많은 사람이 미국의 한 스트립 클럽에서 폴댄스가 시작됐다고 알고 있지만, 800년 전 인도와 중국의 기예단이 장대를 이용해 펼친 공연이 시초에요. 봉을 이용해 기술을 거는데 살이 닿는 면적이 넓을수록 안전하기에 노출 있는 의상을 입을 수밖에 없고요. 또한, 몸의 구조를 잘 이해하고 표현력도 뛰어나야 해서 머리를 잘 써야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폴댄스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외국 선수들이 시범 경기를 준비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폴댄스 후발국이기에 좋은 선수를 양성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채택된다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거라고 기대해요.


Q : 국내에선 남자분들이 봉을 잡는 경우가 드물어요.


송련진 : 실제로 보면 정말 멋있어요. 친한 중국 친구가 있는데 선이 정말 예쁘고 박력이 넘치죠. 우리나라엔 예쁜 여성 폴댄서가 많다 보니, 남자가 하기엔 부적합한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Q : 새로운 안무를 짤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요.


송련진 : 글쎄요. 영국에서 무대 예술을 공부한 덕분인지 안무가 금방 나오는 편이에요. 창작의 고통을 즐기기도 하고요.


Q : 틈틈이 모델로 활동 중입니다.


송련진 : 사진작가들로부터 키는 작지만 몸매 비율이 좋아 작업하기 수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폴댄스를 한 뒤엔 여러 가지 표정도 자연스럽게 나왔고, 칭찬받으니 신이 나서 더 하게 되더라고요. 무료 촬영은 못 하고 있어요. 몸값이 떨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폴을 잡으면 너무 힘들어요. 어느 작가는 모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긴 처음이란 말을 하더라고요. 전보다 기회는 줄었지만, 그래도 촬영을 제의하는 사람이 있어 시간 날 때마다 모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쉬는 날은 어떻게 보내나요?


송련진 : 가만히 누워 미국 드라마 보는 걸 좋아해 침대에서 10분도 벗어나지 않을 때가 많아요(웃음). 하지만, 식탐이 많아서 무언가를 먹으러 갈 땐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죠. 술이요? 잘 마시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운동한 덕분에 숙취는 없어요.


Q : '척추 미인' 타이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송련진 : 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 후 의사로부터 척추 간격이 예쁘다는 칭찬을 받았어요. 제가 하반신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잖아요. 걷거나 앉아 있을 때 자세를 신경 쓰는 등 여러모로 관리했는데 결과가 좋으니 자랑하고 싶었어요.


Q :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송련진 : 안무가로 활동 중이기에 무엇보다 좋은 선수를 많이 육성하는 게 목표에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세계에서 인정할 만큼 선수로서 최고의 경지에도 오르고 싶고요. 또한, 폴댄스의 대중화를 위한 활동을 조금 더 늘려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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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 폴러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