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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차두리 전력분석관의 사퇴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넘어 대표팀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음을 알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7일 축구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였던 차두리 분석관의 사임을 발표했다. 차 분석관은 지난 해 10월 ‘슈틸리케호’가 이란 원정에서 힘 한 번 못 쓰고 돌아온 뒤 첫 번째 소방수로 영입된 케이스다. 당시 한국을 이긴 이란 대표팀엔 스페인 라 리가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막 은퇴한 자바드 네쿠남이 ‘막내 코치’로 일하며 이란 선수들의 형님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포르투갈 출신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과 이란 선수들 사이의 가교를 맡았다. 이를 본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아직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합류할 자격증이 없는 차두리를 ‘전력분석관’이란 직함을 달아주면서 전격적으로 벤치에 앉혔다. ‘편법’ 논란이 불거졌고 여기에 감독 선임 때 못지 않은 큰 규모의 기자회견까지 열어 “협회가 대표팀의 위기 상황에서 차두리를 내세워 모면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받았다. 이 위원장은 당시 “네쿠남을 보면서 차두리를 떠올렸다. 타이틀만 전력분석관을 달았을 뿐 벤치에서 대표팀에 필요한 소통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편법이라 생각된다면 날 비판해달라. 유럽축구연맹(UEFA) A라이선스를 내년(2017년)에 획득하면 정식 코치로 올려주겠다”며 여러 논란을 정면 돌파했다.
그 때의 약속과 다짐을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 불과 6개월 만에 벌어졌다. 이 위원장과 대한축구협회 측은 “슈틸리케 감독이 이달 초 독일에 가서 UEFA 지도자 수업 중인 차 분석관을 다각도로 설득했음에도 차 분석관의 사의가 확고했다. 대표팀 일을 맡기엔 아직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차 분석관 사임이 한국축구를 위한 고뇌에 찬 결단임을 설명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기엔 석연찮은 측면이 많다. 차 분석관은 부임 기자회견 때 “내 이른 은퇴(2015년 3월)를 처음 후회했다”며 “내 선수 인생 마지막에 큰 선물을 주신 슈틸리케 감독과 후배들을 돕고 싶었다”고 굳은 각오를 펼쳐보였다. 후배들의 신망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가 부임 때보다 더 위태로운 지금의 대표팀 상황을 ‘나 몰라라’하고 나오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가라앉는 배에 먼저 뛰어내릴 사람은 아니다’는 얘기다. 그보단 슈틸리케 감독은 물론 기술위와 협회 수뇌부까지 대표팀을 운영하는 시스템이 최종예선 막바지까지 삐걱거리고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일반기업에 대입하면 ‘코치 진급’ 신분이었던 차 분석관은 2월 영입된 설기현 코치와 함께 지난달 중국및 시리아와의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2연전을 앞두고 전력 분석및 전술 만들기에 많은 힘을 쏟았다. 그러나 선장인 슈틸리케 감독은 이해할 수 없는 선수 기용 등으로 화를 자초했고 지금의 ‘경질 유예’ 단계까지 왔다. 슈틸리케 감독과 차 분석관 사이의 불화는 없지만 차 분석관의 코칭스태프내 역할 규정이나 그를 대우하는 전체적인 분위기 등은 애매모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협회내 인사들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쓸모가 없었다.
슈틸리케호는 지난 2014년 10월 출범 뒤 코칭스태프 인사에 끝없는 난항을 거듭했다. 부임 때 있었던 신태용 박건하 김봉수 등 3명의 코치는 2015년 말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차례대로 대표팀을 떠났고 지난해 3월 선임됐던 이운재 코치는 3달 만에 이유없이 발령이 취소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번엔 도중에 들어온 차 분석관이 6개월 만에 떠나는 사건이 일어났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동무”란 소리를 듣는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의 존재는 외부의 큰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코치들이 수시로 바뀌면서 선수들에게 혼란만 안겨주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과 정해성 수석코치, 설기현 코치가 최근 단합대회까지 하면서 오는 6월 카타르전 선전을 다짐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불안함은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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