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신태용 감독 \'준비는 끝났다\'
신태용 감독이 지난 5월 14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과 세네갈의 친선경기 및 출정식에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2017. 5. 14. 고양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파주=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시간은 촉박하고 갈 길은 멀다. 신태용(47) 감독의 책임이 막중하다.

신 감독은 예상대로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물러난 차기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4일 김호곤 신임 위원장과 박경훈, 황선홍, 서정원, 하석주, 김병지 등 8명의 기술위원들이 모인 가운데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회의를 열어 새 대표팀 지휘봉을 신 감독에게 맡겼다. 5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와 투표 끝에 낙점 받은 신 감독은 2014년 9월 대표팀 감독대행, 지난해 리우 올림픽 감독, 지난달 U-20 월드컵 감독까지 3차례나 한국 축구 소방수로 활약한 끝에 ‘대표팀 사령탑’이란 자신의 큰 꿈을 이뤘다. 그의 임기는 내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까지다. 한국이 현재 열리고 있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3위로 떨어져 플레이오프(PO)에 가더라도 그의 임기는 보장된다.

◇태극전사 모래알 분위기, 어떻게 끌어올리나

신 감독 앞에 주어진 대표팀 상황은 너무나 처참하다. 그래서 그의 임무가 막중하고, 한편으론 기대도 크다. 신 감독은 우선 슈틸리케 전 감독 시절 흐트러졌던 대표팀의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것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축구인들은 “최근 태극전사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국내파, 해외파로 나뉜 것에서 더 나아가 개개인이 ‘따로따로’ 생각하고 플레이한다는 것이다. 김호곤 위원장도 이를 알고 “소통에 가장 적임자가 누구인가를 생각했다”고 신 감독 선임 배경을 밝혔다. 신 감독은 한국인이라 통역을 거칠 필요가 없다. 또 성인대표팀 감독대행 및 수석코치, 올림픽대표팀 감독, U-20 대표팀 감독을 두루 역임하며 많은 선수들과 교류한 경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조별리그 탈락으로 휘청거린 U-20 대표팀의 사기를 확 끌어올려 올해 U-20 월드컵을 무난하게 마친 경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막 맡은 성인대표팀은 다음달 28일 소집돼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전을 치러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 신 감독이 짧은 시간 내에 한국 축구 특유의 응집력을 발휘하기 위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 지 궁금하다. 형 같고, 아버지 같은 그의 카리스마가 성인대표팀에도 적절하게 녹아들어야 할 시간이다.

[SS포토]신태용감독과 포용하는 손흥민,
손흥민이 지난해 8월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독일과 경기에서 동점골을 성공한 뒤 신태용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사우바도르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손흥민, 있어도 고민 없어도 고민…신태용식 처방은?

손흥민 활용법 극대화 및 선수단 재편도 주목할 만하다. 손흥민은 오른팔 골절 부상으로 이란전 및 9월5일 우즈베키스탄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3일엔 기성용이 무릎 수술을 받은 것까지 밝혀져 대표팀에 악재가 되고 있다. 손흥민과 기성용이 정상적으로 이란전에 맞춰 올 수 있다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유럽파, 특히 손흥민이 붉은 옷만 입으면 소속팀 토트넘에서 보여준 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한다는 점은 지금의 대표팀이 갖고 있는 ‘말 못 할’ 고민이다. ‘슈틸리케호’에서의 손흥민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했다. “손흥민이 대표팀에 플러스인지, 마이너스인지 모르겠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팔 부상이 장기화돼 그가 대표팀에 빠지는 것도 불안하다. 상대팀 입장에선 손흥민 결장으로 수비 고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리우 올림픽을 치르면서 손흥민을 에이스로 활용했고 평소에도 그와 친하게 지낸다고 한다. 손흥민을 잘 다스려 그의 능력을 끄집어낼 수 있다면 신 감독의 성인대표팀 생활도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다. 거꾸로 손흥민이 내달 아시아 최종예선 9~10차전에 못 온다면 전술 구사에 능한 신 감독이 국내파 선수들의 활용폭을 늘려 ‘백지 경쟁’을 어떻게 펼쳐야 한다. 그는 리우 올림픽 때 황희찬, U-20 월드컵 때 이진현 등 ‘새 멤버’를 발굴해 성공적으로 쓴 경험을 갖고 있다.

◇이란과 데뷔전 잡아야 ‘신태용호’도 산다

마지막 과제는 가장 현실적이다. A조 최강 이란을 잡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란은 이미 승점 20으로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최종예선 8경기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끈적한 축구로 아시아 최강을 확인했다. 본선행은 결정됐지만 한국전은 라이벌 매치다. 이란 입장에서 한국전을 허투루 치를 순 없다. 기존 조직력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이란을 상대로 ‘신태용호’는 사흘간 손발을 맞추고 싸워야 하는 셈이 됐다. 한국은 승점 13으로 A조 2위다. 이란을 이기고, 같은 시간 승점 12인 우즈베키스탄이 중국 원정에서 패하면 10차전까지 갈 필요 없이 러시아행이 확정된다. 이란만 이기면 한국 축구의 러시아행 확률이 80% 이상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이란에 패하면 9월5일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지옥의 단두대 매치’를 벌여야 한다. 한국은 최종예선 원정 4경기에서 1무3패를 기록하고 있어 우즈베키스탄 원정까지 가면 2위 사수를 장담할 수 없다. 문제는 이란과의 상대 전적이 더 나쁘다는 점이다. 최근 10경기 1승3무6패에 최근 4연패 중이다. 기술위가 PO로 가더라도 신 감독의 임기를 지켜주겠다고 보장했지만 당장 다가오는 이란전을 잘 치러야 신 감독도 힘을 받고 대표팀도 밝아질 수 있다. 신 감독을 생각할 때 가장 불안하다고 지적받는 게 중요한 경기를 그르친 적(U-23 아시아선수권 일본전, 리우 올림픽 온두라스전, U-20 월드컵 포르투갈전)이 여럿 된다는 것이다. 냉정한 마음 가짐으로 철옹성 같은 이란의 수비벽부터 뚫어내야 그의 러시아행 꿈도 현실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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