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희 대표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현장에서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자가 본 한국 드라마의 강점은 무엇일까. 한국 드라마는 한류 콘텐츠로서 꾸준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최근 방영 중인 KBS ‘학교 2017’ 공동제작사인 프로덕션H의 황창우 대표는 한국 드라마의 강점으로 ‘감정을 다루는 법’ 즉 로맨틱 코미디적인 요소를 꼽았다. 미국 외에 사실상 유일하게 경쟁력 있는 영화, 드라마 산업을 일군 수출국으로서 국내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는 미국과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하는게 아니냐는 의견을 개진했다.

-현재 국내 드라마 시장의 상황은 어떤가.

내년 TV에서 방영될 미니시리즈만 대략 80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불과 5~6년전만 해도 36개가 채 되질 않았다. 하지만 종편, 케이블 뿐 아니라 아마존, 넷플릭스, 유튜브 레드 등 해외 대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들에서도 드라마 수요가 있다.

일본, 중국 시장이 살아있다면 이렇게 늘어나도 좋은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늘어나니 걱정은 된다. 지상파 방송국의 광고 수익은 한계에 이르렀기에 제작비를 낮췄으면 하는 요구가 있지만 반대로 배우 몸값은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좋지 않은 악순환에 빠져들어가는 모습이다.

제작편수가 많아지면 작품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확실히 심화된다. 좋은 작품에 초호화 캐스팅이 몰리는 현상이 내년에는 더 심각하게 대두되지 않을까 싶다. 주연급 배우도 확실히 부족하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사실 쉽지 않다. OTT는 장점도 있지만 현재로선 여러 단점도 있기에 중국 시장 제재에 대한 대체재, 보완재가 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황창희 대표

-그럼에도 드라마 제작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여러 악조건에도 드라마를 제작하는 건 하다 보면 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욕심도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오버페이스 해야 하는 시점도 생길 수 밖에 없다. 과열된 시장이 정리가 되는 시점에서 뭔가 바뀌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고생스럽지만 분명 드라마 제작자는 매력있는 좋은 직업이다. 있다. 과학이 발달해 노동의 상당 부분을 로봇이 대체하면 결국 인간은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시간을 소비하는 방법은 결국 콘텐츠 소비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제작이 미래지향적인 일이다.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환경은 지난 10년간 달라졌나.

크게 변한 건 없다. 사전제작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사전제작이 안착되려면 지금처럼 60분짜리 12개가 아니라 45분짜리 10개로 드라마 사이즈가 줄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 않으면 후반 작업 등에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최근 새로 나온 좋은 사례는 tvN ‘비밀의 숲’이다. ‘비밀의 숲‘은 미리 다 찍어 놓았지만 편집 등 후반 작업은 종영 때까지 계속됐다. 일주일간 반응을 보며 조금씩 수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 드라마는 계속 ‘한류 콘텐츠’로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뭔가 장점이 존재 한다. 2000년 무렵 해외 마켓에 나가보면 콘텐츠를 수출하는 나라가 미국, 영국, 프랑스, 인도, 일본, 한국 등이었다. 요즘 마켓에 나가보면 수출하는 나라는 미국, 한국, 인도 정도에 불과하다. 헐리웃이 전세계를 정복한 가운데, 다른 나라 중 콘텐츠를 산업화한 나라는 한국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 영화만이 가진 뭔가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 헐리웃처럼 제작비를 키우고, 닮아가려하면 경쟁력이 없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드라마도 ‘미드’를 따라가려는 순간 망가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가 가진 잘하는 것이 뭔지 고민해야 하는것 같다. 따라하려는 경향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찬성하지 않는다.

-한국 드라마 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결국 감정적인 것이다. 소위 말하는 사랑 놀음일 수 있다. ‘매일 로맨틱코미디만 만드냐’, ‘매일 주인공이 사랑만 하냐’고 하지만 결국 사랑은 제일 필요한 감정이고, 제일 필요한 부분이다. 다른 유형의 드라마도 계속되겠지만 결국 로맨틱 코미디, 사랑은 절대 망가지지 않고 가지 않을까 싶다. ‘비밀의 숲’처럼 다른 유형의 좋은 작품도 필요하지만 최근 종영한 ‘쌈, 마이웨이’같은 로맨틱 코미디도 계속 될 것이다.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

<프로덕션H 황창우 대표. 사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