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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프로야구 심판 지위를 이용해 도박에 쓸 자금을 갈취하다시피 한 한국야구위원회(KBO) 최규순 전 심판위원의 악행이 프로야구 전체의 신뢰를 바닥에 떨어 뜨렸다. 수 년간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한 것도 모자라 각 구단 관계자와 동료들에게까지 갈취하다시피 돈을 뜯어낸 정황이 속속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각 구단은 이미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는데 정작 파문 당사자가 몸담았던 심판위원회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리그의 신뢰도를 땅에 떨어뜨렸고 야구계 동료와 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는데 모르쇠로 일관하는 심판위원회의 행태에 팬심도 하나 둘 등을 돌리고 있다. 심판위원회를 관리하는 KBO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그에 맞는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는 뻔한 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구본능 총재를 포함해 10개구단 이사회가 나서 심판위원회의 무너진 기강을 바로 세울 대책을 내놓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음참마속의 심정이라 할지라도 성난 팬심을 돌리려면 이들이 받은 상처에 상응하는 출혈을 감수해야만 한다.
최 전 심판위원이 도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는 얘기는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돌았다. 모 구단 관계자는 지난 2013년 급전이 필요하다며 찾아온 최 전 심판위원에게 “이제 정신 차릴 때도 되지 않았느냐.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자기가 일하는 터전에서 도박 자금을 빌리러 다니느냐. 문제가 생기면 본인 직장 잃는 것은 당연하고 야구계 전체가 심각한 위기를 겪을 수 있으니 정신 차리고 살라”고 호되게 질책할 정도였다. 심판이라는 존재 자체가 구단 관계자들에게는 거절할 수 없는 권력이다. 밉보였다가 판정 등에 불이익을 당하면 팀 전체에 피해를 끼친다는 생각을 갖기 때문이다. 최 전 심판위원이 각 구단 관계자들에게 당당히 돈을 빌려 달라고 요청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최 전 심판위원의 행동을 “지위를 이용한 일종의 갑질”로 규정했다.
10년 이상 심판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한 심판들이 최 전 심판위원의 일탈을 모를리 없다. 도박에 빠진 이들 대부분이 물불 가리지 않기 때문에 최 전 심판위원이 동료들의 질책이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심판위원장을 위시한 KBO 고위 관계자들이라도 그의 일탈을 막을 방법을 찾았어야 한다.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유야무야 넘어가다 재계약을 맺지 않은 것으로 사건을 덮으려했다”는 비난에 휩싸이게 됐다.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도 모른척했다면 판정을 업으로 하는 심판의 자격도 박탈돼야 마땅하다.
검찰이 사기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는 각 구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에게 실망을 안겨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심판위원회는 사기와 상습 도박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최 전 심판위원이 이미 정리된 인사라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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