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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갤럭시S8 플러스 번인 현상 사진. 이 구매자는 구입한지 3개월만에 번인현상이 나타났으며 특히 앱 아이콘 번인현상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 삼성전자가 LG전자의 OLED TV를 대상으로 ‘번인현상’을 지적한 것과 관련해 ‘과한 비방마케팅’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는 가운데 갤럭시S 시리즈 제품에서 꾸준히 번인문제가 지적돼 ‘누워서 침 뱉기’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까지 OLED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판매해온 만큼 자사 스마트폰에 대한 비방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공식적으로 접수된 번인 결함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고 품질에 문제가 없다는 일방적인 입장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번인현상은 장시간 같은 화면을 켜두게 되면 그 부분에 잔상이 남겨나 색상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논란은 지난달 삼성전자가 유튜브에 자사 QLED TV와 LG전자 OLED TV를 비교하면서 촉발됐다. 해당 게시물은 대형 강당에 55인치 동급의 LG전자 OLED TV와 삼성전자의 QLED TV를 나란히 배치해 게이머들이 12시간 연속 비디오 게임을 한 뒤 TV를 끄고 남은 화면 잔상을 비교한 실험이다. 이 영상은 조회수 1119만회를 기록하며 국내외에서 화제를 일으켰다.

문제는 OLED 패널을 자사 스마트폰에 채용하고 있다는 것. 특히 갤럭시S 시리즈에 탑재되는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에서 번인현상이 자주 발생해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문제 제기를 받고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진저브레드 OS에서 화면 밝기 최대, 디스플레이 대기 시간 10분, 아몰레드 번인현상이 일어나기 딱 좋은 조건”이라며 번인현상이 생기는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번인현상은 장시간 게임을 하는 상황에서 자주 발생한다. 이른바 ‘게임번인’이라며 서비스센터에서는 번인현상으로 수리를 맡기러 온 소비자들에게 “게임을 오래하지 말라. 화면을 밝게, 오래 켜놓지 말라”라는 주의 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올해 초 내놓은 갤럭시S8에서도 번인현상이 출시 초반부터 발생해 논란이 됐다. 특히 제품 소프트키 영역이 장시간 노출돼 번인현상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갤럭시S8은 갤럭시 시리즈 중 처음으로 물리 홈 버튼을 없애고 화면에 ‘뒤로 가기’, ‘홈으로 가기’ 등의 소프트키가 생겼다. 이 경계선이 화면에 항상 켜져 있어 잔상이 생겼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전자가 자사가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하고 있는 OLED의 번인문제는 눈을 감은 채 TV 시장에서 유독 부각하고 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OLED TV 번인 현상이 삼성 스마트폰에서도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삼성 측은 “모바일에서 번인 이슈가 발생했다면 폰을 더이상 판매를 하지 않는 등 조치를 취했을 테지만 해당 문제가 접수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스마트폰은 상대적으로 교체주기가 2~3년 정도로 짧고 화면이 켜져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기 어렵다”며 “기기 사용패턴과 용도를 따졌을때 스마트폰은 작은 화면에 배치된 픽셀들이 자주 움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번인이 나타나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삼성전자...
지난달 삼성전자가 유튜브에 개제한 자사 QLED TV와 LG전자 OLED TV 비교 영상.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TV에 비해 짧기 때문에 번인이 발생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앱 분석업체 ‘앱애니’가 지난 5월 주요 9개국의 하루 앱 이용시간별 사용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상위 20% 사용자의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5시간에 가까웠다. 하루 평균 TV를 보는 시간과 비슷하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하루 평균 46분씩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일부 게임 이용자들은 자동 사냥으로 하루 10시간 가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도 한다.

번인현상은 스마트폰 중고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고나라를 보면 번인현상이 발견된 제품을 절반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갤럭시S7 중고제품의 경우 번인이 없으면 33만원에 거래되지만 번인이 있으면 15만~18만원으로 절반 넘게 가격이 내려간다. 갤럭시노트5도 번인이 있으면 10만원대로 가격이 곤두박질친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같은 화면을 장시간 켜놓고 과도하게 전류를 흘려 밝게 했을때 번인이 나타난다. (이번 실험은)의도적으로 삼성전자가 번인을 만든 사례”라며 “OLED패널 구성물질은 ‘유기물’로 구성돼 자체발광하기 때문에 구조상 번인(잔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을 할때처럼 특정한 화면이나 상·하단에 고정된 아이콘이 장시간 있어도 번인이 나타나지만 이런 조건으로 TV를 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TV든 스마트폰이든 이러한 조건이 성립됐을 때 번인이 발생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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