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구름 한 점 없는 겨울밤.   출처 | unsplash.com

[스포츠서울]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낮에만 일하고 밤에는 잠을 잔다면 어떻게 될까? 연속성을 상실한 세상의 많은 것들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아예 멈춰버릴지도 모른다.

산업체에서 전방 철책선까지 많은 사람이 밤에도 낮처럼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하루 24시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대표적인 곳 중의 하나가 기상대 예보실이다. 기상 예보관들도 낮과 밤이 따로 없는 릴레이식의 교대근무를 한다. 그런데 야근을 마친 예보관들에게 “밤새 안녕하였느냐”는 특유의 인사말이 공군기상대에 전통처럼 내려온다. 주로 겨울에 하는 인사말로 눈을 만나지 않았느냐는 뜻이다.

‘겨울밤이 구름 한 점 없이 맑으면 머지않아 눈이 온다’는 속담이 주로 중부지방에서 전해진다. 꽃이 가장 아름다울 때 곧 낙화의 시기를 말함이요, 달이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밤은 곧 날이 기울어질 것이라는 자연의 순리를 예고하는 말이다. 즉 현재 날씨가 맑다는 것은 고기압의 중심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고기압 뒤에는 저기압이 뒤따라오고 있기에 곧 날씨가 기울어질 것이라는 거다.

이 속담은 대체로 겨울에 잘 들어맞는다. 겨울에는 강하게 확장하던 시베리아 고기압이 화중(華中)에서 이동성고기압으로 변질된다. 그 후 평균시속 50㎞ 이상의 빠른 속도로 다가와 우리나라를 지나간다. 그러면 곧바로 기압골이 다가온다. 겨울철에는 기압계의 이동이 빠르기에 이 속담이 생겼다.

하지만 봄과 가을에는 우리나라는 변질된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받는다. 이동 속도가 느리고 정체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속담에 잘 맞지 않는다. 여기에다가 겨울철 기압골은 대개가 중부지방으로 지나간다.

이 기압골은 약 3일을 주기로 다가와 주로 중부지방에 흩날리는 눈 정도로만 영향을 주지만, 3~5㎝의 제법 많은 눈을 내릴 때도 있다. 이 정도 눈이 쌓이면 도심의 아침 출근길은 말 그대로 교통지옥이 된다. 퇴근하는 예보관들을 위해 기압골 영향을 받지 않고 밤 근무를 잘 보냈느냐는 특유의 기상학적 인사가 만들어진 이유다. 다만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삼한사온을 비롯한 이런 주기적인 날씨를 보기 힘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속담도 잘 맞지 않는다. 아쉬운 마음뿐이다.

<케이웨더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