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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그 음악을 내 귓가에 속삭여 주며~~’ 1990년대 서울 거리를 지날 때 마다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 나왔던 듀엣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이다. 모짜르트의 21번 협주곡은 3악장으로 이루어졌지만 노래에서 말하는 것은 두 번째인 안단테 악장이다. 느린 속도에 아름다운 선율이 얹혀져 이내 사랑의 아련함, 행복감으로 빠져 들게 되는 명곡이다. 안단테 악장은 1967년에 만들어진 스웨덴 영화 ‘엘비라 마디간’의 사운드 트랙으로 사용되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클래식 음악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받기가 쉽진 않지만 영화의 비극적인 내용과 맞불려 큰 사랑을 받았다.
Sergei Uruvayev 와 Orchestra St. Petersburg가 연주한 Mozart Piano Concerto No. 21 in C Major, K. 467 : II. Andante
영화 ‘엘비라 마디간’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엘비라 마디간은 영화 속 주인공 이름이다. 엘비라는 서커스단의 곡예소녀로 덴마크의 장교인 식스틴 스파레와 사랑에 빠진다. 전쟁에 대한 환멸로 고뇌하던 스파레에게 엘비라는 사랑으로 다가온 구원의 여인이었다. 하지만 스파레는 유부남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도피행각을 벌인다. 19세기말에 처녀와 유부남의 사랑은 용인될 수 없는 것이었다. 여기저기를 전전하며 사랑을 나누지만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하나도 없다. 오직 사랑의 열정만이 남아있을 뿐. 산딸기를 따 먹으며 연명하고, 가끔 도둑질도 한다.
결국 두 사람은 결국 영원한 사랑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 엘비라를 꼭 껴안은 채 숨겨논 총을 꺼내는 스파레. 스파레를 사랑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총을 쏘라는 엘비라. 차마 방아쇠를 당기지 못 하는 스파레. 다시 천진하게 꽃밭의 나비를 쫓으며 즐거워하는 엘비라에게 결국 스파레는 총을 쏜다. 더 이상의 비극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듯 장면은 정지상태로 남는다. 바로 이어지는 스파레 자신을 향한 총성. 엘비라와 스파레는 영원한 사랑을 위해 죽음을 택했다. 두 사람은 덴마크의 허름한 공동묘지에 나란히 묻혀 지금도 영원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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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반에 걸쳐 안단테 악장은 흐른다. 선율 자체가 너무나 곱기 때문에 영화의 비극적 장면과 오버랩 될 때마다 관객들은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사람들의 폐부를 찌르는 명곡이다. 주인공을 맡은 피아 디거마크(Pia Degermark)는 이영화로 깐느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미래를 보장받았지만 스스로 엘비라 마디간의 매력에 반해 이 영화를 끝으로 은퇴를 했다. 엘비라 이상으로 더 나은 연기를 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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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로그 명반- 영화속 음원은 독일(?)의 피아니스트 게자 안다가 연주와 지휘를 맡으며 짤쯔부르크 모짜르테움과 협연했다. 지금도 음반시장에서 팔릴 정도로 스테디셀러다. 독일의 유명 음반회사인 도이치 그라모폰의 음반으로 영화의 한 장면을 표지로 삼았을 정도로 안단테 악장은 수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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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명반-디지털로 만든 음반중에서는 하워드 셀 리가 연주와 지휘를 맡고 런던 모차르트 플레이어즈와 협연한 샨도스 음반이 유명하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주가 곡이 요구하는 우아함과 함께 시적인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다. rainbow@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