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아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그냥 사랑하는 사이’로 안방팬들에게 처음 인사한 배우 원진아는 “나는 문수와 많이 달라요”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지난달 호평 속에 종영한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이하 그사이)의 여주인공 하문수 역으로 나선 원진아는 생애 첫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는 행운을 얻었다. 또, 잔잔한 호흡으로 진한 여운을 주는 드라마와 잘 어울리는 차분한 문수의 캐릭터로 원진아가 팬들에게 인상적으로 각인됐다.

원진아

그런 문수를 기대하고 만난 원진아와의 만남은 반가움과 놀라움이 교차했다. 등장부터 쾌활한 웃음으로 시작한 원진아는 문수와 조금은 거리가 있어 보였다. 이에 원진아도 “저는 사실 문수와 많이 다르다. 만나는 사람마다 많이들 놀란다”며 “처음 본 연기자의 모습이 일상 같은 캐릭터다 보니 나를 그냥 문수처럼 봐주신거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래 난 눈도 땡그랗게 뜨는 편인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눈에 힘을 풀려고도 노력했다. 어떻게 하면 문수처럼 보일까 고민했다”고 했다. 또, “문수는 내성적인 아이였다가 강두(이준호 분)를 만나면서 외향적으로 바뀌는데, 나는 원래 흥이 많고 장난기가 많다. 중간중간 내가 너무 밝아지면 (김진원) 감독님이 ‘방금은 진아였어. 문수로 다시 가자’ 했다”며 촬영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젊은 에너지가 많은 원진아가 극중 쇼핑몰 붕괴 사고 후 마음의 상처를 꽁꽁 숨기고 의연한 채 사는 문수 역을 맡는게 쉽지는 않았을 것. 원진아도 “자칫 잘 못 건드리면 안되겠다 싶어서 다큐나 인터뷰를 찾아봐야 하나 했다. 그런데 그 아픔을 가져와서 따라하는 게 더 위험할 것 같았다. 그리고 대본에 그 아픔이 이미 너무 잘 나와있어서 그거에 집중했다. 사람마다 아픔의 표현 방법도 다 다르고 깊이도 다 다른거니까 나는 문수의 아픔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실제로 가장 마음이 아팠던 순간을 묻자 “강두가 아프고 죽을 거 같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이미 사랑하는 사람(동생)을 잃은 아픔이 있는데 또 그런 경험을 할거 같아서 그랬다”는 설명이었다.

그런 원진아는 많이 울고 마음 아파하는 연기가 계속되면서 예민해졌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끝나고 집에 가면 예민해지더라. 우울해지고 지치더라. 촬영장에서 그만 울고, 그만 아프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도 극복한 방법이 없었다. 촬영이 끝날 때까지는 이 감정을 가져가는게 좋을거라는 욕심도 있어서 일부러 해소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걸 티를 안내려고 했지만, 감독님이나 스태프들은 너를 너무 힘들게 하지는 말라고 하더라. 그냥 드라마 끝나고 밝은거 많이 하라고 하더라. 감독님은 로코를 추천해주셨다.”

원진아

그럼에도 상처를 위로하는 드라마로서 극중 대사가 시청자들에게 많은 위로가 된 것처럼 원진아에게도 그랬다. 그는 마음에 남는 대사로 “‘우는 소리 크다고 해서 더 아픈게 아니라’라는 나문희 선생님의 대사가 너무 좋았다. 문수에게 하는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실제 나한테 하는 얘기 같기도 하더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평소 힘든 얘기를 말로 하면 더 힘든 것 같아서 일부러 티내지 않고 일부러 더 ‘하이퍼’가 되는데, 그럼 모르는 사람들이 볼때는 내가 힘들지 않게 산거 같다고 한다. 그래도 나도 아픔이 있었다. 그 대사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더라.”

대선배 나문희와의 호흡이 원진아에게는 값진 경험이었다. 나문희 이야기에 들뜬 목소리로 “너무 좋았다”는 그는 “선생님이 오시면 현장이 달라진다. 긴장감도 더 생기고, 더 집중하게 된다. 좋은 기운을 많이 주셨다. 연세가 많으신데 (촬영지인) 부산까지 왔다갔다 하시는게 힘드셨을 거다. 대사도 많다. 그런데 항상 철저히 준비해오신다. 또 그 와중에도 상을 그렇게 다 받아오시고 대단하시다”고 말했다. 이어서 “나문희 선생님께서 지난해 여우주연상을 휩쓰셨는데, 첫 상(제1회 서울어워즈)을 타신 다음날 나와 첫 촬영이었다”는 원진아는 “축하드린다는 말에 ‘너네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너네도 상받을 수 있게 열심히 해’라고 말씀해주시면서 에너지를 주셨다”고 그때를 돌아봤다.

스스로도 에너지가 넘치는 만큼 액션이나 밝은 장르 등에 욕심이 난다는 원진아는 아직은 차기작을 정하지 못했지만, 올해 개봉하는 영화 ‘돈’으로 또 한 번 팬들을 깜짝 놀라킬 작정이다. 그는 “거기서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온다. 보통 신인들은 처음 보여지는 이미지로 계속 가는 편인데, 나는 너무 행운인게 지난해 영화 ‘강철비’랑 ‘그사이’에서 너무 다른 캐릭터를 보여줬다. 새로 나오는 ‘돈’에서도 너무 다르다. 계속 다른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은 것 같다”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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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