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주상·이우석·황철훈기자] 양꼬치(羊肉串). 유목민의 낯선 음식에서 출발, 이젠 도시인의 맛있는 외식거리가 됐다. 꼬치구이는 인류가 불을 이용한 이후 가장 먼저 시도한 조리법이니 세계적으로도 그 비슷한 조리법을 여러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샤슬릭(러시아), 시시(터키), 산적(한국), 야키도리(일본), 사테(인도네시아) 등 각 나라마다 양꼬치와 유사한 음식이 많다. 유목 민족은 연료절약을 위해 양을 꼬치에 꿰어 구워먹었다. 지금 흔히 보는 양꼬치는 중국 신장에서 비롯됐다.신장과 내몽고 등에서 시작한 양꼬치는 중국 한족의 숯 문화와 만나 지금 모습과 비슷한 형태를 이뤘다. 대륙에서 인기를 끌다 언젠가부터 한국에 상륙해 저변을 넓혀가기 시작했다.지금 시중 양꼬치집들은 다양한 동북 요리와 함께 건너온 점이 특징이다. 지삼선이니 건두부무침 등 이색 메뉴와 함께 짝을 이뤄 ‘양고기의 불모지’ 한국에서 단골층을 확보했다.양고기는 피부암, 결장암, 유방암, 갑상선암, 당뇨병 등 각종 질병과 더불어 혈압과 탈모방지에 효과적인데다 L-카르티닌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체지방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크다.양꼬치집은 맛도 좋고 영양가도 많은 양고기를 가장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수도권 이름난 양꼬치집을 찾아봤다.
혜화양육관 양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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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혜화양육관 양꼬치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울 종로구 명륜4가 ‘혜화양육관’

=서울 지하철 혜화역 4번 출구 방향 먹자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한 ‘혜화양육관’은 대학로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양꼬치집 중 하나로 1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비가 오는 이른 저녁에 찾았는데 가게 안은 벌써 많은 손님으로 가득했다. 겨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양꼬치를 주문했다. 푸짐한 양꼬치와 함께 기본 반찬으로 자차이(짜사이)와 양파 초절임과 땅콩이 상위에 올랐다. 잠시 후 벌건 참숯이 테이블 위로 오르면 양고기가 촘촘하게 꽂힌 쇠꼬챙이를 양꼬치 기계 구멍에 꽂아주기만 하면 된다. 자동화 기계에 올려진 양꼬치는 좌우로 뱅그르르 돌면서 맛있게 구워진다.

노릇하게 구워진 꼬치는 고기만 쏙 빼서 쯔란(孜然)을 묻혀 먹으면 된다. 쯔란은 큐민(Cumin)의 중국어로 미나리과 식물의 열매를 빻아 만든 매콤한 향신료를 말한다. 양꼬치집에서 사용하는 쯔란은 큐민에 고춧가루와 후추 등 다양한 양념을 섞어 만든다. 쯔란은 양고기 맛을 한층 좋게 하는 동시에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다행히 이 집은 누린내 걱정은 안해도 된다. 1년 미만의 어린 양고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없이 부드러울 뿐 아니라 씹을 때마다 샘물처럼 솟아나는 고소한 육즙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가격=양꼬치 1만3000원, 양갈비살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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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청도양꼬치 스포츠서울DB

●서울 영등포 ‘청도 양꼬치’=

영등포역 앞 수많은 식당과 모텔들이 들어선 일명 먹자골목 안에 양꼬치로 유명한 ‘청도양꼬치’집이 있다. 중국 청도(칭다오) 출신의 중국인 사장이 직접 운영하는 집이다.

배우 정상훈이 유행시킨 ‘양꼬치엔 칭다오’라는 말처럼 청도(칭다오) 양꼬치 집이니 뭔가 더욱 특별해 보인다. 램 모둠꼬치와 램 고급갈비를 주문하자 선홍색 신선한 양고기를 꼬챙이에 꿴 꼬치가 상에 올랐다. 양꼬치에 어울리는 쯔란을 제공한다.

이 집은 어린 양(램)을 사용해 냄새 걱정이 없다. 또한 부드러운 육질뿐만 아니라 흐르는 기름도 고소하다. 일일이 뒤집을 필요도 없다. 자동화 기계가 숯불위에서 빙글빙글 돌려가며 노릇하게 구어내면 하나씩 쏙쏙 빼먹으면 그만이다. 양갈비(램고급갈비)도 훌륭하다. 부드러운면서도 씹는 맛이 일품이다. 역시 어떤 고기는 뜯어야 제맛이다.

★가격=모둠꼬치·양꼬치 1만1000원, 갈비살꼬치 1만3000원, 고급갈비(양갈비 220g)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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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에 위치한 ‘애니골 양꼬치’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경기도 고양시 ‘애니골 양꼬치’

= 경기도 고양시에 맛집이 몰려 있기로 소문난 애니골이 있다. 양꼬치 전문점인 ‘애니골 양꼬치’는 애니골 초입에 위치해 손님을 맞았다. 주 메뉴는 양꼬치 류. 주인인 장용문 씨는 중국교포로 경북 안동 출신인 할아버지가 일제 강점기 시절 만주로 이주해 터를 잡았다. 고향은 동북지방에 위치한 선양(심양)이다. 장용문 씨는 “양꼬치는 몽골에서 기원한 음식이어서 북쪽 지방에서 흔한 음식이었다. 거리에서, 음식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요리였다. 중국에서도 양고기 전문점을 운영했다”며 “한국에서 양꼬치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다. 6년 전에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가게를 열었다”고 말했다.

양고기 특유의 노린내가 적은 것이 ‘애니골 양꼬치’의 특징. 장용문 씨는 “우 리가게에서는 1년 미만의 어린 양을 재료로 쓴다. 나이가 먹은 양은 아무리 조리를 해도 냄새를 없애기가 어렵다”며 신선도와 맛의 비결을 알려줬다. 또한 냉동으로 들여온 양고기를 자신만의 비법으로 이틀 동안 숙성해 맛의 깊이를 더 한다고 들려줬다. 장용문 씨는 “양고기의 기름은 체내에 축적되지 않고 이튿날 바로 배출된다. 건강과 미용에 좋아 주말에는 부부와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며 활짝 웃었다.

★가격=양꼬치 1만원, 양념꼬치 1만2000원, 양갈비살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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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양꼬치.

●서울 망원동 ‘망원양꼬치’

=양꼬치 뿐 아니라 순대, 가지튀김, 토마토계란 등 다양한 이색 메뉴로 인기를 모으는 곳. 변두리에 속하는 망원시장 골목 2층에 있는데도 어디선가 알고 귀신같이 찾아온다. TV 미식 프로그램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가게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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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양꼬치에선 다양한 부위도 즐길 수 있다. 소 혈관을 펴서 만든 혈관꼬치.

일반적인 양꼬치와 양갈빗살 꼬치 이외에도 염통구이, 혈관구이 등 다양한 꼬치 종류를 판다. 직접 고기를 저미고 꿰어 만드는 양꼬치도 맛있지만, 특히 혈관구이의 씹는 맛이 좋다. 양이 아니라 소의 동맥을 갈라서 펴낸 다음 꼬치에 꿴다. 오드득 오드득 저작감이 좋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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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순대 망원양꼬치.

찹쌀을 채워 정통방식으로 빚어낸 새까만 순대와 옥수수 온면도 인기메뉴다. 양꼬치엔 칭다오라지만 생맥주를 팔고 다양한 중국술도 즐길 수 있는 집이다.

★가격=양꼬치 1만1000원, 혈관 1만원, 찹쌀순대 8000원, 옥수수온면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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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항방양꼬치 양등심갈비.

★서울 서교동 ‘항방양꼬치’=

젊은 층이 몰리는 핫플레이스 홍대 앞에서 양꼬치와 양갈비, 마파두부 등 요리로 인기를 모으는 집. 골목에 있지만 저녁이면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기본 메뉴인 양꼬치는 아침마다 손질해 신선한 상태를 유지한다. 고급육인 양등심갈비는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해 양고기를 한번도 안먹어본 이들도 좋아하는 메뉴다. 두툼한 양등심갈비를 살짝 구워 잘라낸 다음 쯔란에 찍어 맛보면 양고기에 대한 선입견이 단번에 사라진다.

모든 메뉴가 시그니처 메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각각 맛이 좋다.

특히 한국적인 맛을 가미한 마파두부는 화교들도 엄지 손가락을 곧추세울 정도로 훌륭하다. 산초의 ‘화’한 맛보다 고춧가루를 넣어 살짝 매콤한 두부는 밥을 비벼먹으면 더욱 맛있다. 일반 중식당에선 보기힘든 건두부 무침과 건두부 무침은 기름진 양고기와 함께 결들이면 딱이다.

★가격=양꼬치 1만2000원, 양등심갈비 2만5000원, 마파두부 1만2000원, 경장육사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