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스포츠서울 신혜연기자] SBS 수목드라마 ‘스위치-세상을 바꿔라’(이하 ‘스위치’)가 반쪽짜리 성공을 거뒀다.

‘스위치’는 천재사기꾼 사도찬(장근석)이 검사 백준수(장근석) 역할을 대행하며 법망을 피해 교묘하게 불법을 일삼는 법꾸라지들을 잡아, 통쾌하게 소탕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사기활극이다. 열혈 검사 오하라(한예리)가 사도찬과 함께 사기와 적법의 적절한 경계를 넘나들며 수사 열정을 펼쳤다.

배우 장근석이 군 입대 전 선택한 마지막 작품으로 방송 시작 전 화제를 모았던 바 있다. 한동안 연기 활동을 펼치지 못하기 때문에 장근석은 1인 2역에 도전, 캐릭터 자체에 욕심을 냈다. 한 캐릭터를 다채롭게 표현하는 것도 배우의 역량이지만 아무래도 두 사람을 연기하다 보니 캐릭터 표현의 폭이 넓어졌다는 평을 얻었다. 특히 극중 사도찬과 백준수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캐릭터라 장근석의 연기력이 돋보였다, 자신감을 드러낸 만큼 전혀 다른 두 인물을 자연스럽게 연기한 그다.

주로 사기꾼 사도찬 역으로 보여지긴 했지만 차이점을 두기 위해 의상,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쓰는 등 고민한 흔적이 많아 보였다. 사기꾼 사도찬이 사기를 치기 위해 검사 행세를 하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두 인물을 보여주며 그동안 꽃미남 이미지를 탈피, 한층 더 성장한 연기력이 돋보였다.

장근석이 군 입대 전 모든 것을 쏟아붓고 인생작으로 남을 절호의 기회였지만 화재성 부분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앞서 ‘스위치’ 제작발표회에서 장근석과 한예리는 목표 시청률을 15.8% 라고 언급한 바. 하지만 지난 3월 28일 첫 방송 이래로 종영까지 6~7%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행히 방송 중반까지 수목극 1위 자리를 지키며 체면을 지켰다. 장르 특성상 매회 다른 사건들이 등장하는 ‘스위치’는 스피디한 전개로 흐름을 놓치면 따라가기 힘들었다는 평이 뒤따랐다.

장근석

예상 밖 저조한 시청률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해외 시장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스위치’ 제작진은 기자간담회 당시 “촬영 때마다 장근석의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이 밥차, 커피차를 보내주셔서 매번 감사하게 촬영했다. 현장에 선물을 보내려면 순서를 기다려 야할 만큼 스케일이 어마어마해서 놀랐다”라고 드라마의 해외 반응을 전했다. 덧붙여 “장근석을 캐스팅한 이유에는 해외 시장을 겨냥하기 위한 것도 있었다”면서 “이미 해외 대형 제작사에서 포맷 판매에 대한 문의가 왔다. 팬들이 실망하지 않고 드라마를 지지해줬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체감하지 놀라운 성과였다.

장근석은 명실상부한 한류스타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스위치’ 역시 해외 팬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한류스타의 위상을 또 한 번 입증했다. 하지만 전작들의 흥행에 비하면 활약상이 미비했다고 냉정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에서 괴롭고 힘들어하는 청춘들을 위로하는, ‘힐링요정 윤선배’라 불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던 한예리도 ‘스위치’를 통해 정점을 찍을 수 있는 기회라고 기대했지만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열혈 검사 오하라로 분한 한예리는 마약 수사에 뜨거운 열정이 있는 당찬 캐릭터로 신선한 연기 변신을 꿰했다. 하지만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살리지 못해 아쉬웠다.

‘스위치’는 장근석과 한예리가 보여줄 통쾌한 장르물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시청자들에게 각각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각인시키고 드라마의 매력을 어필하기에는 부족했다.

한편, ‘스위치’의 후속으로는 배우 남궁민, 황정음 주연의 ‘훈남정음’이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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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