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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지난 20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미디어신문고에 제보가 하나 올라왔다. MBC의 새 주말드라마 ‘숨바꼭질(극본 설경은, 연출 신용휘)’의 장시간 촬영에 대한 내용이었다.
내용은 “촬영이 진행된 기간 동안 하루 평균 18간 이상의 장시간 촬영을 하고 있으며 7월 30일~31일, 8월 14일~15일 2일 동안에는 40시간이 넘는 촬영을 하였고, 모든 스태프들이 고통받고 있다”였다.
한빛센터는 tvN ‘혼술남녀’의 조연출 故이한빛 PD의 사망을 계기로 만들어진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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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단체는 제보 내용을 확인 후 MBC 드라마국과 면담했고, MBC 관계자는 제보 사실을 인정하며 스태프 인권보호와 제작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MBC가 한빛센터에 약속한 내용은 ‘첫째, 주 68시간 근무시간 제한 준수, 이를 위해 인원을 충원(20명)해 A팀, B팀으로 분리한다. 둘째, 촬영종료 후 이동시간 제외 최소 7시간 휴식 보장, 단 불가피한 경우 전체 스태프의 동의를 얻고 진행한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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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상암MBC에서 ‘숨바꼭질’의 제작발표회가 있었고 신용휘 PD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이 참석했다. 신 PD에게 장시간 촬영 관련 질문이 나왔다. 신 PD는 잠시 머뭇한 뒤 마이크를 들었다.
“이 질문으로 (제작발표회 참여가)긴장됐다. (저는) FD, 연출 막내 과정을 거쳐 연출까지 하게 됐다. 그 힘든 노동 강도와 아픔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게 무척 익숙했고, 그 익숙함이 이번 계기로 익숙했던게 당연한게 아니구나, 그런 생각을 좀 하게 됐다. 그래서 많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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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PD의 답변에서 그동안 몸에 익었던 제작환경에 대한 익숙함이 당연한게 아니라는 반성이 묻어났다. 이어 드라마 제작현장의 개선과 스태프 인권보호에 대한 약속을 덧붙였다.
“어쨌든 지금은 과도기다. 현명하게 넘겨야 한다. 이 발표회 끝나고도 관련 회의가 있다. 제작사 쪽에서 방법을 마련하고 합의를 하겠지만, 그와 별도로 연출로서 장담할 수 있을지, 아니 장담해야겠지만 최대한 효율적인 방법을 찾겠다. 연출이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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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발표회에 동석한 배우들도 목소리를 냈다.
김영민은 “배우들도 스태프의 노고 잘 알고 있다. 올해 여름 유난히 더웠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좋았다. 배우들도 배역에 집중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스태프와의 현장 분위기는 밝고 좋았다. 즐겁게 촬영에 임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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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는 “이전같으면 해가 떠야 끝났다. 앞으로 더 자고 쉴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배우도 지친 표정이 나오지 않고 스태프도 덜 지치지 않을까 싶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오는 25일 첫 전파를 타는 MBC드라마 ‘숨바꼭질’은 대한민국 유수의 화장품 기업의 상속녀와 그녀의 인생을 대신 살아야만 했던 또 다른 여자에게 주어진 운명, 그리고 이를 둘러싼 욕망과 비밀을 그린다. 이유리, 송창의, 엄현경, 김영민 등이 주연배우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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