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채형석 총괄부회장
애경그룹 채형석 총괄부회장.  제공 | 애경그룹

[스포츠서울 김자영기자] 젊어진 애경그룹이 본격적인 ‘2세 경영’ 닻을 올린다.

애경그룹이 홍대 신사옥 개막과 함께 ‘오너 2세’ 채형석 총괄부회장(58) 시대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재계 안팎에선 채 총괄부회장이 곧 모친인 장영신 회장(82)에게서 바통을 넘겨받아 그룹 최고경영자(CEO)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애경타워전면
애경그룹 홍대 신사옥 ‘애경타워’.  제공 | 애경그룹

◇‘채형석 시대’ 활짝…“올해 대도약 원년 삼는다” 포부

6일 재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이 지난달 42년 만에 본사를 구로에서 홍대로 이전하면서 본격적인 ‘채형석 시대’가 도래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신사옥 이전은 채 총괄부회장이 지난 2008년부터 직접 구상하고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철도·경의선 홍대입구역 역사에 들어선 그룹 통합사옥인 ‘애경타워’에는 지주회사인 AK홀딩스를 비롯해 애경산업, AK켐텍, AKIS, 마포애경타운 등 5개 계열사와 제주항공 국제영업팀이 입주해 총 6개사가 함께 근무한다. 그룹 계열사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결집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한편 홍대에 새 둥지를 마련해 젊고 밝은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에는 ‘젊은 애경’을 목표로 청바지 등 복장 자율화가 확대되며 유연한 근무 바람도 불고 있다.

채 총괄부회장 역시 홍대 신사옥 이전과 함께 올해를 퀀텀 점프(대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올해 초 신년 임원 워크숍에서 “2018년 새로운 홍대 시대를 열어 보다 젊고 트렌디한 공간에서 퀀텀 점프하자”면서 “훗날 홍대 시대 개막이 애경그룹의 새로운 도약의 시작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사실상 그룹 진두지휘…지난해 경영체제 개편 주목

채 총괄부회장은 고령인 모친을 대신해 2004년부터 경영 전면에 나서며 사실상 그룹을 진두지휘해왔다. 지난해에는 채 총괄부회장이 실질적인 지휘봉을 잡은 뒤 처음으로 대표이사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조직 개편을 주도해 주목을 받았다.

애경그룹은 지난해 8월 조직개편을 통해 생활항공·화학·유통부동산 등 3개 부문 체제를 폐지하고, 각 계열사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조직개편에 대해 애경그룹은 “경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각사 대표이사의 책임경영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유통부동산부문장을 맡은 채동석 부회장이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 생활항공부문장을 맡은 안용찬 부회장은 제주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게 됐다.

조직 개편과 함께 애경그룹은 인사를 통해 그룹 경영진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대표적으로 40대인 이석주 제주항공 및 애경산업 부사장은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항공업계 최연소 사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최대 실적으로 경영 능력 입증…새로운 도약 기대감 높여

채 총괄부회장은 경영 능력을 입증하며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애경그룹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 성장한 약 1900억원, 매출액은 8% 증가한 약 3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전년 대비 20%대 영업이익 성장을 목표로 삼았으며, 현재 성장세를 감안할 때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주력 계열사인 애경산업과 제주항공 역시 영업이익과 매출액 모두 두 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아울러 그룹 내 상장사인 AK홀딩스, 애경유화, 제주항공, 애경산업의 시가총액 합계가 4조를 넘나들며 새로운 도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애경그룹 측은 사옥 이전과 맞물려 ‘2세 경영’이 갑작스레 주목받는 사실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이미 지난 2004년부터 경영 전면에 나서 실질적인 그룹 CEO 역할을 해 왔다. 채 총괄부회장의 뜻에 따라 모친인 장영신 회장이 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채 총괄부회장의 회장 승진도 내부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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