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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시마 앤틀러스 선수들이 지난 3일 ACL 준결승 1차전 홈 경기에서 역전 결승골이 터지자 환호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일본 축구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물론 한국도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모처럼 상승세를 타고 있으나 아직은 남자 대표팀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에 불과해서 일본과 비교하기 어렵다. 러시아 월드컵 16강행, U-16 대표팀의 아시아선수권 우승, 여자축구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및 U-20 여자월드컵 우승에 이어 한창 진행되고 있는 U-19 아시아선수권에서도 무난히 내년 U-20 월드컵 티켓을 획득하는 등 남·녀와 연령을 가리지 않고 업그레이드된 것이 지금 일본 축구의 현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J리그의 반등이 아닐까 싶다. 가시마가 2016년 클럽월드컵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격전 끝에 아시아 최초로 이 대회 준우승을 하더니 지난해엔 우라와가 9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트로피를 J리그에 안겼다. 올해 가시마가 동아시아 대표로 ACL 결승에 오르면서 일본 구단이 2년 연속 정상 등극에 도전하고 있다. 여기에 인기 면에서도 아시아 내에서 J리그를 따라갈 곳이 없다는 생각이다. J리그는 2015년부터 1~3부를 모두 합쳐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어젖히며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고 이는 관중→수입→투자→관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밑바탕이 됐다. 지난 해부터 10년 동안 연간 2100억원의 중계권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제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 할 수 있다. 안정권에 접어든 리그일수록 외국인 쿼터가 넓어지기 마련이다. 1부리그의 경우 내년부터 아시아쿼터 없이 외국인선수를 5명까지 늘릴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J리그의 질적 향상을 꾀하면서도 자국 선수들의 기량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2~3년 전만 해도 아시아 축구는 중국이 집어삼킬 것처럼 여겨졌다. 시진핑 주석의 축구 사랑 아래 각 구단이 엄청난 돈을 지출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데려왔기 때문이다. 국내 구단들도 그들의 씀씀이를 부러워하며 한편으론 주요 선수 이적으로 낙수효과도 누렸다. 하지만 중국도 이런 방식이 틀렸다는 것은 금세 알아차렸다. 오히려 조용히 천천히 미래를 준비한 쪽은 J리그가 아닌가 싶다. 9년간 ACL 결승에 진출하지 못해 J리그는 끝났다는 말도 들었으나 경기력이 다소 떨어지는 3부리그 팀까지도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일본 특유의 지역 밀착 등을 통해 관중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성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이는 그들이 데리고 있거나 유럽으로 진출시킨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빛을 내고, 그들이 키우는 유망주들이 연령별 국제대회에서 승승장구하는 배경이 됐다.

적지 않은 이들이 J리그의 오늘을 만든 바탕으로 1990년대 후반 구조조정을 꼽는다. 1992년 출범한 J리그는 은퇴 직전 해외 스타들을 데려와 시끄럽게 출범했다. 하지만 J리그의 인기가 급락하면서 각 구단이 위기에 빠졌고 결국 1998년 요코하마 플뤼겔스가 도산하는 사태를 빚었다. 이 때 일본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 미우라 가즈요시가 연봉을 10분의1로 삭감하면서 다른 선수들의 본보기가 됐다. 미래를 위해 지금의 고통을 감내하는 경영의 기본을 J리그 구성원 모두가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사건들의 후유증이 2000년대 들어서도 이어져 J리그의 침체기로 연결됐지만 이제 새로운 빛을 보고 있다. J리그 구단의 선수 영입이야말로 ‘투자’라고 할 수준이 됐다.

한국과 일본은 다르다. 개인적으로 J리그식 지역밀착 사업은 K리그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국 구단만의 경영 방식을 찾아나가야 하는 게 경기력 하락보다 더 큰 K리그 구성원들의 숙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묵묵히 미래를 준비하고, 지금의 어려움을 자양분 삼아 자기 혁신을 도모한 것은 J리그의 호황에서 우리가 결코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돈 없다”고 떼를 쓸 것이 아니라 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J리그를 보면서 고민해야 한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