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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적절치 못한 대응을 반복하고 있다. 아무리 첫 해라고 해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다. 정운찬 총재, 장윤호 사무총장 체제의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하염없이 표류하고 있다.
가장 굵직한 두 가지 사건을 두고 최악의 실수를 범했다. 전 대표가 구속되고 한 때 메인 스폰서비 지급이 중단됐던 히어로즈 구단을 마냥 바라만 봤고 최초의 전임 감독인 선동열 감독을 허무하게 떠나보냈다. 그야말로 수수방관이었다. 히어로즈 구단을 향해 특별한 지원이나 제재 없이 그저 바라만 보다가 히어로즈 구단이 새롭게 스폰서십을 체결하자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선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으로선 유례 없이 국정감사에 불려나가고 모욕을 당했음에도 성명서 하나 내지 못하더니 13일 후 정 총재는 같은 자리에서 전임감독제와 선 감독의 활동을 부정했다. 과정을 인지하지 못한 채 수준이하의 질문만 남발한 국회의원과 똑같은 수준의 답변을 내놓았다. 결국 선 감독은 국감에서 당한 모욕과 정 총재의 답변에 실망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지난 14일 스스로 국가대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히어로즈 구단 문제는 KBO리그의 존속, 선 감독 국감 사태는 한국 야구의 위상과 자존심이 걸린 중대사안이었다. 만일 KBO가 이장석 전 대표의 횡령·사기죄와 메인스폰서 사건을 진지하게 바라봤다면 시즌 중에 뚜렷한 방향을 제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KBO가 한 일은 이 대표의 직무정지 처분 뿐이었다. 이 전 대표가 구속되고 스폰서비 지금이 중단된 순간에도 KBO는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되는지 주시하면서 적합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히어로즈 구단과 키움증권의 스폰서십 체결에 난색을 표한 장 사무총장은 “직무를 정지시킨 이 전 대표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황이 포착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일어난 일만 본다. 아직 일어나지 않을 일을 바라볼 필요가 있나. 이미 일어난 일만 보자”고 답했다. 한 해 관중수가 800만이 넘고 시청자 수가 수 천만에 달하는 리그의 수뇌부가 혜안 없이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KBO는 2007년 겨울 이 전 대표를 회원사로 끌어들인 실수를 고스란히 반복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이 전 대표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는 KB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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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선 감독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아직 아무 대책이 없다”며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 총재가 국감에서 전임감독제와 선 감독의 선수 관찰 행위를 부정한 것을 두고는 “총재님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국가대표 전임 감독제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후 부연 설명을 하셨는데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총재는 기구를 대표해 국감장에 섰다. 국감은 개인적인 사견을 밝히는 자리가 아니다. 정 총재가 실수임을 인지했다면 곧바로 선 감독에게 사과 메시지를 전달했어야 했다. 하지만 정 총재와 선 감독은 국감 이후 사퇴 당일인 14일에야 다시 만났다. 경쟁국인 일본이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상대로 친선경기를 치르며 결속력을 다지는 시기에 한국 대표팀은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전원 사퇴하며 와해되고 말았다. 이대로라면 누구도 대표팀 지휘봉을 잡지 않는다. 지난해 여름 삼고초려 끝에 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정 총재와 장 사무총장은 올해부터 KBO를 지휘하며 산업화와 2020 도쿄올림픽 성공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내부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방관으로 일관하면 성공은 요원하다. 경험 없는 수장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KBO의 방향성에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