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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이승우가 2018~2019시즌 마수걸이포를 터트리며 포효했다.
이탈리아 세리에B(2부) 헬라스 베로나에서 뛰고 있는 이승우는 30일 이탈리아 포지아 피노 자케리아 경기장에서 열린 2018~2019 세리에B 18라운드 포지아 칼치오와 원정 경기에서 1-1 동점이던 전반 44분 베로나가 앞서가는 골을 터트렸다. 오버래핑하던 베로나의 레프트백 유레 발코베치가 올린 크로스를 포지아 골키퍼 안드리스 노페르트가 쳐내자 이를 앞에 있던 이승우가 공중에 붕 뜬 다음, 오른발 가위차기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어려운 동작이었으나 이승우의 번뜩이는 감각이 빛을 발했다. 볼은 골망을 시원하게 출렁였다.
오래 기다렸던 시즌 첫 골이다. 지난 해 8월 당시 세리에A(1부) 베로나와 4년 계약을 체결한 이승우는 지난 5월6일 AC밀란과 원정 경기에서 골을 넣어 안정환 이후 16년 만에 한국 선수로는 세리에A 득점포를 기록했다. 베로나가 강등당하고 파비오 그로소 감독으로 바뀐 이번 시즌엔 예상과 달리 초반 고전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로 인도네시아에 있는 동안 베로나가 좋은 성적을 낸 탓이었다. 하지만 이승우는 기다렸고, 주전 입지를 회복할 것이란 자신이 있었다. 지난 달 24일 팔레르모전부터 선발로 복귀한 그는 포지아전까지 6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그로소 감독의 신뢰를 얻었다. 결국 포지아전에서 골까지 넣으며 활짝 웃었다. 이승우는 득점 뒤 왼쪽 터치라인으로 달려가며 포효했다.
이승우의 활약은 득점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전반 15분 베로나의 이탈리아 대표팀 출신 공격수 지암파울로 파치니의 선제골도 이승우가 90% 이상 만든 것이었다. 페널티지역 외곽 오른쪽에서 가운데로 파고든 동료의 크로스 때 포지아 수비라인을 깨고 들어가 터닝슛했기 때문이다. 노페르트가 황급히 쳐냈으나 볼은 바로 앞에 떨어졌고, 파치니가 가볍게 차 넣어 베로나의 첫 골로 오완성했다. 이승우는 이날 풀타임을 뛰었다. 경고도 한 장 받았다.
베로나는 이승우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나 동점포를 내줘 결국 2-2로 비겼다. 베로나는 8승6무4패(승점 30)를 기록, 19개 구단 중 3위를 지켰다. 세리에B에선 상위 두 팀이 1부로 승격한다. 3~8위 6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러 마지막 승격 티켓을 다툰다. 베로나는 이승우가 선발로 복귀한 최근 6경기에서 3승3무, 무패 행진을 펼치고 있다. 이승우가 베로나 승리의 파랑새인 셈이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은 최근 이승우를 가리켜 “득점 빼고 모든 게 완벽하다”는 칭찬을 한 적이 있다.
이승우는 내달 5일 개막하는 2019 UAE 아시안컵의 축구대표팀 23명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그를 외면하며 오래 전부터 제외를 시사했다. 이승우에겐 이게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 베로나에 집중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린 끝에 특유의 공격력이 살아나고 있다. 마침내 득점포도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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